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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부시집(樂府詩集·전 100권) 권 제16 고취곡사(鼓吹曲辭)에 수록된 노래다. 작자는 알 수 없고, 제작 연대는 한대(漢代)라는 사실만 확실하다.


한데 말이다. 이 노랫가락 들으면서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 전쟁 같은 사랑이라 하는데, 이같은 사랑이면 전쟁이 아니요 大戰이라 할지니, 실제 아래에 노래하는 사랑을 갈라놓은 한나라 시대 제1 주범은 전쟁이었으니, 걸핏하면 사랑하는 이를 북방 흉노와의 전쟁터로 보내야 했던 우리의 애인들은 이리도 처절하게 노래했다.


물론 이런 大戰 같은 사랑이 있었냐 하면, 고무신 바꿔 신는 사랑도 있었다. 심지어 남편이 있는 데도 개가해 버린 여인도 부지기였으니, 아, 그래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 했던가?


하늘이여                            上邪!

나 님과 서로 사랑하니           我欲與君相知

이 목숨 다하도록 변치말지니  長命無絶衰

산에 언덕이 닳아 없어진대도  山無陵

강물이 말라 없어진대도         江水爲竭

한겨울에 천둥이 친대도         冬雷震震

한여름에 눈이 내린대도         夏雨雪

하늘과 땅이 합쳐진대도         天地合

어찌 님과 헤어질 수 있으리    乃敢與君絶


2005.06.15 00:04:27


중국 대륙에 위진남북조시대가 종말을 고해 가던 무렵, 지금의 장강 일대에 명멸한 남조(南朝)의 마지막 양(梁) 왕조와 진(陳) 왕조는 문학사에서는 연애시의 전성시대였다. 이런 연애시를 당시에는 염가(艶歌)라고 하거니와, 낭만주의 시대 서구 유럽 프랑스에서 베를렌느가 그러했듯이 눈물 질질 짜는(tear-jerking) 감수성 예민한 연애시가 쏟아져 나왔거니와, 대체로 이 시대 이런 염가는 여성을 화자(話者)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시대는 연애시가 흥성하던 전성기일 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그런 연애시만을 모은 연애시 앤쏠로지가 편찬되던 시기이기도 했으니, 이 시대 유신(庾信)과 함께 남조의 염가 시단을 양분한 서릉(徐陵507~583)이 편집한 《옥대신영》(玉臺新詠)이 그것이다.

 

이 《옥대신영》(玉臺新詠)은 마침 한국학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학술명저번역총서’ 중 ‘동양편’에 포함되어, 최근 권혁석 충주대 중국어과 교수에 의해 완역본 전 3권으로 도서출판 소명에서 선보인 바, 이에 대해 나는 서평기사는 물론이요, 이곳 블로그에서도 두어 번 언급한 바가 있다.

 

이 자리서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이 《옥대신영》 권 제1‘잡시’(雜詩)에 수록된 9수 중 하나로, 원작에 의하면 이들 시 대부분은 전한(前漢) 초기에 사마상여와 더불어 부(賦) 작가로 명성을 떨친 매승(枚乘)이란 사람을 거론하고 있거니와, 과연 매승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樂府體 연애가는 한대(漢代)에 흥성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니,

 

각설하고 그 시를 보기로 한다. 

 

蘭若生春陽 난초와 두약 봄볕에 자라고 

涉冬猶盛滋   겨울 지났건만 무성하기만 하네

願言追昔愛 바라건대 옛사랑 쫓고파  

情欵感四時   그리움에 네 계절 감동하네

美人在雲端 아름다운 님 구름 끝에 계시니 

天路隔無期   하늘로 가는 막혀 만날 기약 없네

夜光照玄陰 달빛이 어둠 비추니 

長歎戀所思   길게 탄식하며 임 그리네

誰謂我無憂 뉘 말했나? 내겐 걱정 없다고 

積念發狂癡   쌓인 그리움에 미쳐 날뛰다 바보가 되었느니 

 

아! ‘전쟁 같은 사랑’이란 노래가 요즘 노래방에서도 애창곡 중 하나로 널리 불려지거니와, 그 전쟁 같은 사랑에 견주어 그리움이 사무쳐 마침내 발광했다가, 그것도 모자라 완전히 등신이 되어 버린 사람이 2천 년 전에도 있었다. 전쟁 같은 사랑에 견주어선 발광한 사랑은 혼자만의 사랑이란 점에서 한편으로는 그 페이소스가 더하다 할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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