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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08)


덕수궁 중명전 은행나무



낙엽(落葉)


[明] 주초(朱樵) / 김영문 選譯評 


초록 잎새 그림자

겹겹이더니


가을 오니 쑥덤불 따라

굴러가누나


나무에 기댈 힘

없는 탓이니


함부로 서풍을

원망치 말라


綠葉影重重, 秋來逐轉蓬. 自無依樹力, 莫謾怨西風.


가을은 뭐라 해도 낙엽의 계절이다.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송옥(宋玉)은 「구변(九辯)」이란 초사 작품에서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쓸쓸하다! 나뭇잎 떨어져 스러짐이여!(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草木搖落而變衰)”라고 탄식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한시 작품 중에서 ‘슬픈 가을(悲秋)’의 원조라 할만하다. 당나라 두보는 「높은 누대에 올라(登高)」라는 칠언율시에서 “가 없는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고, 끝 없는 장강은 콸콸콸 흘러오네(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라고 읊었다. ‘우수수(蕭蕭)’와 ‘콸콸콸(滾滾)’이라는 자연의 소리를 견뎌낼 인간은 없다. 두보는 이 두 마디의 의성어로 세월의 무정함과 시간의 폭력성을 드러냈다. 의성어의 절실함을 이보다 더 심도 있게 드러낸 시는 드물지 않을까 한다. 인간은 저 ‘우수수’와 ‘콸콸콸’ 사이에서 ‘슬프다!’란 한탄만 내뱉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낙엽일 뿐이다. 심지어 위의 시에서는 가을 잎이 스스로 나무에 기댈 힘조차 없어서 떨어진다고 했다. 그렇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은 가을바람 탓이 아니다. 끝내는 나무에 의지할 기력조차 없어서 때마침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몸을 싣는다. 나무에 기댈 힘조차 없다니... 온 산천 온 거리에 낙엽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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