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문집 국역은 지금까지 많이 이루어졌다고 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이루어진 문집 국역에서는 이렇다 할 이차 연구가 많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아니면 이름도 모르는 일기도 수백 수쳔 편 이차 저작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왜 그런가.
문집을 연구하는 분들이 능력이 안 되서 그런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문집에는 정보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송시열의 송자대전은 넘아 있는 권수만 200권에 육박하는 거질인데,
송자대전에서 뭐 하나 제대로 된 연구가 나온 것이 있는가.
수준이 높아서 이해를 못 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게을러서 일까.
필자는 역사학자도 인문학자도 아니므로,
마치 지나가는 임금님을 보고 순진하게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어린아이 심정으로 이야기해 본다면,
애초에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그렇다.
그렇다면 왜 아무것도 없을까.
왜 조선시대의 그 수많은 문집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을까.
그 이유는 문집은 학술서도 아니고, 논문집도 아니며,
처음부터 족보와 같은 목적으로 펴 낸 책이기 때문이다.
욕 먹을 만한 것 다 빼버리고,
애초에 시 짓는 것 하고는 담 쌓을 것 같은 사람도 그래도 문집인데
시 없으면 되랴 해서 시도 어떻게든 모아서 넣고,
혹시 주자님 언설과 반대되는 거 없는가 자기 검열해서 하다 보니,
남은 게 없다.
그러면 문집은 왜 필요한가?
우리 집이 명문 벌열의후손이라는 것을 보장받기 위해 족보가 필요했듯이
문집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양반이 문집 하나 없어 되겠는가?
이런 양반들의 욕망 덕에
조선시대 우리의 숲은 목판 만드느라 더 빨리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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