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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어구



한시, 계절의 노래(178)


가을에 형문으로 내려가다(秋下荊門)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형문에 서리 내려

강가 나무 휑한 때에


베 돛은 무탈하게

추풍 속에 걸렸네


이번 길은 농어회를

먹으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명산 좋아

섬중으로 들어가네


霜落荊門江樹空, 布帆無恙掛秋風. 此行不爲鱸魚鱠, 自愛名山入剡中.


아미산 반달을 데리고 이백은 어디로 갔을까? 「아미산 달 타령(峨眉山月歌)」에서 제시한 경로대로 평강강의 청계를 떠나 투주(渝州: 지금의 충칭重慶)를 거쳐 삼협(三峽)을 통과했다. 지형이 험하고 물살이 세찬 삼협을 지날 때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여러 번 겪었으리라. 가슴 졸인 험로를 빠져나온 후 이백은 짐짓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자기가 탄 배의 베 돛은 아무 탈이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것도 유명한 ‘포범무양(布帆無恙)’이란 고사성어를 빌려서 말이다. 동진(東晉)의 화가 고개지(顧凱之)는 한 때 형주자사 은중감(殷仲堪)의 막료로 있다가 잠시 귀향할 때 그의 돛배를 빌려 파총(破冢)이란 곳을 지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강풍을 만나 배가 파손되었다. 고개지는 은중감에게 편지를 띄워 베로 만든 돛만은 무사하다고 소식을 알렸다. 대체 도와달라는 말인가, 아닌가. 어떻든 이후 ‘포범무양’이란 말은 무탈한 여행길을 비유하는 성어로 쓰이게 되었다. 험준한 파촉의 산하를 벗어난 이백 앞에는 형문산 석벽 아래로 드넓은 장강이 펼쳐지고 있었다. 때는 강가 나무의 잎조차 모두 떨어진 늦가을이니 그 휑한 공허감이 아득한 장강 물결과 어울려 더욱 광막한 느낌을 짙게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백의 너스레는 제3구에서 어린 아이 같은 시치미로 이어진다. 아무도 이백의 여행 목적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백은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이번 여행은 농어회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섬중(剡中)의 아름다운 강산을 구경하러 간다고 굳이 강조한다. 이 대목을 읽고 우리는 이백의 이번 장강 여행 목적이 볼 것도 없이 오(吳) 땅의 농어회를 먹기 위한 것임을 직감한다. 그럼 반달 뜬 아미산에서 출발한 행차는 결국 미식 여행에 불과했다는 것인가? 그런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를 읽고 미식 여행의 유래가 매우 오래 되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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