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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언론의 변화와 뉴스의 이동

by taeshik.kim 2019.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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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언제나 고민이었고, 지금도 고민이다. 

언론사 종사자 중 한 부류인 기자란 무엇인가? 


나는 우리가 아는듯 모르는듯 사이에 근자 엄청난 변화가 있다고 본다.

오마이뉴스가 한때 선풍을 일으킬 적에 그들의 모토는 모든 국민이 기자라는 말이었다고 기억한다. 그 이전까지 특정한 훈련과 특정한 글쓰기와 특정한 취재방식을 구비한 이들을 기자라 했고, 그들이 그렇게 해서 작성한 기사 혹은 뉴스가 소비되는 통로가 언론사였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은 이를 타파했다. 누구나 기자임을 증명했다고는 보기 힘들어도, 누구나 기자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물론 그런 기자들과 그런 뉴스를 나 같은 기성 기자와 언론은 못내 미심쩍게 바라본 것도 사실이다. 아니, 너무 많은 문제가 도사렸다.

하지만, 누구나 기자일 수 있음은 이젠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누구나 기자일 수 있다는 모토가 지극히 제한한 기자의 길을 열어제꼈다면, 그에 더불어, 혹은 그 반발인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무렵 한국 언론계에서는 전문기자 선풍이 일었다.

어느 언론사나 전문기자제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했고, 그 실천을 위해 적지 않은 언론사가 그 정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그때는 그렇지는 않았던 듯한데, 누구나 기자일 수 있고, 또 누구나 기자인 시대에 이 전문기자제는 기성 언론이 그 돌파구로 내세울 유일한 무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애초 전문기자제 도입 취지가 꼭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같은 신생 언론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에 맞서는 도구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 더욱 분명한 것은 이제는 누구나 기자인 시대도 아니요, 전문기자가 존중 받는 시대도 아니란 사실이다. 나는 적어도 그리본다. 

누구나 기자이기 위해서는 누구나, 해당 분야에서는 적어도 그 독보적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언뜻 이상하게(역설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 언론의 대세는 나는 전문기자제와 저 기자가 되는 길의 보편주의가 결합하는 흐름이라고 본다.

누구나 기자일 수 있되, 그 기자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전문성을 아울러 갖춘 새로운 기자상이란 무엇인가?

나는 1인미디어 1인매체라 본다. 

주로 국내 언론계에 국한하는 듯한 현상인 듯도 하지만, 흔히 기자사회는 이른바 여론 주도층 중에서는 다른 분야와 상극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물론 결합하여 기뤠기라는 말이 등장하고, 야합이라는 말도 듣기는 하지만, 언제나 언론은 그 속성이 권력을 견제하고자 하거니와, 이 견제 대상에서 현실 세계의 권력만이 아니라, 무언의 권력도 있어, 예컨대 지식인사회 한 축을 이루는 전문연구자 집단과 대결하기도 한다.

그런 도전에 맞서 이제는 누구나 기자일 수 있기에, 누구나 실은 알게 모르게 기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작금 한국에서만 봐도, 유투브니 페이스북 같은 sns를 기반으로 실제 종래의 기자 역할을 하는 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의해, 이른바 대중스타와 기자가 결합한 신종 직업이 등장했으니, 이를 현재로서는 1인 미디어라 부르기로 한다. 이 명칭이 적당한지 여부는 차치하고, 기성 언론에서 훈련을 받고는 그에 깊이 발을 담근 채 생활하는 내가 보기에는 이미 기자 아닌 기자, 기성 언론권력에 버금하는 권력과 영향력을 지닌 매체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나는 그들을 꼭 한 사람이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개인 혹은 극소수를 기반으로 하고, 특정한 분야의 전문성을 장착했다는 점에서 1인 미디어라 부르기로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변화에 맞추어 기성 언론도 급속도로 재편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집단 언론이 아니라, 1인 미디어, 그 관리자로서의 언론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이런 일을 종래 절대 강자로 군림한 블로그가 했다고 본다. 블로그는 그 자체 집합명사이나, 그 속내를 보면 개별명사였으며, 따라서 이 경우 집합명사는 블로그라는 이름 하나만 남겼을 뿐, 실제 그것을 움직인 주체들은 엄연히 개별 블로거들이었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 길을 열었다.

그렇다면 기자 혹은 언론이 생성하는 상품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이를 지금도 NEWS라 부르지만, 나는 이제 기자 혹은 언론이 생산하는 상품의 범주에서 NEWS는 하위 카테고리 중 하나로 급속도로 추락했다고 본다.

뉴스만이 상품인가?
1인 미디어 등장과 궤를 같이 해, 나는 NEWS라는 말도 이제는 정보 혹은 콘텐츠와 같은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무수한 정보와 콘텐츠가 생산되는 중이다. 그것들이 통용하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자양분을 삼아 살아가며 유흥으로 삼는다.

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미연방준비이사회가 금리를 얼마나 내렸느니 올렸느니 하는 것일 수 있지만, 또 기성 언론과 기자는 이것이야말로 뉴스라 주장하나, 여름 휴가를 떠나는 절대 다수한테는 내가 가는 여행지 정보가 중요하고, 그 주변 어디가 맛집이며, 나아가 그 대상지가 외국이라면, 교통편은 어떠하며 숙박시설은 형편은 어떠한지가 더욱 중요한 법이다.

교통편과 맛집과 숙박시설은 종래의 언론 관점에 의하면 결코 뉴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이런 사소한 정보들이 더욱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LONEY PLANET을 누가 언론으로 봤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이제는 엄연히 언론사로 등극한 시대다.

기자도 변했고, 언론도 변했으며, 뉴스도 가치 중심이 급격히 변모했다. 나도 그만큼 변했을 수도 있다.

*** 2018.8.11 글을 오타 정도 바로잡는 수준에서 전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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