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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그 나물에 그 밥, 신라사 지난 100년의 역사

by taeshik.kim 201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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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 어떤 자리에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보가 예정된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을 만났더니, 새삼스레 명함 한 장 달라면서 이르기를, "최근에 나온 책자들 좀 보내주겠다"고 한다. 며칠 뒤, 저들 책자 4종이 우편물에 묻어왔다.

뜯어보니 지난 8~9월 두 달간 경주 지역에서 열린 신라 및 박물관 방재 시스템 관련 학술대회 발표집이었다.

주최별로 보니 국립경주박물관이 주최한 것으로는 '6세기 신라 석비石碑의 세계' 한 종이 있고, 나머지는 유관 기관들이 개최한 것들이었다. 


지진방재 심포지엄이야 워낙 분야가 달라 논외로 치고, 이른바 정통 역사학, 정통 신라사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이 관여했을 법한 학술대회 발표집을 죽 훑어봤다.

저런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소식과 그 내용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듣기도 했고, 접하기도 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저들 학술대회는 국민 세금, 시민 세금이 재원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 말해 주최측과 발표진에는 공공성을 우리가 요구하는 가장 주된 근거가 된다. 더 간단히 말한다.

발표진 혹은 토론진이야 지들 지적재산권 운운하며, 내가 배운 것들을 나눠주는 자리라 생각할 지 모르나, 국민 세금 혹은 시민 세금 먹고 하는 발표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발표진과 토론진을 훑어봤다. 예상한 대로였다. 각기 다른 기관이, 각기 시기를 달리하며 개최한 학술대회 세 곳에 같은 이름이 등장한다. 겹치기 출연이다.

등장 맥락 역시 실로 다양해서 기조강연을 했는가 하면, 개별 발표 토론진에도 들어갔고, 종합토론 좌장에도 이름을 올린다.

더 놀라운 점은 시계추를 30년 전,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똑같은 사태가 벌어져 저 이름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저 이름, 30여년 전부터 신라사 관련 학술대회에 빠지지 않는다. 

더 놀라운 점은 그 30년 혹은 40년간, 신라를 바라보는 논조 자체가 단 한 군데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초지일관이라, 매양 그 소리가 그 소리라, LP판 틀어놓은 듯해서, 매양 그 말이 그 말이라 늘어진 카셋 테입으로 듣는 철 지난 유행가 같다.

무한 자기 표절을 일삼는 자들의 7080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을 보는 것만 같다.

뭐 장고야 총질 일삼다 한동안 은퇴했다가 복귀하기나 해서 그 복귀가 반갑기야했지, 저들은 지난 수십년 간 단 한 순간도 은퇴를 모르는 영원한 현역이다.  

비단 그뿐인가? 신라사학계 원로 혹은 중진이라 분류되는 나머지 者들도 하등 다를 바 없어, 매양 그 소리가 그 소리만 하는 자들이다.

물론 그런 점을 고려해 주최측에서는 이른바 신진으로 분류될 만한 이들을 끼워넣어 팔기도 하며, 개중 그런 발표에서 더러 경청할 구석이 있기는 하거니와, 저들 발표 중에서도 그런 눈길 끌 만한 것으로 한둘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매양 하는 말이 신구 조화를 이루어 신라사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니 마는 소리를 곁들이기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전반으로 보아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학계 소위 신진이니 혹은 그 중진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들이 발표 혹은 토론을 통해 표출한 견해들이란 것을 훑어봐도, 이런 발표 이런 토론에 왜 내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는지 나는 그 까닭을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무한반복 재생하는 그런 소리, 나는 이젠 치를 떤다. 더더구나 그런 발표 토론들에서 나는 공공성을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돌이켜 보면 지난 100년의 신라사 연구는 금서룡今西龍과 말송보화末松保和의 무한 재생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금서룡이 A라 하고, 말송보화가 B라고 했던 것을 C 혹은 D라고 주장한 데 지나지 않는다.

소위 문제의식이라 해서, 새로워진 것은 암것도 없고, 연구지평이라 해서, 食문화를 끌어들였다 해서 그 지평이 넓어졌는지 모르나, so what이라는 물음에는 여전히 꿀먹은 벙어리다.

뭐 신라 사람들이 김치를 먹은 사실이 밝혀진다 한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인가? 

새로운 금석문이 발견되면 무엇하겠는가?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지들이 보고 배운 바로 그것으로써, 그 새로움을 시종일관해서 그 시각으로써 재단하고 끌어대는데 이리해서 무슨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겠는가? 

물이 고이면 썩는 법이다. 그 썩은 물에서 풀이 자라났다.

녹조라는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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