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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술잔으로 분분히 날아드는 눈보라

by taeshik.kim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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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17)





눈을 감상하며(賞雪吟)

[宋] 소옹(邵雍) / 김영문 選譯評 


한 송이 두 송이

분분히 눈 내리고


석 잔 다섯 잔

훈훈히 술 취하네


이 순간 이 상황은

말로 표현 못하나니


천지 기운 화합하여

어울려 서리는 듯


一片兩片雪紛紛, 三杯五杯酒醺醺. 此時情狀不可論, 直疑天地才絪紜. 


첫눈 오는 날 만나자던 약속을 기억하시는지? 계절은 본래 이처럼 무정하게 박두하는 법이다. 가을을 전송할 채비를 전혀 하지 못했는데 벌써 하늘에서는 흰 눈이 분분히 쏟아진다. 눈발로 가득 덮인 하늘과 땅은 경계를 허문다. 가히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도 희다(月白雪白天地白)”는 경지다. 가을은 그렇게 인사도 없이 떠나간다. 아직도 마지막 잎새는 저렇듯 붉게 빛나는데... 스산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시 한 잔 술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술잔 속으로 분분히 날아드는 눈보라(風雪紛紛入酒杯)”를 함께 마신다. 술로 데워진 나의 심신은 이제 비몽사몽간에 깊고 깊은 겨울 속으로 침잠해들어간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던 약속은 벌써 잊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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