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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이순신(李舜臣, 1545~1598)과 명나라 도독(都督) 진린(陳璘)이 주고받은 시

이순신(李舜臣, 1545~1598)과 명나라 도독(都督) 진린(陳璘)이 주고받은 시


이순신이 도독 진린에게 준 시[寄陳都督璘韻]  


賴天子勤恤 다행히도 천자께서 배려하시어 

遣大將扶危 구원하라 대장을 보내주시었소

萬里長征日 만 리 머나먼 길 원정 온 날이 

三韓再造時 삼한 땅 다시 살아나는 때라오

夫君元有勇 그대는 원래부터 용기 갖췄지만 

伊我本無知 나는야 본래부터 사리 어둡다오

只擬死於國 나라 위해 죽고자 할 뿐이거늘 

何須更費辭 다시 무슨 긴 말이 꼭 필요하리


 


진린이 차운(次韻)하여 이순신에게 준 시[陳都督次]


1


堂堂又赳赳 위풍이 당당하고 더군다나 헌걸차신

微子國應危 그대 없었다면 나라 응당 위험했으리

諸葛七擒日 제갈량이 일곱 번 붙잡던 날이었고

陳平六出時 진평이 여섯 번 계책을 낸 때였다오

威風萬里振 그대의 위풍은 멀리멀리 떨치었고 

勳業四維知 크나큰 공적은 사방으로 알려졌소

嗟我還無用 아아! 나는 쓸모없어 돌아가려니

指揮且莫辭 지휘권은 장차 사양하지 마시오 


2


不有將軍在 만약 장군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誰扶國勢危 누가 위태한 나라를 붙들었으랴

逆胡驅曩日 지난날엔 여진족 오랑캐 몰아냈고 

妖氛捲今時 지금에는 요사한 기운을 걷어냈소

大節千人仰 큰 절개는 사람마다 우러러보고

高名萬國知 높은 이름은 만국에 드날렸다오

聖皇求如切 황제께서 이처럼 간절히 부르시거늘

超去豈終辭 달려가지 않고 어째 끝내 사양합니까

 


이순신이 화운하여 도독 진린에게 준 시[和陳都督璘韻]


若向中朝去 만약 그대가 중국으로 돌아가면

其於外國危 그 때문에 이 나라 위태로우리

南蠻更射日 남쪽의 왜적들 다시 쳐들어오고

北狄又乘時 북쪽의 오랑캐 또한 기회를 타리

全節終須報 절개를 지키어 끝내 보답할 뿐이지

成功豈何知 성공이야 내 어찌 알 수 있으리오

平生心已定 죽는 날까지 마음 이미 정했거늘 

此外有何辭 이것 말고 어떤 말이 더 필요하리



명나라 신종 황제가 진림



[해설]


식민치하인 1934년 간행된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 권15에 ‘화진도독진리운(和陳都督璘韻)’이란 제목으로 이순신의 시 두 수가 실리고 그 다음에 ‘진도독차(陳都督次)’라는 제목으로 진린의 시 두 수가 실려 있다. 다른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 판본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제목으로는 원운(元韻)과 화운(和韻)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시 내용을 통해 분석하면 이순신이 진린에게 시 한 수를 지어주자 진린은 이에 차운하여 시 두 수를 지었고, 여기에 대해 이순신이 다시 시 한 수로 화운(和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게 순서가 정리되면 이순신의 첫 번째 시는 제목이 ‘기진도독린운(寄陳都督璘韻)’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들의 진위 문제는 좀 고민이 있어야 할 듯하다. 다른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에는 수록하지 않은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