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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문학과 정치, 김부식과 정지상

by taeshik.kim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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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부식은 고려 당대에 이름을 날린 시인이었지만, 그의 시는 의외로 재미가 없고 설명적이다. 이는 당시 송나라 시풍의 영향으로 풀이되곤 하지만, 김부식 개인의 기질에 그런 딱딱함이 더 맞았던 것 같다. 서정과 낭만을 중시한 당나라 말기 시풍을 따랐던 그의 라이벌 정지상이 역시 일세를 풍미했던 걸 생각해보자.


2. 시는 옛날 지식인들의 필수교양이었다. 물론 그 때에도 잘 짓고 잘 못 짓는 이들이 나뉘었지만, 어지간한 관료나 선비들의 문집엔 시가 적어도 전체 분량의 반은 실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시로 이름을 날린 이들은 정치가로서의 자질이 없었거나 굴곡진 정치인생을 살거나 악명을 드높였던 반면, 정치에서 성공한 이들은 시의 수준이 높지 않거나 양이 적다(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감상은 그러하다).

 

 

*** 台植補 *** 

 

Dante ,  Homer  and  Virgil  in  Raphael 's  Parnassus  fresco (1511)

 

강민경 선생이 지적했듯이 고려 중기 문단 사정을 보면 김부식은 문단의 종장이었고, 권력 역시 무소불위였다. 

 

그의 시는 재미없다. 그의 이름을 아비가 당대 월드스타 동파 소식에서 따왔지만, 시는 젬병이었으니, 대신 그는 산문의 대가였다. 이 산문은 동시대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반면 정지상은 산문이 남은 건 없고 시 또한 몇 편 남아있지도 않지만 천상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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