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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과 함께하는 paleopathology

누가 외치를 죽였는가: 유럽 최초의 살인사건 전말 (5)

신동훈 (서울의대 생물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외치가 볼차노로 입성한 후 많은 연구자가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현장에서 수습한 외치 소지품 일습. 남트롤고고학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발견된 유물로 복원한 외치의 백팩. 

외치의 도끼. 순동시대의 도끼라 구리 순도가 99.7 프로다. 도끼날 길이는 10센티 정도. 위세품은 아니고 실제로 나무를 찍어봤는데 잘 패인다고 한다. 

외치의 화살집을 복원한 모습. 

외치가 소지한 돌단검. 


우선 외치의 나이와 생존했던 시대가 추정되었는데 뼈로 추정된 그의 나이는 45.7세. 방사선동위원소 결과로는 기원전 3,350년에서 3,100년 사이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추정된 신장은 1.60cm 정도. 몸무게는 50 킬로 그램 내외. 신발사이즈는 콘티넨탈 38. 

외치의 모습은 법의학자들에 의해 여러번 복원이 시도 되었다. 


초창기에 복원한 외치. 뭔가 관광객을 끌어야겠다는 생각이 보이는 듯 하다. 

최근 복원한 외치. 죽었을 때 나이 40대 중반이지만 험한 세월을 보내야 했던 당시 상황을 반영해 더 늙게 묘사했다. 실제로 외치를 검사한 결과 각종 만성퇴행성 질환 흔적이 나이보다 심함을 확인했다. 

외치에 대한 DNA 연구는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전해주었다. 

우선 그의 눈은 갈색이었고 머리카락은 짙은 갈색에서 검정색 사이였을 것이라고 한다. Y 염색체 분석 결과 외치와 가장 유사한 유전형질을 보유한 사람은 지중해안 사르디니아-코르시카 사람이라고 한다. 나폴레옹과 동향인 셈이다. 

외치에서는 심장병 환자에 많은 유전적 소인이 확인되었고 유당불내증 (lactose intolerance)이 있었다. 우유를 마시면 제대로 속이 편치 않은 형질적 특성이 있었던 셈이다. 



코르시카 섬과 사르디니아 섬.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의 유전형질이 외치와 가장 가깝다. 


외치에 관한 연구는 임팩트가 큰 저널에 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유럽인과 미국인 관심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진은 외치가 마지막 먹은 식사에 관련된 논문으로 미국국립과학원보 (PNAS)에 실렸다. 

이제 이 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남겨 두었다. 여러 가지 사실이 과학적 연구에 의해 밝혀졌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 외치가 도대체 왜 죽었는지에 대한 해답은 오리무중으로 남았다. 

사실 외치가 왜 알프스 산꼭대기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는지 여러가지 가설이 제시되었다. 

외치가 발견된 직후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는 그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살해당한것 같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손목에 있는 문신을 끈으로 묶인 자국으로 생각했고 뒤통수에 있는 함몰부가 뭔가에 맞아서 그런것 아닌가라는 의견이었다. 

외치 손목 문신 자국. 처음에는 손을 묶어 생긴 자국으로 생각했다. 

특히 외치를 처음 조사한 인스부르크대학 고고학자 콘라드 스핀들러는 외치 주변에서 발견한 화살대가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고 버려진 점에 주목하고 외치는 그를 쫒는 누군가와 전투를 벌이다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 화살대를 다듬다가 공격받아 죽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공격을 받은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산적을 만났다는 설부터 반대로 외치 자신이 범죄자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물론 이런 주장 외에도 우선 산에서 가축을 놓아 기르는 목동이었던 외치가 악천후로 귀환하지 못하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온건한 주장도 있었다. 오늘날에도 산악인의 조난사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무작정 부정하기는 어려운 추정이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