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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타향에서 고향 그리워하며 


중국 문학에서는 이른바 변새시(變塞詩)라 해서, 머나먼 서역 변방 전선에 투입되어 그곳 생활을 토대로 이런저런 일상과 풍광과 심정을 노래한 영역을 개척한 잠삼(岑參)이란 인물이 남긴 시 중에 하서춘모억진중(河西春暮憶秦中)이라는 제목을 단 작품이 있다. 우선 제목을 풀면 하서(河西)와 진중(秦中)은 지명이니, 하서란 주로 돈황 서쪽 서역을 말함이요, 진중이란 당시 서울 장안 일대를 지칭한다. 모회(暮憶)란 글자 그대로는 사모하며 기억한다는 뜻이거니와, 사무치며 생각한다는 정도로 보아 대과가 없다. 춘(春)이라 했으니, 이 노래 읊을 시기는 봄임을 알겠다. 아마도 꽃피는 봄이 오니,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했나 보다. 잠삼은 고향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시로 보아 장안 일대 어딘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듯하다. 《全唐詩》 卷200에 실렸다. 


하서에서 봄에 진중을 그리워하며

河西春暮憶秦中


渭北春已老

河西人未歸

邊城細草出

客館梨花飛

別後鄕夢數

昨來家信稀

涼州三月半

猶未脫寒衣


위수 북쪽 봄은 이미 저물어도

하서 사람은 돌아가지 못하네

변방 성엔 가는 풀 돋아나고 

객사에는 배꽃이 흩날리네

헤어진 뒤엔 고향 꿈 자주 꾸나

이즘엔 집에서 오는 편지도 드무네

양주엔 삼월도 반이 지났건만

아직 겨울옷도 벗지 못하네 


누군가 하서에 체류하다가 진중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그를 전송하며 소회를 읊었거니와,  위북(渭北)은 위수 북쪽이라, 그가 돌아가는 진중을 말한다. 하서인河西人이란 하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을 말함이 아니요, 하서로 파견나와 여전히 돌아가지 못하는 시인 자신이다. 변성邊城이란 잠삼이 머무는 서역 땅을 말함이요, 세초細草란 이곳 사막에서 자라는 풀을 말하거니와, 봄이라 이제 겨우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모습일 수도 있다. 계절이 봄임은 객관에 심은 배나무 꽃이 한창이라는 묘사에서 엿보거니와, 이곳 량주 땅은 삼월이 절반, 그러니깐 양력으로는 4월 중순이 지났음에도, 기후 풍토 때문에 여전히 겨울옷을 입고 있다고 한다. 


함께 허서 땅에서 지내다가 먼저 돌아가는 이가 부러웠나 보다. 고향 생각 그만큼 더 간절해진 듯, 그가 떠나자 부쩍 고향 꿈을 자주 꾼다고 하니 말이다. 글쎄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고향 꿈을 자주 꾸지는 않은 듯하다. 



경주 서악동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149)***


고향 생각(鄕思)


 송 이구(李覯) / 김영문 選譯評 


사람들은 해지는 곳이

하늘 끝이라 하지만


하늘 끝까지 다 바라봐도

고향 집 안 보이네


푸른 산에 가로 막혀

한스럽기 그지없는데


푸른 산은 또 다시 

저녁 구름에 가려졌네


人言落日是天涯, 望極天涯不見家. 已恨碧山相阻隔, 碧山還被暮雲遮.


고향은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곳이다.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온갖 미움의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백 년 이어내린 선조들의 분묘가 있는 곳이며 지금도 일가붙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한편으로 살갑고 정다운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겹고 숨막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명절이면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고향의 골목, 산자락, 물가에 서면 잊고 있던 추억들이 푸릇푸릇 되살아난다. 온갖 명당 전설이 깃든 산등성이의 선조님들 덕분에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살아가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인습의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이제 낫질하고 예초기 돌리는 자손은 우리 대에서 끝날 성 싶다. 어릴 적 낫질과 지게질에 익숙한 세대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 세대는 낫질과 지게질 대신 컴퓨터와 휴대폰이 일상이다. 또 겨우 한 두 명의 아이들이 수많은 선조의 분묘를 돌보는 건 불가능하다. 각 집안마다 온갖 납골묘에다 공동 분묘를 설치하지만 그게 과연 얼마나 가겠는가? 조선 500년의 풍습이 이처럼 끝나고 있다. 언제나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고 또 그렇게 흘러온다. 안타까워하지 말자. 고향은 늘 구름에 가려진 푸른 산 너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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