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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근자 가야사 복원을 들고 나왔다. 이에 의하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그는 “국정자문위원회가 지방정책 공약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그 속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꼭 포함시켜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보도로 새어나온 그의 지시 사항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 고대사가 삼국사 중심으로 연구되다 보니 삼국사 이전의 고대사 연구가 안 된 측면이 있고 가야사는 신라사에 겹쳐서 제대로 연구가 안 됐다”고 했는가 하면 “가야사가 경남 중심으로 경북까지 미친 역사로 생각하는데 사실 더 넓다”거나 “섬진강 주변 광양만, 순천만, 심지어 남원 일대가 맞물리는데 금강 상류 유역까지도 유적들이 남아 있다”고 했다고 한다.   

왜 가야사인가? 

다시 보도를 보면 문 대통령은 “그렇게 넓었던 역사이기 때문에 가야사 연구 복원은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며 “국정기획위가 놓치면 다시 과제로 삼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충분히 반영되게끔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대통령의 이런 지시가 상당히 뜬금없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대통령 자신도 그리 말했다고 하며, 참석자들도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하거니와, 그들이 이러했으니, 나는 오죽 더 하겠는가? 보도에 의하면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지금 국면과는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운을 떼면서 가야사 복원 사업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꺼내자 참석자들은 “가야사”라며 다소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의 이런 지시가 나온 그날, 나는 이 소식을 그날 늦게 접했다. 해직기자니깐 역시 정보 습득이 느린 모양이다. 그날 오후인가?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기환 형이 느닷없이 나랑 동명이인인 홍익대 교수 김태식의 연락처를 문자로 물어오기에, 속으론 “아니 이 영감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기사를 쓰려냐” 하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홍익대 김태식은 국내 고대사학계에서는 드물에 가야사 전공자로 독자적인 연구영역을 구축했다고 평가된다. 이런 그를 찾는다고 하니, 웬일인가 잠깐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곳저곳에서 관련 소식이 마구잡이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도대체 대통령 지시의 진의가 뭐냐는 문의도 있었다. 그네들도 모르는 숭고한 대통령의 뜻을 해직기자가 알 리가 있겠는가?   

다만, 소식이 분명해진 이상 그간 활로를 개척하지 못한 가야사가 이상 붐을 형성할 것이며, 더구나 가야사 전공자들이 바빠질 날이 왔다는 점은 분명했다. 나아가 대통령 지시사항을 보면 이 사업은 아무리 봐도 문화재청이 주무부처가 되어야 하는데, 문화재청으로서는 존재감 각인할 절호의 기회가 역설적으로 주어졌다는 생각도 떨치기 힘들었다.   

실제로 그런 듯하다. 대통령 지시가 나오기가 무섭게 내 주변 인사 중 가야사 전공자인 인제대 이영식 교수는 이곳저곳 불려다니고 인터뷰 요청을 받느라 정신이 없는 듯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내 생각했다. 도대체 가야사 복원을 대통령에게 꺼낸 이가 누구인가? 그 목적은 무엇인가? 이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지시가 나온 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나는 이 의문을 풀지 못한다.   

내가 아는 문 대통령은 역사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던 사람이다. 그가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하면서, 나는 이런 점들을 그의 측근에 포진한 사람들을 통해 알아봤지만 대통령은 이런 쪽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에 대한 교양 수준 또한 높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실은 이런 점들이 못내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가야사 복원을 들고 나왔다. 누군가가 분명히 대통령에게 가야사 복원을 펌프질한 것은 분명하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했을까? 

대통령이 거제 출생에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삼는 경남고 출신이라, 혹 이쪽 동문 출신 중에가야사 언저리에 종사하는 이들이 어떤 통로로 모종의 요구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대통령이 속한 경남고 졸업생 동기회장이 마침 고려사 전공인 박종기 국민대 국사학과 명예교수이고, 다른 동기 중에는 고고학도로 구석기가 주된 관심사인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도 있어, 나는 내심으로는 이들이 그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아닌 거 같다.   

한데 대통령 발언에서 유의할 대목이 있다. 앞서 보았듯이 대통령은 “가야사가 경남 중심으로 경북까지 미친 역사로 생각하는데 사실 더 넓다”거나 “섬진강 주변 광양만, 순천만, 심지어 남원 일대가 맞물리는데 금강 상류 유역까지도 유적들이 남아 있다”고 발언했다. 

이 말을 허심히 넘길 수 없는 까닭은 가야 고고학의 최신 성과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야의 영향 범위가 경남을 벗어난다는 사실은 실은 주로 최근 고고학 10년래의 성과다. 한데 저 말을 다름 아닌 대통령이 그대로 하고 있다. 분명히 가야사 복원 필요성을 대통령에게 제기한 이가 가야사 전공자임을 말해주는 증거로 보아도 대과가 없을 듯하다.   

대통령 주변에 가야사 복원을 진언할 이가 누구일까? 아무래도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삼는 가야사 전공자들이거나 혹 그쪽 향토사학자들일 수도 있다고 나는 본다. 마침 대통령이 당선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경남을 다녀오기도 했으므로, 이때 무슨 이야기를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가야사를 그가 들고 나온 배경에서 정치적 목적도 무시할 수 없다. 저 얘기를 하면서 대통령은 분명히 영호남 화합을 이야기했다. 가야사 복원이 뜬금없거나 느닷없다 해서 나는 그 필요성을 폄훼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것이 가야사건 뭐건, 저런 일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거부하고픈 생각이 나는 없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움직임은 멈출 수 없다.   

가야사를 복원하라! 

이런 대통령의 지시는 이제 기관차가 되어 달려야 한다. 그렇다고 없는 가야사가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되겠는가? 실체를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지시를 구체화할 가장 확실한 사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사업이다.   

이 가야 고분군은 김해와 고령 함안 등지의 가야시대 고분군을 한데 묶은 일련 유산으로서,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이다. 요새 움직임이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조금은 기력이 빠지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사업이 최우선으로 이젠 떠오르게 되었다.  

이 경우 문제가 있다. 대통령은 분명히 가야사 복원을 통한 영호남 화합을 내세웠다. 그것에 반드시 수학적으로 맞추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 취지를 살린다면 가야고분군 등재 후보에 호남지역 유산도 이제는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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