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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에 위진남북조시대가 종말을 고해 가던 무렵, 지금의 장강 일대에 명멸한 남조(南朝)의 마지막 양(梁) 왕조와 진(陳) 왕조는 문학사에서는 연애시의 전성시대였다. 이런 연애시를 당시에는 염가(艶歌)라고 하거니와, 낭만주의 시대 서구 유럽 프랑스에서 베를렌느가 그러했듯이 눈물 질질 짜는(tear-jerking) 감수성 예민한 연애시가 쏟아져 나왔거니와, 대체로 이 시대 이런 염가는 여성을 화자(話者)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시대는 연애시가 흥성하던 전성기일 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그런 연애시만을 모은 연애시 앤쏠로지가 편찬되던 시기이기도 했으니, 이 시대 유신(庾信)과 함께 남조의 염가 시단을 양분한 서릉(徐陵507~583)이 편집한 《옥대신영》(玉臺新詠)이 그것이다.

 

이 《옥대신영》(玉臺新詠)은 마침 한국학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학술명저번역총서’ 중 ‘동양편’에 포함되어, 최근 권혁석 충주대 중국어과 교수에 의해 완역본 전 3권으로 도서출판 소명에서 선보인 바, 이에 대해 나는 서평기사는 물론이요, 이곳 블로그에서도 두어 번 언급한 바가 있다.

 

이 자리서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이 《옥대신영》 권 제1‘잡시’(雜詩)에 수록된 9수 중 하나로, 원작에 의하면 이들 시 대부분은 전한(前漢) 초기에 사마상여와 더불어 부(賦) 작가로 명성을 떨친 매승(枚乘)이란 사람을 거론하고 있거니와, 과연 매승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樂府體 연애가는 한대(漢代)에 흥성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니,

 

각설하고 그 시를 보기로 한다. 

 

蘭若生春陽 난초와 두약 봄볕에 자라고 

涉冬猶盛滋   겨울 지났건만 무성하기만 하네

願言追昔愛 바라건대 옛사랑 쫓고파  

情欵感四時   그리움에 네 계절 감동하네

美人在雲端 아름다운 님 구름 끝에 계시니 

天路隔無期   하늘로 가는 막혀 만날 기약 없네

夜光照玄陰 달빛이 어둠 비추니 

長歎戀所思   길게 탄식하며 임 그리네

誰謂我無憂 뉘 말했나? 내겐 걱정 없다고 

積念發狂癡   쌓인 그리움에 미쳐 날뛰다 바보가 되었느니 

 

아! ‘전쟁 같은 사랑’이란 노래가 요즘 노래방에서도 애창곡 중 하나로 널리 불려지거니와, 그 전쟁 같은 사랑에 견주어 그리움이 사무쳐 마침내 발광했다가, 그것도 모자라 완전히 등신이 되어 버린 사람이 2천 년 전에도 있었다. 전쟁 같은 사랑에 견주어선 발광한 사랑은 혼자만의 사랑이란 점에서 한편으로는 그 페이소스가 더하다 할 지니.

 


염가하상행(豔歌何嘗行)이라는 제목이 붙은 다음 漢代 악부시樂府詩는 이런 성격의 민가가 대개 그렇듯이 이 역시 작자를 알 수 없다. 이른바 민중가요라 해서 어느 한 사람에 의한 산물이 아니라 시간이 누적한 이른바 민중가요일 수도 있겠고, 그것이 아니라 특정 작가가 어느 한 때 격발(擊發)해 쓴 작품이라 해도 그 작자가 내 작품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작자가 無名氏 혹은 失名氏라는 이름으로 치부되곤 한다. 

이 시대 악부시에서는 사람이 아닌 여타 생물이나 무생물을 사람으로 간주해 작자 감정을 이입하는 일이 흔하거니와, 그리고 이 시대 또 다른 특징으로 대화체가 많으니, 이 시 역시 그런 특성을 유감없이 보인다. 한데 제목에서 이 시 성격을 ‘염가’(豔歌), 다시 말해 연애시라 규정한 데서 미리 짐작하듯이 이 시는 근간이 남녀간 연애를 노래한다.  

서북쪽에서 날아든 白鵠을 사람으로 간주해, 그들을 인간사 서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설정하되, 무슨 일이 있어 그들 중 어느 한 쪽이 병들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 그리하여 북쪽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을 설정해 이 둘의 심정을 투영한다. 

아래 작품에서 보겠지만, 병이 난 쪽은 암놈이다. 이런 노래는 각 문헌별로, 판본별로 텍스트 넘나듦이 적지 않은데, 그것은 훗날의 작업으로 미루면서 우선 대강 이런 작품이 있구나 하는 심정으로 봐주기 바란다.

한데 아래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마지막에 보이거니와, 살아있을 제 딩가딩가 놀아보자는 뜻이거니와, 하지만 이것이 맹목적 유피큐리언과는 거리가 멀어 한창인 지금 서로 사랑하며 살자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 이면에는 짙은 니힐리즘이 잠들어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가슴이 쓰리다. 앞서 소개한 시처럼 太白 李白의 春夜宴桃李園序에 보이는 그 농밀한 生에의 悲哀가 다시금 엄습한다.


飛來雙白鵠, 乃從西北來. 날아든 흰 고니 한 쌍 서북쪽에서 왔네

十五十五, 羅列成行.  수십마리씩 죽 늘어서 줄을 이루네 

妻卒被病, 不能相隨.  아내가 병들고 지치니 따를 수 없네 

五里一反顧, 六里一徘徊. 5리마다 돌아보고 6리마다 서성이네

吾欲銜汝去, 口噤不能開. 내 당신 물고라고 가겠지만 입이 붙어 열리지 않고

吾欲負汝去, 毛羽何摧頹. 내 당신 업고라고 가겠지만 날개 펼 수 없네

樂哉新相知, 憂來生別離. 즐거웠소 처음 사랑할 때, 하지만 지금은 근심 들어 생이별 

躇躊顧群侶, 淚下不自知. 머뭇머뭇 다른 짝들 돌아보니 나도 몰래 눈물나네

念與君別離, 氣結不能言. 그대와 이별한다 생각하니 목이 메어 말이 안 나온다오

各各重自愛, 道遠歸還難. 나도 당신도 몸조심 길 합시다. 길 멀어 돌아오긴 힘들겠소 

妾當守空房, 閉門下重關. 첩은 빈방 지키며 빗장 꽁꽁 걸어 문 닫겠습니다 

若生當相見, 亡者會重泉. 살아 다시 볼지 모르지만 죽어 저승에서라도 보겠지요 

今日樂相樂, 延年萬歲期. 오늘 우리 즐기세나 천년만년 누려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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