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1446

여말선초 사전개혁은 정의의 승리가 아니다 현재 여말선초 사전개혁과 과전법 체제의 출범을 보는 시각은 송곳 하나 꽂을 곳 없이 겸병이 극성을 부리던 사전의 폐해를 종식시키고 사전을 혁파한 후 공전에 기반한 과전법 체제를 출범시켜 여말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신진사대부가 조선왕조를 개창했다. 이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필자의 의견을 적자면, 이 당시 사전혁파의 이유는 이게 아니다. 사전은 그렇게 공공의 악도 아니었다. 중국이건 일본이건 그 정도의 사전은 모두 있었고, 겸병이라고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겸병 없던 나라 나와 보라고 해라. 겸병하면 엄청난 것 같지만 일본사에서 비슷한 시기 발달한 장원 그것들이 전부 겸병의 결과물이다. 의심스럽다면 일본의 장원의 성립과정을 한번 일본사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그게 겸병이 아니면 무엇이라는 말인가? 문제는 그런 겸병.. 2024. 4. 14.
일본사 중국사 무시하고 쓴 한국사 거듭 써보지만, 여말선초까지의 이른바 사전私田 문제는 한국사에서만 겪던 혼란이 아니다. 일본, 중국, 다 있었다. 이런 사전이 새롭게 부상하는 권력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덴노가 장원정리령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낸다. 장원정리령이란 결국 토지제도를 공전에 기반한 율령체제 시대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리자는 것으로, 우리로 치자면 과전법 비스무리하게 돌리자는 기도인데 일본사에서 이것은 꽤 많이 시도되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사전 문제는 대토지소유자가 토지를 마구 뺏아 농장을 만드니 농민들이 자기 토지를 잃고 궁벽해져 사회위기가 오는 것을 신진사대부들이 사전개혁으로 혁파하고 과전법체제로 혁신하였다, 이런 삼류 스토리로 포장할 만큼 간단한 .. 2024. 4. 13.
꼬이면 고민없이 때려 엎는 일을 혁명이라 부른다 한국사에서 난맥상의 하나가 바로 토지문제와 금전문제이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마찬가지라서 먹고사는 문제 관련해서 꼬이기도 하는 법이다. 이걸 어떻게든 돌아가는 모양을 만들어 놓으려는 노력을 해야지 안 돌아간다고 그걸 때려 엎어 놓고는 혁명과 위민이라고 치장하는 과정이 한국사에는 여러 번 보였다. 예를 들어 여말선초의 사전-. 이건 당시 한국사만 이런게 아니고 중국사, 일본사 모두 소위 말하는 균전제-율령제가 붕괴하고 난 뒤 일어나는 사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문제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겪던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유독 한국만 이걸 때려 엎어 사전을 싹 다 밀어버리고 공전 일색으로 만들어 놓고는 이걸 혁명이라고 포장했다. 솔직히 여말선초의 사전개혁을 그걸 "혁명"이나 "개혁"이.. 2024. 4. 13.
누에의 기원 근간 "한국의 고고학" 63호에 필자와 국립청주박물관 이양수 관장, 경희대 홍종하교수 고아라 선생이 함께 쓴 "누에 사육의 기원과 역사적 확산과정의 고찰"이 실린다. 정식 학술논문과는 다르므로 가볍게 읽어주시기 바란다. 이 작업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동물 사육 및 식물 재배의 기원에 관해 살펴보고자 하는 동기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한 아마도 동아시아 누에의 기원과 확산에 관해서는 한글로는 처음 나온 글이 아닌가 한다. 졸고를 게재해 주신 한국의 고고학에 감사드린다. 2024. 4. 13.
지키려 하면 모두 잃게 되리라 필자의 나이, 정확히는 50대 후반-60대 초반은 생각이 많은 시기이다. 필자도 노후는 정말 생각도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런데도 요즘은 생각이 많고,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60대 이후가 놓여 있다.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평생 책만 보고 글쓰며 살아온 필자가 지금까지 대학에서 활동한 것과는 전혀 다른 조건이 주어졌을 때 과연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인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에는 고민이 많다. 우선 대학에서 떠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해온 방식과 다른 세상을 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생업과 공부가 일치해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개 학자로서 40대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 친구들이 50이 되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학교 밖을 떠돈.. 2024. 4. 13.
(이대로라면) 끝내 이류로 그칠 한국 학계 필자도 이제 정년까지 한 손 손가락 조금 더 남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단행본으로 내고 정년 후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공부의 판을 새로 짜기 위해 자못 바쁘다 요즘. 어쨌건 필자도 연구 경력이 이제 30년을 바라보고 있어서 나름 이 판에서 오래 굴러먹던 경력이 쌓이게 되었다. 30년 동안 한국에서 연구라는 것을 해 보고 이제 앞길을 전망해 보자면, 미안하지만 우리나라 학문의 성장은 지금이 오를 수 있는 한계다. 우리나라 학계가 지금 절대로 국제무대에서 1류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결국 앞으로도 한국의 대학은 2류 언저리를 머물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필자가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다 제쳐놓고 우리나라 대학에는 연구에 미친 놈이 별로 없다. 머리 좋은 사람은 많다. 오히려 머리 좋은.. 2024. 4. 12.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