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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2년전 오늘 춘천 중도 발굴현장에서 만난 고고학계 準원로들

by taeshik.kim 2019.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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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딱 2년 전인 2017년 6월 13일, 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로 그 전날인가 춘천 중도 레고랜드 예정지 발굴현장에서 만난 풍경 일부를 탈초한 것이 아닌가 한다. 

 

당시 나는 해직 중이었고, 그때 나는 프리랜서, 간단히 말해 백수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데다 글을 기고하고 있었다. 

어딘가 적을 두고 있다는 명함은 있어야겠기에, 국토문화재연구원 연구위원이라는 명함을 파고 다녔다. 

정확히는 그 무렵 창립한 국토문화재연구원 이사로 이름을 올린 고리를 빌미로 이리 적어 휘젖고 다녔다. 


당시 여유가 좀 있었던 나는 뭐랄까? 고고학사를 정리해야 한다는 그런 신념 비스무리한 것이 있어, 그 일환으로 이런저런 일을 해봤다. 그 전에도 절감했고, 이 무렵에 더 절감했지만, 가장 시급한 일은 당대사 정리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대를 사는 당대인들의 증언과 그들의 삶을 채록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뭐 웃기게 썼지만, 이 글 같지도 않은 글이 후대에 어찌 쓰일지 누가 알겠는가? 




자꾸 찍어대니 최병현 선생 왈..

"김 기자 또 영정 사진 찍어대지?"

자문위원이란 이름으로 어제 중도 현장에 나타난 최 선생을 나는 그 발굴단 일원인 국토문화재연구원 관계자로서 모시면서, 옆에서 유심히 무얼 하는가 감시했더니, 이 영감님이 현장엔 집중치 않고 연신 휴대폰 열어 카톡을 본다.


슬쩍 보니 온통 손주 사진이다.
어제도 손주 보러 가얀단고 회의 끝나자마자 자가용 몰고 훨 날라버린다.
그 자가용 시동을 거는데 한여름인데 방귀 소리 한참 내더니 걸린다.
10년 이상된 똥차라고 누군가 말한다.

"난 이제 저녁엔 못 만나. 손주봐야대.
낮엔 전문 도우미가 보고, 6시 이후엔 마누라랑 내가 봐."

"양육비 받으세요?" 

"아니, 없어. 공짜야. 무료 노력 봉사야 ㅋㅋㅋ"


같은 자문위원 이강승 선생이 아마 자식을 먼저 출가시켰을 것이다.

"손주는 내가 먼저 봤어, 이강승이더러 너는 손주도 없냐 놀려, 그러면 이강승이가 그래. 안 나오는 걸 어떡해요...ㅋㅋㅋㅋ"

이런 얘기 회의 도중 몰래몰래 나누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근데 김 기자는 언제 복직하냐?"
"1,2심 완판승 했어요. 회사놈들이 대법원 갔는데, 지들이 먼저 짤릴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이강승 선생이랑 기념 촬영은 안했구나.
놓쳤다.


한창균 선생은 자문위 직전 1시에 열린 문화재청 주최 중도 전문가회의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강승 선생이 말한다. 

"우린 왜 자문가회의야? 전문가회의는 뭐야?" 

최 선생이 말한다. 

"당신이나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깐 그래. 당신이나 나는 자문만 하지 전문가가 아니자나. 당신은 자문만 해"


한창균 선생은 근자 도유호 평전을 냈는데 놀랍도록 치밀하게 썼다.
내 기억에 착오가 있는지 모르지만, 최병현 선생이 한남대 있다가 모교 찾아 날라버리자 그 후임으로 한창균 선생이 부임했을 것이다. 

두 양반 모두 한남대 버리고 모교에 안착했다.
뭐 서울이 좋아서겠지....

한 선생님께는 "선배님 수고수고 왕수고하셨습니다"고 연신 상찬을 바쳤다.
한 선생은 Y대 대선배다.
이 냥반은 사학과, 나는 여학생 많은 영문과...출신이 다르다 ㅋㅋㅋ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기념 촬영하자고 여쭈었더니, 

"가만 있어봐, 배 좀 집어넣고. 접때 누구랑은 사진을 찍었더니 배만 나오더라고"

한창균 선생한테는 만날 때마다 내가 괴롭힌다. 

"손보기 선생이랑 석장리 자료 그만 꼬물탕거리시도 절 주세요.
제가 정리해드릴께요"

어제도 뱀장어처럼 빠져 나간다.

"기다려. 곧 있으면 책 나와. 그거 봐"

*** 마지막에 말하는 곧 나온다는 책은 진짜로 이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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