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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96)


소상팔경(潇湘八景) 일곱째(其七)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


[淸] 안념조(安念祖) / 김영문 選譯評 


바람 맑고 달빛 하얀

동정호 가을날에


만고 세월 호수 빛이

덧없이 흘러가네


묻노니 지금까지

유람 지친 나그네가


몇 번이나 술 잔 잡고

악양루에 올랐던가


風淸月白洞庭秋, 萬古湖光空自流. 爲問從來遊倦客, 幾回把酒岳陽樓.


이태백이 달을 건지러 들어갔다는 동정호(洞庭湖)는 중국의 호남(湖南)과 호북(湖北)을 가르는 거대한 호수다. 중국 사람들은 흔히 800리 동정호라 부른다. 한강(漢江)과 장강(長江) 사이 거대한 소택지 운몽택(雲夢澤) 최남단에 위치하며 평야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장강은 직접 동정호로 흘러들지는 않지만 악양시(岳陽市) 인근에서 동정호 동북쪽 출구와 만나 각자의 물길을 소통한다. 게다가 중국 호남의 큰 강 네 줄기가 직접 동정호로 흘러든다. 상강(湘江), 자강(資江), 원강(沅江), 예강(澧江)이 그것이다. 또 이보다 좀 작은 지류인 멱라강(汨羅江), 신장하(新墻河), 백련수(白蓮水), 잠수(涔水) 등도 동정호에 물을 보탠다. 실로 명실상부한 수부(水府)라 할 만하다. 한나라 건국 일등공신 장량(張良)이 은거한 장가계(張家界) 선경(仙境) 또한 예강 상류이므로 동아시아 전통 예술미의 살아 있는 경관이 모두 동정호 근처에 포진한 셈이다. 이 때문에 역대로 동정호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경관 여덟 곳을 선정하여 시인묵객들의 미적 감수 대상으로 향유하는 전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니, 그것이 바로 소상팔경(瀟湘八景)이다. 소위 팔경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는 다소 논란이 있지만 북송 이후 팔경 붐을 일으킨 근원이 바로 소상팔경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시에서도 묘사하듯 모든 명승지가 권태로워질 때 찾는 곳이 바로 동정호 악양루(岳陽樓)라는 곳이다. 중국에서는 대대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람객이 줄을 이었고, 아울러 그들에 의해 소상팔경을 소재로 한 다양한 시와 그림이 창작되었다. 한데 소상팔경에 직접 가보지 않은 우리나라 시인묵객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소상팔경 시와 그림을 남겼을까? 이미 소상팔경의 미적 경지가 관념화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관념화!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의 유희다. 이른바 동아시아 전통 시와 그림의 한 패턴을 탐색하려면 소상팔경을 돌아갈 수 없지만 그 패턴에 관념화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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