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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다. 느닷없이 사진쟁이 오세윤 작가가 서울에 나타났다. 내가 매번 경주에 갈 때마다 이런저런 신세를 지는 고향 김천 형이다. 서울시인지 종로구인지 암튼 공공기관 어디에서 사진 용역을 받은 모양인데, 그 작업 중 하나로 수송동 조계사를 촬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잘 됐다. 우리 공장 옥상이 내려찍을 만하니, 그쪽으로 안내하겠다 해서 이 장면이 있게 되었다. 

몇 년 전 재건축한 연합뉴스 수송동 사옥은 17층. 총 높이는 79m인가로 기억한다. 오 작가가 난간에 걸친 이 지점은 75m가량 되려나? 물론 이런 경험 많으니, 널찔 염려는 그닥 내가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안전사고 위험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오 작가처럼 사진을 전업과 직업으로 하면서 처자식 먹여살리는 사람들한테 저 정도 작업쯤은 위험 축에도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들은 때로는, 아니 언제나 목숨까지 내놓고 사진을 찍는다. 좀 맥락이 다른 이야기기는 하지만, 일전에 동해안 어디에서 좋은 금강송 사진 찍겠다고 어떤 노 사진작가가 그 풍광에 방해되는 다른 금강송과 주변 잡목을 무단으로 베어버렸다 해서 문제가 되었거니와, 그런 일을 우리는 노망 든 짓이라 했고, 나 역시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만, 그것도 좋게 보면, 치열한 작가정신 발로라 할 수도 있다. 남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싶다. 그만큼 사진은 미치거나 노망나지 않고는 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저 오 작가와는 천지사방 같이 다닌지 오래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서는 50도 육박하는 그 사막을 달려서, 그리고 기어서 모래 언덕을 올라 좋은 사진 찍겠다고 발악한 사람이다. 그 한여름 더위에 그의 등판, 그리고 그 등판과 언제나 살이 맞닿는 사진가방 안쪽 면엔 석회가 물을 만나 흘러내리면서 생긴 듯한 흰 얼룩이 덜룩덜룩 한가득했다. 비오듯한 땀이 흐르다 말라 소금이 된 까닭이다. 그가 걸친 옷과 그가 울러맨 사진가방엔 염화칼슘에 의한 백화현상이 일어난다. 내가 아는 사진작가들은 다 이렇다. 

그는 문화재 전문작가다. 문화재 사진을 주로 찍기에(과거 소시적엔 누드 사진도 좀 찍기는 했던 듯한데), 그리고 이 분야에서는 명성을 구축한 까닭에 그 작업 상당수가 박물관이나 중앙 혹은 지방자치단체 같은 기관 의뢰 일이 많다. 쉽게 말해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먹고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까닭에 저런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은 쉽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사진 좀 구할 수 없냐는 문의가 제법 많이 온다고 안다. 

그럴 때마다 사진작가들은 괴롭기만 하다. 대개 직간접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라, 더구나 개중에는 평소 신세를 지는 사람도 많은 까닭에 주지 않을 수도 없고, 거절하자니, 여러 후환이 두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아는 한, 결국은 눈 질끔 감고는 그가 부탁한 사진을 준다. 

하지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점이 저들은 전업작가라는 사실이다. 전업 작가한테는 사진이 곧 생명이다. 그것이 혼신의 예술품인 건 고사하고,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그런 사진은 저들에게는 곧 생명이요 피다. 그런 사진을 쉽게 달라해서는 안 된다. 그건 모멸이다. 설혹 그렇게 찍은 사진이 다른 기관에서 돈을 받고 찍은 것이라 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사진을 요청하는 쪽에서도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정말 어찌할 방도가 없을 때 그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는 한, 사진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특히 학문을 직업으로 하는 관련 분야 연구자들은 저들에게는 사진 자체가 생명이요 돈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향이 다대하다. 내가 부탁하는 사진은 상업용이 아니라 논문에 쓸 거라서....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사진 하나하나가, 혹은 개중 어떤 작품은 목숨과도 바꾼 것들이다. 저 오 작가는 내가 알기로 요새야 드론에 그 영역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좋은 항공사진 건지겠다며, 경비행기 자격증도 땄고, 실제 경비행기를 몬 적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불시착한 일도 있다. 더 간단히 말해 심심찮게 꼬나박았다. 경주 시내에 가면 흔하게 만나는 경주 지역 항공사진은 드론 등장 이전에는 90%가 오 작가 작품이다. 꼭 오 작가 아니라 해도 내가 아는 거개 사진작가가 다 그렇다. 

공짜로 달라? 

이건 몹쓸 짓이다. 달라 해도 첫째, 예의가 있어야 하며, 둘째, 그래서 그 경위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며, 셋째 그 금액의 크고작음에 구애받지 말고, 내가 그렇게 얻은 사진에 대해서는 보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논문에 쓰기 때문에 안 해도 된다? 논문에 쓰기 때문에 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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