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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2

<漢文講座> 삼일三日 vs. 삼개일三個日 일본의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圓仁, 794~864)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구사한 한문은 여러 모로 군데군데, 그리고 곳곳에서 이른바 콩글리시, 일본식 냄새가 나는 한문 표현이 보이거니와, 그 와중에 내가 그 사례로 주목했던 것이 이 책 본문 첫 대목 다음 문장이다. 承和五年六月十三日午時,第一、第四兩舶諸使駕舶。縁無順風,停宿三個日。 승화 5년 6월 13일 오시에 제1선박과 제4선박에 모든 사절이 승선했다. 순풍이 불지 않아 3日간 정박했다. 나는 처음에는 정박한 기간 3일을 "三個日"이라고 표현한 대목을 일본식 한문으로 여겼다. 한데 엔닌이 왜 이렇게 표현했는가를 이 텍스트 전반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다. 엔닌은 기간과 시간을 구별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위 문장에서 3일간.. 2019. 2. 24.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자야오가子夜吳歌’ 4首 중 봄노래인 춘가春歌다. 秦地羅敷女 진나라땅 나부라는 여인采桑綠水邊 푸른 강가에서 뽕을 따네 素手青條上 섬섬옥수 푸른 가지에 올리니紅粧白日鮮 붉은 화장 햇살에 곱기만 하네 蠶飢妾欲去 누에가 배고파요 저는 가니 五馬莫留連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蠶飢妾欲去...누에가 배가 고프데요, 그러니 저는 갑니다. 이 표현에서 태백다운 발상을 보거니와, 그게 아니라 해도, 나부라는 아리따운 여인이 뽕을 따는 모습을 참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을 보면 역시 태백이라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아래 주석에 보이거니와, 이에 등장하는 나부(羅敷)라는 여성은 특정 실제 인물이라기보다는, 뽕 따는 젊은 처자 혹은 유부녀로 항용 등장하는 인물이라, 그는 언제나 아름답게 그려진다.. 2019. 2. 24.
하늘 이치에 맡기는 새해 첫날 한시, 계절의 노래(276) 새해[新年] [宋] 유창(劉敞)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눈 녹고 얼음 풀려푸른 봄빛 새어나와 온갖 사물 새로움이취한 눈에 놀라워라 꽃시절이 나는 새 같음을이미 알고 있음에 오로지 이 신세를하늘 이치에 맡겨두네 雪消冰解漏靑春, 醉眼驚看物物新. 已識年華似飛鳥, 直將身世委天均. 사람은 누구나 눈이 녹고 얼음이 풀리고 만물의 새싹이 돋는 새봄을 기다리지만, 이는 기실 세월이 흘러가는 풍경이다. 봄은 바로 화양연화(花樣年華)다. 말 그대로 꽃 같은 세월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봄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새처럼 눈 깜짝할 새에 가버린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청춘이다. 이 시에 쓰인 청춘(靑春)과 연화(年華)라는 어휘가 그런 찰나를 잘 포착했다. 찰나로 영원을 포착하는 것, 그것이 바.. 2019. 2. 24.
태산에 올라 삼족오 보리니 한시, 계절의 노래(280) 일관봉(日觀峰) [宋] 범치중(范致中)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태산은 동남쪽첫째 가는 경관이라 창공에 높이 솟은벽옥 봉이 가파르네 이 몸을 날게 하여정상에 세워주면 깃털도 덜 마른삼족오를 볼 수 있으리 岱嶽東南第一觀, 靑天高聳碧㠝岏. 若教飛上峰頭立, 應見陽烏浴未乾. 일관봉(日觀峰)은 중국 태산 정상인 옥황정(玉皇頂) 동남쪽에 있는 봉우리로 일출을 관망하는 명소다. 태산은 대악(岱嶽), 대종(岱宗)으로도 불렸다. 태산 산신을 모시는 태안시(泰安市)의 사당 이름이 대묘(岱廟)인 것도 대악(岱嶽)에서 유래했다. 양오(陽烏)는 태양 속에 산다는 삼족오(三足烏)다. 『산해경(山海經)』 「대황남경(大荒南經)」에 의하면 태양의 모친 희화(羲和)가 감연(甘淵)에 아들 10명을 목욕시켜 매.. 2019. 2. 23.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는 썩어가고 한시, 계절의 노래(285) 바둑 구경 그림[觀弈圖] [明] 명 고계(高啓) / 김영문 選譯評 산속으로 잘못 들어선 채로 바둑 구경 가족들은 날 저물자땔나무를 기다리네 어찌하여 바둑 한 판에천년 세월 소요됐나 신선 할배 돌 놓는 게너무 늦은 탓이리라 錯向山中立看棋, 家人日暮待薪炊. 如何一局成千載, 應是仙翁下子遲.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한자 어휘로는 난가(爛柯)라고 한다. 나무꾼이 산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바둑 두는 걸 구경했는데 바둑이 끝나고 보니 도끼자루가 썩어 있고, 동네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자신이 살던 시대가 아니라 몇 세대 뒤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이 시는 이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에 쓴 화제(畫題)다. 이 이야기는 중국 남조 양(梁)나라 임방(任昉)의 『술이기(.. 2019. 2. 23.
홍매 한 봉오리에 깃든 봄소식 한시, 계절의 노래(275) 봄 소식을 묻다 두 수[問春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설날에 봄 돌아와도늦었다 못할 텐데 꽃들에게 소식 아직바삐 알리지 않네 도산당 아래 자리한붉은 매화 한 그루만 맑은 햇볕 서둘러 빌려가지 하나 물들이네 元日春回不道遲, 匆匆未遣萬花知. 道山堂下紅梅樹, 速借晴光染一枝. 중국에서는 설날을 춘제(春節)라고 한다. 우리 발음으로는 춘절인데 설날을 전후하여 24절기의 출발점인 입춘이 들기 때문이다. 새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므로 설날 인사할 때도 “춘제 콰이러(春節快樂)” 또는 “신춘콰이러(新春快樂)”라고 한다. ‘콰이러’는 쾌락을 즐기라는 뜻이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명절을 누리라는 뜻이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설날과 입춘이 당도하.. 2019.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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