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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3

알알이 황금인 벼 한시, 계절의 노래(167) 벼가 익다 세 수(禾熟三首) 중 둘째 송 공평중 / 김영문 選譯評 풍년 기상이사람 마음 위로하니 참새 짹짹 소리도아름답게 들리네 산해진미 먹는 아이이 느낌 어찌 알리 시골집 곡식 알알모두가 황금임을 豐年氣象慰人心, 鳥雀啾嘲亦好音. 玉食兒郞豈知此, 田家粒粒是黃金.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을 읊조리는 시절이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100여년 만에 가장 무더웠다는 올 여름도 지나가고 들판에는 벼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번진다. 가을장마도 끝났으므로 이제는 마지막 따가운 가을 햇볕이 .. 2018. 9. 8.
골수가 시린 가을밤 한시, 계절의 노래(166) 가을밤(秋夜) 당 왕건(王建) / 김영문 選譯評 밤 길어 나뭇잎이슬 떨구고 가을벌레 문으로 들어날아 다니네 눕는 일 많으니골수가 시려 일어나 낡은 솜옷덮어본다네 夜久葉露滴, 秋蟲入戶飛. 臥多骨髓冷, 起覆舊綿衣. 가을을 상징하는 건 뭘까? 청명한 하늘, 맑은 공기, 울긋불긋한 단풍, 황금 들판, 하얀 억새, 노란 국화, 붉은 노을, 풀벌레 소리, 찬 서리, 빨간 감, 보랏빛 들국화, 투명한 달밤, 휑한 마음 등을 들 수 있으리라. 가을 정취가 흠뻑 배어 있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런 풍경은 대개 중추(中秋) 이후의 계절 변화에서 오는 이미지들이다. 그럼 우리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초가을의 정취를 몸으로 느낄 때는 언제일까? 이 시가 그런 느낌을 잘 전달한다. 위에서 열거.. 2018. 9. 8.
가시 보고 싶어 장미를 심고는 한시, 계절의 노래(165) 흥화사 정원 정자에 쓰다(題興化寺園亭) 당 가도 / 김영문 選譯評 천 집을 허물어못 하나 파서 복숭아 오얏 심지 않고장미 심었네 장미꽃 지고추풍이 불면 정원 가득 가시 남는 걸비로소 알리 破却千家作一池, 不栽桃李種薔薇. 薔薇花落秋風起, 荊棘滿庭君始知. 돈과 권력을 종교로 떠받드는 자들은 다른 사람의 비애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의 터전을 빼앗아 자신을 과시하기에 급급한다. 천 명이 사는 집을 허물어 자신만을 위한 관상용 연못을 만든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갑질에 전념한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만행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이 시인은 또 복숭아나 오얏을 심으면 봄에는 꽃을 감상할 수 있고, 여름에는 열매를 먹을 수 있다.. 2018. 9. 8.
변경에서 부르는 노래 한시, 계절의 노래(164) 새하곡(塞下曲) 셋째 당 이익(李益) / 김영문 選譯評 황하는 동쪽으로구비구비 흐르는데 전장에 묻힌 원한어느 때나 그칠런가 채염은 잡혀갔다오랑캐 노래 지었고 소무는 귀환할 때한나라 부절 보존했네 黃河東流流九折, 沙場埋恨何時絶. 蔡琰沒去造胡笳, 蘇武歸來持漢節. 병역이란 고통스런 일이다. 그 고통의 원인은 강제, 이별, 죽음이다. 군사 업무를 천직으로 여기고 즐겁게 종사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대개는 어쩔 수 없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피동적으로 입대한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와는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모든 시간은 자신의 관리 아래 있지 않다. 훈련은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살상 기술 습득에 집중되고, 이 때문에 군대는 늘 죽음의 분위기에 덮인다. 이런 고통.. 2018. 9. 3.
서리 같이 선 왜가리 한시, 계절의 노래(163) 흰 왜가리(白鷺鶿)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흰 왜가리 가을 물로내려앉는데 외롭게 나는 모습서리와 같네 마음도 여유롭게떠나지 않고 모래톱 가에우뚝 서 있네 白鷺下秋水, 孤飛如墜霜. 心閑且未去, 獨立沙洲傍. 가을 물 가에 우뚝 서 있는 왜가리를 보고 이백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너무나 깨끗하고 고고하다. 이백의 생애를 훑어보면 기실 이런 모습과 꽤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백은 불우한 현실에 맞서 파격적이고 광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울분을 표현했다. 그의 울분과 표리를 이루는 일부 시에는 잔잔하면서도 고독한 영혼이 숨어 있다. 여유, 한적, 고독, 비애가 짙게 스며 있는 그의 일부 시는 낭만, 호방, 열정, 환희를 내뿜는 그의 다수 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독립’이란.. 2018. 9. 3.
꽃향기 모르는 잠자리 한시, 계절의 노래(162) 잠자리(蜻蜓) 宋 왕자(王鎡) / 김영문 選譯評 비단으로 재단한 날개가을 서리 흡사하고 물 찍고 낮게 날며들 연못과 연애하네 불현 듯 저 꿀벌은담장 너머 날아가건만 가련하다 잠자리는꽃향기를 모르네 輕綃剪翅約秋霜, 點水低飛戀野塘. 忽趁遊蜂過牆去, 可憐不識百花香. 한 여름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을 때 놀라웠던 건 잠자리떼였다. 평지에서는 추수 때나 볼 수 있는 잠자리떼가 천왕봉 하늘 위를 가득 덮고 있었다. 어쩌면 가을 단풍이 점차 높은 산 꼭대기에서 낮은 산비탈로 하산하듯 잠자리떼도 그렇게 우리가 사는 낮은 땅으로 강림하는 듯했다. 아니면 하늘의 뜻을 가을 서리 같이 깨끗한 날개에 싣고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건가? 게다가 잠자리는 낮은 땅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침내 더 낮은 물을 .. 201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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