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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32)


여름 구름(夏雲詩)


 송 석봉충(釋奉忠) / 김영문 選譯評 


봉우리 같고 불꽃 같고

목화 솜 같은 구름


하늘 날며 옅은 그늘

난간 앞에 드리우네


대지 위 백성은

말라서 죽어가는데


장마 비는 안 만들고

헛되이 하늘 덮네


如峰如火復如綿, 飛過微陰落檻前. 大地生靈乾欲死, 不成霖雨謾遮天.



폭염이 내리 쬐는 하늘에 하릴 없이 솟아오른 구름을 보고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음직한 원망을 읊은 시다. 이 시는 북송(北宋) 승려 혜홍(惠洪)이 지은 『냉재야화(冷齋夜話)』에 실려 전한다. 『냉재야화』는 모두 10권으로 이루어진 시화(詩話)다. 혜홍이 북송 시대 시에 얽힌 에피소드와 시평을 모았다. 시화는 ‘시 이야기’란 뜻인데 북송 구양수(歐陽修)의 『육일시화(六一詩話)』가 최초의 저작이다. 이후 수많은 문인 학자들이 이를 모방하여 자신만의 시화를 지었다. 이 시에 얽힌 에피소드는 이렇다. 북송의 명신 장돈(章惇)이 해강(海康)으로 귀양을 가다가 귀주(貴州) 남산사(南山寺)를 지나게 되었다. 당시에 소식(蘇軾)의 고향 미산(眉山)에서 온 봉충(奉忠)이란 승려도 담주(儋州)로 폄적된 소식을 만나러 가는 도중 병이 나 남산사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장돈은 봉충을 초청하여 곡주를 권하며 뱀고기를 쪄서 안주로 내놓았다. 봉충은 전혀 개의치 않고 술을 마시고 뱀고기를 먹었다. “스님이 어떻게 술과 육식을 꺼리지 않느냐?”고 장돈이 묻자, 봉충은 “상공께서 덕으로 사람을 보살피시는데 어찌 거리낄 것이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장돈이 하늘을 바라보며 “여름에는 뭉게구름에 기이한 봉우리 많구나(夏雲多奇峰)”라는 도연명의 시구를 읊었다. 그러자 봉충은 이 시 「여름 구름(夏雲詩)」으로 응답했다. 선문답으로도 느껴지지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다만 폭염 속에서 메마른 구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묘사한 한시로 이보다 더 나은 작품은 드물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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