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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4

호박=향수=고향 이라는 주물鑄物한 등식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이 풍경만 보면 고향과 오버랩한다. 대중가요로도 化한 정지용 시 향수 잔영도 있는 듯 하지만 이 옥천 촌 출신 지용은 실은 그 시대 댄디즘 선봉에 선 사람이라 그 시절에 커피 마시며 다방 드나들며 네꾸타이 매고 쓰는 안경도 한창 뽀대 낸 그걸 착장하고 다녔다. 얼룩배기 황소 운운했지만 그 집이 초가였는지 기와집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암튼 옥천 읍내 그의 생가라고 복원한 데는 초가라 그 돌담 흙담엔 저와 같은 풍경을 작위로 연출한 모습을 이태 전에 봤다. 나는 초가서 나고 초가서 자랐다. 국립민속박물관 마당에 뽑아다 놓은 오촌댁은 사대부가 전형이라 저 초가 세트를 해놓고는 호박 심어 저리 해 놨는데 그게 고향이며 우리네 근대 전근대라 해서 저리 해놨음 싶다. 다만 저것이 고.. 2022. 10. 10.
희귀본 가득해 놀란 정지용문학관 (1) 얼룩배기 황소는 워디? 누구 생가 이런 데는 내가 문화재로 밥을 먹고 산다 해도 발길이 내키지는 않는 곳이라 대체로 초가 한두 채 천편일률하는 모습으로 새로 지어놓고는 이게 생가요 하는 그 몰골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 까닭이라 충북 옥천은 내 고향 김천에서는 가까운 곳이긴 하나 소백산맥으로 갈라지고 더구나 옛날엔 같은 상주 권역 경상도라 해도 지금은 충청도에 붙어 심리조차 멀어진 곳이긴 하다만 누구 생가란 점에서 이곳은 시인 정지용과 박정희 와이프 육영수 고향이란 점을 대서특필하거니와 개중에서 전자는 내가 익히 듣던 바요 후자는 그런가? 하는 정도로 나로선 뇌리에 박힌 전통은 아니어니와 그제 마침 일이 있어 이곳을 들른 길에 표지판 살피니 두 곳이 아주 가차워 그래도 이곳까지 와서 들르지 않을 순 없단 의무가 발동해 둘렀으니.. 2021. 8. 20.
잠삼(岑參) <하서에서 진중 그리워(河西春暮憶秦中)> 먼 타향에서 고향 그리워하며 중국 문학에서는 이른바 변새시(變塞詩)라 해서, 머나먼 서역 변방 전선에 투입되어 그곳 생활을 토대로 이런저런 일상과 풍광과 심정을 노래한 영역을 개척한 잠삼(岑參)이란 인물이 남긴 시 중에 하서춘모억진중(河西春暮憶秦中)이라는 제목을 단 작품이 있다. 우선 제목을 풀면 하서(河西)와 진중(秦中)은 지명이니, 하서란 주로 돈황 서쪽 서역을 말함이요, 진중이란 당시 서울 장안 일대를 지칭한다. 모회(暮憶)란 글자 그대로는 사모하며 기억한다는 뜻이거니와, 사무치며 생각한다는 정도로 보아 대과가 없다. 춘(春)이라 했으니, 이 노래 읊을 시기는 봄임을 알겠다. 아마도 꽃피는 봄이 오니,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했나 보다. 잠삼은 고향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시로 보아 장안 일대 어딘가.. 2018. 10. 2.
향수에 젖어 한시, 계절의 노래(149)*** 고향 생각(鄕思) 송 이구(李覯) / 김영문 選譯評 사람들은 해지는 곳이하늘 끝이라 하지만 하늘 끝까지 다 바라봐도고향 집 안 보이네 푸른 산에 가로 막혀한스럽기 그지없는데 푸른 산은 또 다시 저녁 구름에 가려졌네 人言落日是天涯, 望極天涯不見家. 已恨碧山相阻隔, 碧山還被暮雲遮. 고향은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곳이다.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온갖 미움의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백 년 이어내린 선조들의 분묘가 있는 곳이며 지금도 일가붙이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한편으로 살갑고 정다운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겹고 숨막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명절이면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고향의 골목, 산자락, 물가에 .. 2018.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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