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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대관령 출장갔다 신神이 된 김유신

by taeshik.kim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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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산신은 김유신이다. 어찌하여 그가 대관령까지 출장을 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가 태백산맥을 주좌主坐하는 신이 된지는 매우 오래된 듯해서 조선 중기 양천陽川 허균許筠(1569~1618)이 벌써 그 제문을 짓고 있을 정도다. 그가 신이 된 내력을 현지 관리가 해설하는 대목이 있는데, 삼국사기 삼국유사 행적이 현지에 맞게 각색했음을 본다. 시공간이 이동하는 신통방통한 기술을 본다. 

 

강릉 단오제를 산신에게 알리는 대관령 산신제와 국사성황제례를 마치고는 제관과 무녀들이 국사성황 신위와 신목을 앞세우고 대관령 굽이 길을 내려온다. 1995. 7. 22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제14권 / 문부文部 11 ○ 찬贊 

 

대령산신찬大嶺山神贊 병서幷序

 

계묘년(1603, 선조36) 여름이었다. 나는 명주溟州(지금의 강릉)에 있었는데, 고을 사람들이 5월 초하룻날에 대령신大嶺神을 맞이한다 하기에, 그 연유를 수리首吏에게 물으니, 수리가 이렇게 말하였다.


“대령신이란 바로 신라 대장군 김공 유신金公庾信입니다. 공이 젊었을 때 명주에서 공부하였는데, 산신山神이 검술劍術을 가르쳐 주었고, 명주 남쪽 선지사禪智寺에서 칼을 주조鑄造하였는데, 90일 만에 불 속에서 꺼내니 그 빛은 햇빛을 무색하게 할 만큼 번쩍거렸답니다. 공이 이것을 차고, 성내면 저절로 칼집에서 튀어나오곤 하였는데, 끝내 이 칼로 고구려를 쳐부수고 백제를 평정하였답니다. 그러다가 죽어서는 대령의 산신이 되어 지금도 신령스러운 이적이 있기에, 고을 사람들이 해마다 5월 초하루에, 번개旛蓋와 향화香花를 갖추어 대령에서 맞아다가 명주 부사溟州府司에 모신답니다. 그리하여 닷새 되는 날, 갖은 놀이[雜戲]로 신神을 기쁘게 해 드린답니다. 신이 기뻐하면 하루 종일 일산[蓋]이 쓰러지지 않아 그해는 풍년이 들고, 신이 화를 내면 일산이 쓰러져, 그해는 반드시 풍재風災나 한재旱災가 있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상하게 여겨, 그 날에 가서 보았다. 과연 일산이 쓰러지지 않자, 고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경사롭게 여겨 서로 손뼉 치며 춤을 추는 것이었다.


내 생각건대, 공은, 살아서는 왕실에 공功을 세워 삼국 통일의 성업盛業을 완성하였고, 죽어서는 수천 년이 되도록 오히려 이 백성에게 화복禍福을 내려서 그 신령스러움을 나타내니, 이는 진정 기록할 만한 것이기에 드디어 다음과 같이 찬贊한다.

 

대관령 산신각


갸륵하다 귀족貴族의 후손이여 / 猗紫纓裔
씩씩하고도 우람스럽도다 / 趫趫桓桓
나라의 용장되어 / 爲國虎臣
북채 들고 단에 오르도다 / 提抱登壇
무장하고 군문에 나서니 / 杖鉞轅門
기상이 고구려 백제를 삼킬 듯 / 氣呑麗濟
비호 같은 장수들을 채찍질하며 / 鞭笞虎貔
용감한 정예부대 몰고 가네 / 驅駕勇銳
오구를 차고 가니 / 佩以吳鉤
곤오산昆吾山의 쇠로세 / 出自昆吾
시뻘겋고도 아름다워 / 紅光赩奕
붉은 불꽃 뿜어낼 듯 / 紫焰呵噓
웅진에서 말을 베고 / 熊津斬馬
당 나라 배 만 척이 와서 도왔네 / 萬艘來壓
백마강에서 기약에 뒤지자 / 白江後期
백제 삼군은 겁에 질렸건만 / 三軍氣懾
공의 수염이 분노에 뻗쳐 / 公鬚蝟磔
칼을 어루만지며 고함 지르니 / 按劍而咆
붉은 용이 번득이는 듯 / 赤龍閃躍
놀라운 번개가 칼집을 에워싸니 / 驚電帀鞘
왕사 드디어 힘을 어울러 / 王師遂協
능히 백제를 멸망시켰네 / 克剗扶蘇
꿈틀대는 고구려족 / 蠢爾高孼
서녘 모퉁이서 날뛰네 / 陸梁西隅
군졸을 풀어 가서 치니 / 發卒徂征
황제의 위엄 우레인 양 떨치네 / 皇威霆震
동쪽 군사 일만을 거느리고 / 東師一萬
북을 치며 앞장서서 / 鼓而先進
긴 창 모아 굳세게 무찌르니 / 攢矟鏖剄
멧부리 쪼개지고 연못은 치솟을 듯 / 嶽坼淵騰
갑옷 쌓아 두고 창 던지니 / 積甲投戈
소라바다에 썩은 시체 답쌓여라 / 衁海胔陵
이적李勣이 웃음 지으니 / 英公爲笑
칠부七部 군졸 땅에 무릎꿇고 / 七部泥膝
이웃 발악 제거하매 / 隣螫迄除
나라의 걱정거리 없어졌네 / 國已去疾
해와 달도 툭 트여 해맑고 / 日月開朗
천지도 다시 빛나네 / 天地昭蘇
삼한의 우리를 에워 / 環三韓境
모조리 판도 안에 넣으니 / 盡歸版圖
큰 공훈 정이와 기상에 새기고 / 鼎彝旂常
사책史策에 실어 영원히 빛나도록 / 丹靑帶礪
동해의 동녘에서 / 東海之東
그 공 미칠 이 없네 / 功無與逮
웅장한 풍도에 영특한 기개 / 雄風英烈
이제 수천 년이 되었건만 / 今數千年
대령산 꼭대기에서 / 乃享廟食
아직도 제사 받아 / 于關之顚
해마다 드리는 분향 / 歲時芬苾
누구라서 감히 소홀히 하랴 / 疇敢以慢
공의 넋은 어둡지 않거니 / 公靈不昧
복 내림도 큼도 커라 / 降福簡簡
구름 타고 바람결에 / 雲馬風車
살포시 오네 / 颯然而來
오곡은 무르익어 풍년 들었고 / 穀登歲熟
백성에겐 재앙 없어 / 民不沴災
동해바다는 넘실넘실 / 溟漲洋洋
오대산은 굽이굽이 들쭉날쭉 / 五臺齾齾
천추 만대에 / 千秋萬歲
향화 어이 그치리오 / 香火罔缺
이 몸 또한 공과 같은 겨레요 / 余忝同族
또한 같은 강릉 백성이기에 / 亦惟溟氓
내 이제 송 지어 / 刊頌以揚
우리 신명 찬양하노라 / 惟我神明

 

[주-D001] 오구吳鉤 : 도검刀劍의 이름. 칼이 갈고리 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에 이렇게 일컫는다.
[주-D002] 이적李勣 : 당나라 장수 이적李勣은 영국공英國公에 봉해졌다.
ⓒ 한국고전번역원 | 정양완 (역) | 1983

 

대관령산신제

 

大嶺山神贊 幷序
歲癸卯夏。余在溟州。州人將以五月吉。迓大嶺神。問之首吏。吏曰。神卽新羅大將軍金公庾信也。公少時游學于州。山神敎以釗術。鑄釗於州南禪智寺。九十日而出諸爐。光耀奪日。公佩之。怒則躍出韜中。以之滅麗平濟。死而爲嶺之神。至今有靈異。故州人祀之。每年五月初吉。具旙蓋香花。迎于大嶺。奉置于府司。至五日陳雜戲以娛之。神喜則終日蓋不俄仆。歲輒登。怒則蓋仆。必有風水之災。余異之。及期往看之。果不俄。州人父老悉驩呼謳詩。相慶以抃舞。余帷公生a074_257b而立功於王室。成統三之業。死數千年。猶能福禍於人。以現其神。是可紀也已。遂贊曰。猗紫纓裔。趫趫桓桓。爲國虎臣。提抱登壇。杖鉞轅門。氣呑麗濟。鞭笞虎貔。驅駕勇銳。佩以吳鉤。出自昆吾。紅光赩奕。紫焰呵噓。熊津斬馬。萬艘來壓。白江後期。三軍氣懾。公鬚蝟磔。按劍而咆。赤龍閃躍。驚電匝鞘。王師遂協。克剗扶蘇。蠢爾高孼。陸梁西隅。發卒徂征。皇威霆震。東師一萬。鼓而先進。攢矟鏖勁。嶽坼淵騰。積甲投戈。衁海胔陵。英公爲笑。七部泥膝。隣螫迄除。國已去疾。日月開朗。天地昭蘇。環三韓境。盡歸版圖。a074_257c鼎彝旂常。丹靑帶礪。東海之東。功无與逮。雄風英烈。今數千年。乃享廟食。于關之顚。歲時芬苾。疇敢以慢。公靈不昧。降福簡簡。雲馬風車。颯然而來。穀登歲熟。民不沴災。溟漲洋洋。五臺齾齾。千秋萬歲。香火罔缺。余忝同族。亦帷溟泯。刊頌以揚。惟我神明。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1

 

양천(陽川) 허균(許筠 1569~1618)의 시문집이다. 허균은 자를 단보(端甫), 호를 교산(蛟山)이라 했는데, 성소(惺所) 또한 그의 별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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