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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7

잃은 것은 글쓰기요 얻은 것은 각주다 내가 요새 틈나는 대로 노산 이은상을 읽는 중이다. 1903년생인가일 것이다. 노산은 직업적 학문종사자와 문필가 중간에 걸치는 사람이다. 이 세대 글쟁이가 거의 그렇다. 양주동이며 리선근이며 하는 인물들이 다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그런 까닭에 논문도 적지 않게 썼다. 한데 이들의 논문은 그 자체가 문학작품이라는 느낌을 다분히 받을 정도로 그 문체가 맛깔나고 유려하다. 혹 강건체 만연체가 많음에도 그 흐름이 방향을 받지 않고 무슨 물결과 바람에 의지에 배를 타는 기분이다. 이기백은 1924년생으로 안다. 벽사 이우성은 한살 적을 것이요 고병익은 1923년생으로 기억한다. 이들은 직업적 학문 시대를 본격으로 연 사람들이라 소위 잡문도 무슨 딱딱한 논문투를 벗어나지 못해 현미밥을 씹는 기분이다. 독특한 인물.. 2024. 3. 13.
글에 따라 위치가 중요한 주석 주석을 책 뒤로 몰아버리는 후주後注는 구미와 일본 쪽 전통이다. 내가 늘 말하지만 이런 후주가 우리네 글쓰기와는 전연 어울리지 않는다. 구미 쪽 후주는 실은 안 쳐다봐도 읽기에 방해가 전연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주석이 본문과 일체화해서 주석과 동시에 읽어야 하는 글 천지다. 이건 또 내가 늘 말했듯이 주석을 오인한데 따른 참사다. 이 하이쿠 주석 보다시피 뒤로 돌린 후주다. 이 후주 없으면 본문을 이해 못한다. 본문 읽고 뒤로 가서 주석 찾다 보면 짜증이 밀려온다. 이 경우는 당연히 각주를 해당 페지 아래로 돌리는 각주, 혹은 측면으로 돌리는 측주를 택했어야 한다. 각 하이쿠별로 저렇게 노는 페이지 뭘 한단 말인가? 뭐야 여백의 미야? (2016. 1. 22) *** 아주 간단한 주석은 본문 괄호.. 2024. 1. 22.
각주脚注, 표절의 다른 이름 난 내 논문에서 각주 되도록 안 단다. 각주는 원전, 보고서류와 같은 이른바 프라이메리 자료에 되도록 국한한다. 그래서 내 글이 훌륭하다는 말 하지 않겠다. 하지만 우리 학술논문엔 각주가 너무 많다. 덕지덕지 썩은 갑판 밑에 달라붙은 조개껍데기만 같다. 내 보기엔 그 각주 중에 5분의4는 필요없다. 각주가 적을수록, 아니 없을수록 그 글은 훌륭하다는 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음...결국 내 글이 훌륭하다는 뜻이네? (2014. 6. 20) *** 각주는 결국 신세짐에 대한 고백이요 그 고백은 표절 혐의로부터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글을 망치는 주범이 각주라, 미주라, 협주라, 후주라 이 덕지덕지한 각주가 리딩을 자주 방해하며 그 각주란 것도 살피면 도대체 이런 대목에 왜 그런 각주가 있어야 하는지 의뭉함.. 2023. 6. 21.
남의 논문 잔뜩 인용한 글 치고 좋은 글 없다 대개 논문을 보면 첫부분에 각주가 잔뜩 달리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초반부에 거개 선행연구성과를 검토하기 때문이다. 역주도 마찬가지 현상이 대체로 벌어지는데 반복을 피하므로 줄어들기도 하겠지만 대개 이 때는 초반부에 에너지를 허비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네 논문 게재시스템을 보면 거개 학술대회 같은데서 한 번 발표했다가 투고하는 식인데 나 또한 두번 다시 쳐다보기가 싫다. 그래서 외국과는 달리 우리는 공개발표회 초록을 실은 완성본에 가깝도록 충실히 쓰야한다. 그리고 내가 늘 주장하듯이 정말 좋은 논문은 각주가 얼마 되지 않고, 각주가 더럽게도 많은 논문으로서 정말 좋은 논문은 각주 대부분이 원전인용인 경우다. 좋은 글을 쓰고싶거들랑 남의 논문은 패대기를 쳐야한다. 선행연구는 글.. 2020. 10. 3.
왜 논문을 읽지 말아야는가? 나는 언제나 논문을 읽지 말라고 한다. 남들 논문 읽어, 그것을 소화한다 해서 좋은 논문 나오는 법 결코 없다. 내 열 손가락 다 지져도 좋다. 이를 탈피하지 못하니 매양 논문이라는 것들을 보면 남들 무슨 얘기했다 잔뜩 나열 정리하고는 그에 대한 비판이랍시며, 지 말 한두마디 보태고는 그걸 논문이랍시며 제출하곤 한다. 논문이 논문을 쓴다는 말은 이렇게 해서 언제나 적어도 국내 학계에서는 정당하다. 그런 까닭에 제아무리 뛰어난 논문이라 해도, 그 전체 중 음미할 만한 곳은 10%도 되지 않는다. 걸러내고 나면 남은 대목이 없다. 좋은 글, 좋은 논문은 나는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나 그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강렬해야 한다. 언제나 지적했듯이, 지금 우리네 글쓰기 논문쓰기를.. 2020. 9. 14.
가독성을 방해하는 후주後注 이 《안씨가훈顔氏家訓》은 내가 늘 심금을 울리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거니와, 비단 나만 그렇지는 않아서인지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번역본만 해도 축쇄본까지 포함한 4종 정도가 된다고 파악한다. 사진은 개중에서도 역자 전공이 이른바 문학사가가 아니라 역사학도 옮김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거니와 나머지는 중문학을 전문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번역한 것으로 안다. 이 역본을 포함해 이 출판사는 주석을 책 뒤편으로 한꺼번에 몰아넣기는 하는 이른바 후주後注 시스템을 채택한다. 본문 이해를 돕기 위한 첨언을 주석注釋(혹은 註釋)이라 하며, 그것을 배치하는 위치에 따라 해당 본분 페이지 하단에 배치하는 방식을 각주脚注footnote라 하고, 본문 괄호에다가 작은 글자로 보충한 주석을 협주夾注 혹은 세주細注 혹은 분주分注.. 201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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