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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71)


제비를 보내며(送燕)


 명 석보(石寶) / 김영문 選譯評


가을 제사 소식 일찍 듣고

돌아갈 생각으로


새로 낳은 새끼 위해

날개옷 다듬누나


옛 보루는 내년에도

아무 탈 없을 테니


주렴에 동풍 불 때

날아오길 기다리리


蚤聞秋社已思歸, 更爲新雛櫛羽衣. 故壘明年管無恙, 東風簾幕待君飛. 


추사(秋社)는 옛날 가을철에 토지신에게 올리던 제사다. 민간에서도 선조들 산소를 찾아 시제(時祭)를 올렸다. 지금도 각 문중마다 시제를 올리는 풍습이 남아 있다. 시제 때 축관이 축문 읽는 소리를 들으면 자못 엄숙하고 창망한 느낌이 든다. “계절은 흘러 서리와 이슬이 이미 내렸습니다. 선영을 소제하고 올려다보니 그리운 마음 이길 수 없습니다. 삼가 맑은 술과 몇 가지 제수로 경건히 시제를 올립니다. 흠향해주시옵소서.(氣序流易, 霜露旣降, 瞻掃封塋, 不勝感慕. 謹以淸酌庶羞, 祗薦歲事, 尙饗.)” 낭랑한 목소리에 구성진 가락으로 축문을 읽던 문중 장로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이젠 내가 꺽꺽대는 목소리로 억지로 축문을 읽어야 하는 시절이다. 음복 대열 말석에 앉아 떡 한 조각 받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상석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아니 제관이 몇 안 되니 상석과 말석을 구분할 수조차 없다. 시제에 참석하는 제관들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므로 이 풍속조차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다. 장구한 역사에서 풍속이 바뀐 것이 한 두 번이랴? 시절의 변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이 무렵 전선줄이나 높은 나무 위에는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려는 제비 떼가 줄지어 앉아 있다. 오늘 올려다본 하늘 위에도 남쪽 귀환을 준비하는 제비 떼가 장엄한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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