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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과 함께하는 paleopathology

누가 외치를 죽였는가: 유럽 최초의 살인사건 전말 (6)

신동훈 (서울의대 생물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외치가 발견 된 후 이 양반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가 살해되었다는 주장 (외치가 악당이건 순진한 희생자이건 간에)과 사고사라는 주장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왼쪽 팔을 오른쪽으로 뻗은 채 발견된 이 희안한 자세도 화제가 되었다. 


이 원인을 규명할 기회는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발견된 지 10년이 되던 2001년, 볼차노병원 방사선과 의사인 폴 고스트너 (Paul Gostner)는 외치에 대한 X선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여기서 매우 수상한 소견을 발견한 것이다. 

외치의 가슴 왼쪽 부분에서 정상적 소견이라고 볼 수 없는 음영을 찾았는데 그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인공물 같았다. 


왼쪽 어깨 부분에 뭔가 보인다. 


문제의 부분을 확대한 장면.


외치에 대한 CT 검사에서는 수상 한 부분이 더 두드러졌다. 그의 왼쪽 견갑골 부분에서 2 센티 정도 폭의 구멍이 발견된것. 이 구멍은 그의 왼쪽 폐 언저리까지 뻗어 있었다. 


CT 촬영 후 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한 사진. 왼쪽 어깨 부분에 뭔가 수상한 물건이 있다는 것이 확실히 보인다. 


이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한 작업은 곧 시작되었다. 

우선 외치에 대한 신체검사가 재개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병리학자인 Eduard Egarter Vigl은 외치 어깨 부분 피부에서 매우 수상한 피부 손상을 발견했다. 


Vigl 박사가 외치 어깨의 손상을 조사하는 장면. 

Vigl 박사가 찾은 피부손상 부분. 탐침을 넣어 확인하고 있다. 


CT로 찾은 외치 어깨 부분의 구멍은 이 피부 손상 부분에서 시작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 피부를 뚫고 들어간 무엇인가가 외치 영감님의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간 것이다. 

이 조사에서 확인 된 것은, 외치의 몸안에 남아 있는 것은 돌로 만든 화살촉. 

아마도 그는 죽기 전 누군가가 쏜 화살에 맞았을 터인데 그 뚫고 들어간 양상을 보면 왼쪽어깨 빗장밑동맥 (subclavian artery)을 건드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정도 큰 크기 혈관이 손상을 보면 막대한 출혈로 쇼크에 빠질수 밖에 없었을 것이니 외치가 죽은 원인은 바로 화살에 의한 외상사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셈이다. 

외치 오른쪽 손에는 아주 깊게 패인 상처가 존재하는데 아마도 이 상처 역시 그가 미지의 암살자와 다투면서 입은 상처일 수도 있게 되었다. 

사망 당시 외치의 모습을 복원한 그림


외치 몸에 박힌 화살촉을 그대로 본떠 만든 리플리카. CT로 촬영한 만큼 이 작업이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치가 살해당하던 장면을 상상한 그림. 화살촉이 남은 방향과 피부 손상 위치를 보아 뒤쪽에서 저격당했을 것이라고 본다.


외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누구나 외치 왼쪽 팔 자세와 함께 심하게 찌그러진 입 모습도 인상적으로 느낀다. 




외치가 왜 이런 이상한 자세와 희안한 입술 모양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저격당한 외치는 위 그림 왼쪽에서 보는 것처럼 뒤로 자빠졌다 (물론 팔은 저런 자세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러 접근한 암살자는 눕는 자세로 고꾸라진 외치의 등에서 화살을 뽑기위해 그를 오른쪽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뒤집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얼굴이 아래쪽으로 향해 오랫동안 입술이 눌려 그런 모습이 되며 희안한 왼쪽 팔 자세도 설명이 된다. 

외치가 살해 당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제 "왜" 살해당했는지를 규명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 

그는 악당이었을까 선량한 희생자였을까? (계속)


P.S.) 다음 연재부터 수-토요일 연재로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