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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한테 연꽃 구경이라면 시흥 관곡지나 양평 세미원이 언뜻 떠오르겠지만, 그보다 조금 먼 곳에 아직은 덜 알려진 연꽃 테마단지로 용인 처인구 원삼면 내동마을이란 곳이 있으니, 견주건데 이곳은 화장 잔뜩 하고 강남 미장원에서 한껏 머리치장한 저들에 견주어 그런 인위의 냄새가 훨씬 덜한 곳이라, 그런 번다함과 치장을 싫어하거나 물린 사람들한테 추천하고픈 곳이다.


내동마을엔 각종 대포와 은폐 엄폐용 복장으로 중무장한 언필칭 사진작가 혹은 그 지망생, 혹은 그 동호회 멤버들도 없고, 사람이 적거나 매우 한산한 곳이라 이들을 상대하는 노점상도 없거니와 이들을 겨냥한 전업 상가도 아직 발달하지 아니했다.

장식과 치장을 아직은 모르기에 우리가 일본의 잘 다듬은 정원이나 유럽의 공원과는 왕청나게 달라 한산과 고요와 침잠을 선호한다면 이 연꽃이 지기 전에 한번쯤 오라 손짓하고 싶다.


한적한 농촌마을 들판 드넓은 논에다가 홍련 백련을 잔뜩 뿌려놓았고 듬성듬성 원두막을 만들어 놓은데 지나지 않는다.


새벽, 차를 몰아 경부와 영동고속도로 타고 65키로를 달려 이르니, 해가 막 뜨기 시작했으나, 동쪽 저 만데이 너머로 고개 들이민 해는 구름에 가려 내가 보고픈 그 모습은 아주 잠깐 연출하곤 사라져 버렸다.


이곳 주민이면서 논 주인인 듯한 노인네 한분이 나타나 물꼬를 손본다. 물꼬를 텄는지 그 물꼬 타고 흐르는 물소리 각중에 요란스럽다.


거머리 사냥에 나섰을 물오리 일가족이 내가 나타나자 연잎 사이로 괙괙 소리내며 요란스레 모습을 감춘다. 정자 앉아 담배 한대 빠노라니 갖은 상념 등줄기 땀방울 따라 흘러 돋아난다.



이러다간 올핸 연꽃을 놓칠 듯한 절박감에 새벽에 시흥 관곡지로 날랐다. 

사진기 꺼내 두어 장 찍는데, 느낌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사진기 화면에 "카드가 없습니다"는 표시가 뜬다. 

열었다. 메모리 카드가 없다. 

혹 사진기 가방에 메모리 카드가 있는가 깡그리 뒤졌는데도 없다. 

카드가 한두 장도 아닌데, 그 모든 카드가 단 하나도 없다. 


얼마 전 나는 여름 휴가로 이태리를 다녀왔다. 

따로 외장하드를 준비하긴 했지만, 준비한 모든 메모리 카드를 다 소진하지 않아, 그대로 담아온 것이며, 얼마전 그것을 다운로드한다고 회사로 모조리 가져다 놓은 것이다. 

얼마 전에도 이런 황당한 일이 있어, 이후에는 그런대로 메모리 카드를 체크하곤 했던 것이지만, 오늘 새벽은 기분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다른 전전반측 때문이었는가 이유는 확실치 않으나, 해가 오르기 전에 현장에 가야한다는 일념 하나에 모든 과정을 빠뜨렸다가 이 꼴을 당하고 만다. 


할 수 없이 갤놋5로 깔짝깔짝대며 찍는데, 영 기분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내키지 않는 가운데 몇 장 찍은 폰카 사진 중 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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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건동거사 2018.07.29 12:36 신고

    제가 디카로 찍은거 보다 낫군요


한시, 계절의 노래(112)


못가에서 절구 두 수(池上二絕) 중 둘째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아리따운 아가씨

작은 배 저어


흰 연꽃 훔쳐서

돌아가는데


자신의 자취를

감출 줄 몰라


부평초 뜬 곳에

길 하나 여네


小娃撑小艇, 偸采白莲回. 不解藏踪迹, 浮萍一道开.


한시는 의상(意象)을 중시한다. 의상은 일종의 이미지이지만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인의 주제 의식과 사물의 형상이 일체화된 이미지다. 특히 한시 중에서도 가장 짧은 형식인 절구는 오언이 20자, 육언이 24자, 칠언이 28자로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극도로 정제된 시 형식이다. 따라서 절구는 의상 중에서도 가장 압축적인 의상을 그려낸다. 마치 스냅 사진을 찍듯이 어떤 풍경이나 대상의 가장 특징적인 장면을 포착해야 한다. 그림 같은 이미지 속에 시인이 의도하는 모든 내용을 자연스럽게 담아내야 한다. 이 시도 연꽃 꺾는 소녀의 천진무구한 모습을 스무 글자 한 컷에 매우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연꽃을 훔치는 행위는 작은 도둑질에 해당한다. 모든 도둑은 들키지 않으려고 자신의 자취를 없앤다. 하지만 이 연꽃 도둑은 부평초가 뜬 연못에 뱃길을 냄으로써 오히려 뚜렷한 증거를 남긴다. 독자들은 그림처럼 묘사된 이 연꽃 도둑의 흔적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머금는다. 미워해야 할 도둑을 사랑스러운 도둑으로 바꿔놓은 백거이의 스냅 샷에는 절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잘 압축되어 있다. 어쩌면 그 아리따운 도둑이 남긴 뱃길이야말로 내 마음을 훔쳐간 사랑의 길일지도 모른다.



한시, 계절의 노래(68)


채련곡(采蓮曲) 


 당(唐) 하지장(賀知章) / 김영문 選譯評 


회계산 안개 걷혀

우뚝 솟았고


경수엔 바람 없어도

저절로 물결


봄이 가서 화사한 꽃

다 졌다 말라


따로이 물 속에서

연꽃 따나니


稽山罷霧鬱嵯峨, 鏡水無風也自波. 莫言春度芳菲盡, 別有中流采芰荷.



회계산(會稽山)과 경수(鏡水)는 모두 지명이다. 지금의 중국 저장성(浙江省) 샤오싱시(紹興市)에 있다. 경수는 현재 젠후(鑑湖: 감호)로 불린다. 하지장은 두보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첫머리에 등장한다. “하지장이 말을 타면 배를 탄 듯한 데, 어질어질 우물에 떨어져 물 속에서 잠을 잔다(知章騎馬似乘船, 眼花落井水底眠)”는 대목이 그것이다. 그는 무측천(武則天) 때 장원급제한 천재였고 구속 없는 미치광이 행동으로 한 세상을 풍미했다. “젊어서 집 떠나 늙어서 돌아오니(少小離家老大回)”도 그의 명편이다. 봄꽃이 지고 나면 신록의 계절이지만 화사한 여름 꽃이 뒤이어 피어난다. 연꽃은 여름 꽃을 대표한다. 중국 강남 땅 「채련곡(采蓮曲)」은 여인의 은근한 사랑을 비유하는 민요로 유명하다. ‘연(蓮)’이 ‘연(戀)’과 발음이 통하기 때문이다. 이 시에도 그런 낭만이 은근하게 깃들어 있다. 



  1. 연건동거사 2018.06.09 21:37 신고

    鬱嵯峨는 관용어로 한시에서 많이 보이는 듯 합니다.

    長風萬里擧,慶雲鬱嵯峨

    登廬山兮鬱嵯峨,唏陽風兮拂紫霞,招若人兮濯靈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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