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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37) 


입추(立秋)


 송 방저(方翥) / 김영문 選譯評 


별빛이 달빛처럼

넓은 하늘 비추는데


시름 겨운 잠이 깨니

밤은 자정 향해 가네


남은 더위가 침상을

괴롭혀도 무방하리


창너머 우는 나뭇잎

서풍에 흔들리니


星光如月映長空, 驚起愁眠夜向中. 殘暑不妨欺枕簟, 隔窗鳴葉是西風. 


입추는 24절기 중 13번째에 자리하므로 양의 계절이 음의 계절로 바뀌는 첫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아직 처서(處暑)까지는 늙은 더위(老炎)의 끝이 돗자리를 뜨겁게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완연한 가을 기운을 풍긴다. 하늘은 점차 맑아져 한밤중 별들은 달빛처럼 찬란하게 우주만물을 비추고 창밖에는 어느덧 요란한 가을벌레 소리가 시름 많은 인간의 심사를 어지럽힌다. 서풍(西風)은 가을바람을 가리킨다. 금풍(金風)이라고도 한다. 음양오행에서 서쪽은 금(金)에 속한다. 소리로는 상음(商音)이 이에 해당하므로 처연하고 슬프고 쓸쓸하다. 금(金)은 단단하고 날카로우므로 결실과 살기를 동시에 의미한다. 따라서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면서 숙살(肅殺)의 계절이기도 하다. 자연은 이 가을에 인간에게 풍성한 열매를 가져다주는 동시에 삼라만상을 심판한다. 입추는 추상의 계절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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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34)


저녁 더위로 연꽃 연못에서 놀다 다섯 수(暮熱遊荷池上) 중 넷째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입추인지라


남은 더위에 이르노니

어서 물러가라


야윈 매미 기운 많이

남아 있는지


석양에 소리 잦아들어도

쉼 없이 우네 


也不多時便立秋, 寄聲殘暑速拘收. 瘦蟬有得許多氣, 吟落斜陽未肯休.


매미는 한 달 동안 뜨거운 사랑을 나눴을까? 거미줄에 매달린 매미 시신이 뜨거운 햇살에 말라간다. 오랜 기간 땅 속에서 살다가 짧은 이승의 삶을 마치고 허공에다 영원히 몸을 묻었다. 뜨겁던 사랑, 뜨겁던 여름도 그렇게 물러나고 있다. 이 숨 막힐 것 같은 무더위도 담담하게 망각되어 어느 순간 추억으로 변하리라. 왕가위(王家衛)의 명화 『동사서독(東邪西毒)』에는 ‘취생몽사(醉生夢死)’라는 술이 나온다. ‘취생몽사’를 마시면 머릿속 기억이 사라진다. 황약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게 번뇌가 많은 건 기억 때문이라 하더군” 구양봉은 ‘취생몽사’를 마시고 기억을 잃는다. 『동사서독』은 왕가위 영화의 고전이다. 왕가위 영화의 일관된 주제는 ‘무상한 세월과 어긋난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취생몽사’란 술은 “세월이 약이겠지요”의 홍콩 버전인 셈이다. 입추가 멀지 않았다. 뜨거운 여름 뜨거운 사랑이 물러나고 있다. 아직은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지만 그 지긋지긋한 집착에서도 조만간 벗어날 수 있을 터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살을 에는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우리는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망각 저편에서 이 뜨거운 여름을 간절하게 그리워하며 추억할 것이다.



한시, 계절의 노래(127)


대서(大暑)


 금(金) 조원(趙元) / 김영문 選譯評 


메마른 구름 불 날리며

넓은 하늘 태우니


흰 태양이 완전히

시루 속에 떨어진 듯


광한궁 얼음 굴에

가지 못한 상황이라


부채 끝으로 얼마나

바람을 일으키랴


旱雲飛火燎長空, 白日渾如墮甑中. 不到廣寒氷雪窟, 扇頭能有幾多風.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아내린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더우면 염소뿔까지 녹아내릴까? 올해 더위는 정말 염소 뿔만 아니라 황소뿔도 녹일 지경이다. 대서는 24절기 중 열두번째이므로 연중 딱 절반에 해당한다. 대개 초복과 중복 사이에 위치하며 1년 중 가장 더운 때라 해서 이리 일컫는다. 대서 다음 절기가 입추(立秋)이니 이제 곧 가을로 들어선다. 물론 가을로 들어섰다고 해서 금방 더위가 물러가지는 않는다. 입추로부터 말복(末伏) 때까지는 막바지 노염(老炎)이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 없다. 이 시에 나오는 광한궁(廣寒宮)은 중국 전설에 달의 여신 항아(姮娥)가 거주하는 궁궐이라 한다. 음양오행에서 달은 음(陰)의 상징이므로 흔히 시원함, 추위, 빙설 등을 나타낸다. 광한궁은 너무나 멀리 있지만 벌써 창밖에는 풀벌레소리가 가득하고 휘영청 달빛 아래 선선한 바람이 가을 소식을 전해준다.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에서도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오는데,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면서 한 해를 이룬다(寒往則暑來, 暑往則寒來, 寒暑相推而歲成焉)”라고 했다. 자연의 이치는 그만큼 한치 어긋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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