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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대학발굴 (1) 무엇을 어찌 할 것인가

by taeshik.kim 2018.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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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나도 이곳저곳에서 여러 번 얘기했지만, 오늘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있다가 김태식의 압제를 견디지 못하고 전북대 교수로 탈출한 김낙중 선생이 이 문제를 오늘 다시 거론했으므로, 새삼 재방송에 가까운 이야기를 또 해 볼까 한다.

비단 김 교수만이 아니라 현직 대학 고고학 전공 교수 사이에서 팽배한 불만 중 하나가 왜 명색이 고고학과 혹은 관련 전공과인데도 대학에서 발굴을 못하게 하느냐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대학 발굴을 하게 해달라고 하는 이유는 교육적 목적에 따른 것이다. 명색이 고고학 혹은 관련 전공이라 하는데 막상 이들이 발굴을 가르칠 현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작금 대학 고고학 실습은 문화재발굴전문조사기관들에 의지해야 하지만, 이들이 교육을 제대로 시킬 리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볼멘소리, 나는 그것을 부당하다고 얘기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음을 우선 밝혀둔다. 그들의 요구 혹은 불만은 상당 부분 정당하다.

 

70년대 대표적 대학 발굴현장이던 서울 석촌동 고분군. 하지만 대학이 이제 이런 데를 발굴한 날은 없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교육 목적을 위한 발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문제 또한 적지 않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첫째, 이들이 말하는 교육 목적 발굴은 엄격히 그 목적에만 부합해야만 한다.

이것이 어떤 식으로건 전제되지 않는 발굴은 현행과 같은 족쇄를 불러온 근본적인 대학 발굴의 문제점을 되풀이할 뿐이다.

대학이 종래와 같이 종국에는 돈벌이 수단으로 고고학 발굴에 나설 수는 없다. 작금과 같은 대학 발굴 족쇄를 불러온 원인은 다름 아닌 대학 발굴 자체의 문제점에 큰 원인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나는 본다.

둘째, 그것이 충족되려면 무엇보다 그 발굴은 구제발굴이 아닌 학술발굴이어야 하며, 그 기간은 한달 내외의 단기간 발굴이어야만 한다. 이를 뛰어넘은 그 어떤 대학 발굴도 교육 목적에서 벗어날 뿐이다. 

구제발굴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순 없다.

셋째, 그 기간 다른 수업과의 충돌 문제는 어찌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고고학 전공 학생이라 해서 고고학 수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네들도 다른 교양 수업도 받아야 하며, 나아가 복수전공 혹은 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다른 과 수강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교육 목적을 위한 발굴은 필연적으로 학기 중에 개설되어야만 하는데 이 기간 발굴 현장에 학생들이 투입함에 따른 다른 수업과의 상충은 어찌할 것인가가 해결되어야만 한다.

이를 피하고자 방학기간 발굴을 생각할 수가 있다. 하지만 학기중 발굴이건 방학기간 중 발굴이건 다음과 같은 네번째 문제를 초래한다.

그에 따른 발굴 조사 제반 경비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문제로 대두한다.

합교육목적이라면 당연 빠따로 그 발굴 제반 경비는 당연히 해당 대학, 혹은 해당 학과가 자비 부담해야 한다. 이를 누구한테 떠넘기려 하는가? 물론 이를 위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기관에서의 기금 조성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수업 시간 외의 학생들 노력봉사 비용은 어찌 처리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한다.

어찌할 것인가? 나는 당연히 학교측에서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교육 목적을 앞세운 무료 봉사는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이는 내가 언뜻 생각한 문제들이거니와, 실제 이를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더 초래케 할 것이 뻔하다.

이런 고민을 발판으로 하는 대학 교육 목적 발굴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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