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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줄줄이 유물 이야기-상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by 여송은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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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어피퇴침함 앞에두고 딴 곳 보기

 


어피퇴침함
魚皮退枕函

이름...참 어렵지요?
약간 풀어 쓰자면 물고기 가죽, 특히 상어가죽으로 만든 수납 기능이 있는 베개입니다.

그렇다면, 이 귀한 옛물건의 주요 역할은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중요한 물건이나 서류를 보관하는 함(函)입니다. 그 다음 부수적인 기능으로 함 위쪽에 곡선의 머리받이를 두어 겸사겸사 베개로도 사용했겠지요.

아마도 중요한 물건을 넣고 이동 할 때,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머리 밑에 꼭꼭 두고 잠을 청했나봅니다. 이렇게 하면, 누가 빼가도 금방 알 수 있을테니 말이죠!

 

어피퇴침함 魚皮退枕函 / 소나무, 사어피 /30.5x14.0x12.5

 

 
유물 관련 도록이나 책을 보다보면 재질에 ‘사어피(鯊魚皮)’라는 재질이 가끔씩 등장합니다. 사어피(鯊魚皮)는 상어의 가죽 또는 상어목에 속하는 물고기 종류의 가죽을 말합니다.

사어피에 대해 조금 더 말씀 드리면 표면이 모래알 같다고 하여 모래 사(沙)자를 쓴 사어라고도 했습니다. 혹은 상어가 큰 바다에 살기에 대랑피(큰 파도 가죽)이라 부르기도 했구요. 둥근 나무에 상어가죽을 댄 환으로 지금의 사포처럼 사용하기도 했으며, 음식을 가는 강판으로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창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사어피는 표면이 도톨도톨하고, 진주모양 같은 알갱이가 박혀 있어 귀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성질이 단단하고, 표면의 도톨함 덕분에 잘 미끌리지 않아 칼집이나 칼의 손잡이 부분, 안경집, 예물함 등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든 물건을 만들 때, 꼭 상어가죽만을 사용했을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발행한 『2019 문화재 보존연구 16』 -사어피 문화재 복원연구 부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사어피로 만든 유물의 돌기 패턴에 대한 조사 결과, 제작에 사용된 어류는 상어와 가오리가 혼용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미 사어피를 활용하여 물건을 만드는 것이 일상화 되었을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정도에는 ‘사어피’ 가 한자 이름 대로 상어의 가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된 형태가 비슷한 가오리 가죽까지 포함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옆모습
도톨도톨한 사어피 표면

 


온양민속박물관에 소장된 어피퇴침함도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정도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니, 상어 가죽과 가오리 가죽이 같이 섞여 있을 확률이 높겠지요?
몇 대 몇 정도 될 지는 전문 분석을 해보아야 알 수 있겠습니다!

 

어피퇴침함 내부 / 소나무로 제작하였다.
머리받이 부분 안쪽.

 

 아기 상어~~뚜루루뚜뚜! 아빠 상어~~ 뚜루루뚜뚜!

‘어피퇴침함’ 물고기 가죽(특히 사어피)으로 만든 수납 겸 베개의 기능이 있는 유물에 대해 알아 보면서, ‘사어피’ 의 정체에 대해서도 짧게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줄줄이 유물이야기> 에서는 사어피처럼 조금은 생소하고, 특이한 재질의 유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참고자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2019 문화재 보존연구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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