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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7

목판 활자 필사본 동아시아에서 이 세 가지 책 제작 매체는 시간 순으로 하나씩 발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병렬적으로 발전하였다. 목판은 대량생산의 수요가 있는 중국. 활자는 굳이 한국에서 발전한 이유는 딱 그 독서층의 수요 때문이다. 일본에서 필사본이 주류를 이루다가 임란 이후 처음에 활자로 개판한 것은 결국 독서층의 당시 수요를 반영한 것이고 이후 목판으로 전환한 것은 독서층의 증가를 의미한다. 목판, 활자, 필사본은 그 사회의 독서수요에 따른 변용이다. 어느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발전을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다. 필사본, 목판, 활자로 발전하여 활자가 가장 발전된 형태라고 쉽게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2024. 3. 6.
붕어를 출판하고 국화를 인쇄하는 틀 난 붕어빵보다는 붕어빵을 찍는 틀을 먼저 본다. 저걸 주시하는 이유는 떡판 다식판이 진화한 형태인 까닭이다. 저걸로 모양을 내는데 그래서 같은 종류의 빵을 틀이 망가지기 전까지는 무한히 찍어낸다. 이 찍어냄이 바로 인쇄印刷다. 그러니 빵을 찍어내는 행위는 출판이다. 국화빵이라고 다르겠는가? 이 역시 국화를 인쇄하며 출판한다. 인쇄도 출판도 이젠 영역을 확대할 때다. 2024. 2. 27.
세종 시대 책을 뜯어 커버로 삼은 안춘근의 《출판사회학》 한때 지금 직장에 좀 회의를 느낀 나머지 다른 직장은 좀 나을까 싶어 이것저것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출판업계였는데, 물어본 분마다 다들 말리시는 바람에 그만두고 말았다. 요컨대 학예연구사가 문화재를 좋아한다고만 되는 게 아니듯, 출판도 단순히 책을 좋아해서 뛰어들 분야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 대답은 "그렇군요...그렇겠죠."였고. 그랬기 때문에 나에겐 이 책이 더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출판인이자 서지학자요, 당대 으뜸을 다투던 고서 수집가 남애南涯 안춘근(安春根, 1926-1993)이 1969년 지은 《출판사회학》이란 책이다. 출판사는 저 유명한 통문관通文館이니 발행인은 당연히 그 주인 이겸로(李謙魯, 1909-2006) 선생이다. 출판이란 무엇이고, 사회 안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특.. 2022. 7. 31.
2쇄가 나은 책, 추방해야 하는 증정 전통 연극에서도 그런 줄로 안다. 개막 초창기 공연은 아무래도 아귀를 맞춰나가는 과정이라 삐걱거림이 있기 마련이라 초반 공연 몇 차례 소진하고 난 다음 공연이 관객한테 안정감을 그만큼 많이 준다고 말이다. 책 역시 초판 1쇄보다는 2쇄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판본이다. 오타니 뭐니 하는 것들을 아무리 세밀히 살핀다 하지만, 없을 수가 없다. 저자가 가장 애착을 지니고 교정할 때도 바로 1쇄를 소진하고 2쇄로 넘어갈 때다. 3쇄 이후는 듬성듬성 하고 만다. 이걸 아는 사람들은 1쇄가 소진하고 2쇄를 기다리기도 한다. 한데 이리 되면 문제가 생긴다. 1쇄를 소진해야 하는데, 그 동력을 잃는다. 나아가 요샌 출판이 아니라 인쇄를 하는 일이 많아, 독자를 생각지 않고 제 만족을 위해, 제 업적 과시를 위해 책을 찍는 일.. 2021. 12. 23.
가독성을 방해하는 후주後注 이 《안씨가훈顔氏家訓》은 내가 늘 심금을 울리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거니와, 비단 나만 그렇지는 않아서인지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번역본만 해도 축쇄본까지 포함한 4종 정도가 된다고 파악한다. 사진은 개중에서도 역자 전공이 이른바 문학사가가 아니라 역사학도 옮김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거니와 나머지는 중문학을 전문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번역한 것으로 안다. 이 역본을 포함해 이 출판사는 주석을 책 뒤편으로 한꺼번에 몰아넣기는 하는 이른바 후주後注 시스템을 채택한다. 본문 이해를 돕기 위한 첨언을 주석注釋(혹은 註釋)이라 하며, 그것을 배치하는 위치에 따라 해당 본분 페이지 하단에 배치하는 방식을 각주脚注footnote라 하고, 본문 괄호에다가 작은 글자로 보충한 주석을 협주夾注 혹은 세주細注 혹은 분주分注.. 2019. 9. 5.
번들번들 돌가루종이 물론 돌가루종이를 선호하는 곳도 있으리라. 박물관 미술관 같은 데서 펴내는 카탈로그 도록은 압도적으로 이 번들번들 돌가루 종이를 선호하거니와 그래야 사진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가격 구조가 어찌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돌가루 번들번들지를 텍스트 위주 책에도 전용하는 일이 많으니 이건 독자를 우롱하는 짓이다. 이 돌가루 종이는 무엇보다 무겁기가 둔기를 방불하고 나아가 반사 때문에 읽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다. 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런 출판업자랑 그걸 승인한 기관은 이런 돌가루 책으로 대가리를 치고 싶다. 이게 책인가? 칼부림이지? 도대체 어떤 정신머리로 이런 지질의 책을 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혹 출판업자도 할 말은 없지 않으리로대 그거야 내가 알 바도 아니다. 이런 책은.. 2019.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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