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哀金先生誄

by taeshik.kim 2018. 10. 14.
반응형

주말인 13일, 잠실은 하루종일 시끌벅적이라,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 건너편  잠실주경기장 일대는 차량으로 북적였으니, 낮엔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모양이며, 밤엔 H.O.T.가 4만 명을 끌어모은 가운데 해체 19년 만에 재결합 공연을 한다 해서였던 듯하다. 듣자니, 상표권 분쟁 중이라 저들 아이돌 1세대 선두주자는 H.O.T.라는 명패를 달지 못한다나 어쩐다나. 그 꼬리를 문 차량 행렬에 묻어 거북이 걸음으로 탄천 건너편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으로 뉘엿뉘엿 몰아가는데 차창 내려 보니 저쪽 주경기장 담벼락에 'FOREVER HIFIVE OF TEENAGERS CONCERT'라는 문구 끔지막하니 확연하다. 하이파이브라니, 독수리 오형제가 퍼뜩 떠올라 빙그레 웃는다. 몰랐더랬다.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이미 폐막하고 포스트 시즌 돌입하지 않았나 막연히 생각했으며, H.O.T.는 그러고 보니, 요새 우리 가요 담당 기자들이 줄기차게 관련 기사를 써댔던 것이니,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콘서트구나 했더랬다. 세상에나 H.O.T가 울리는 총성을 들으며, 영원한 삶을 향한 길 내디니니, 외롭지는 않으리라.  


그 북댁임 뒤로 하고, 건너편 병원으로 들어서니, 나중에 보니 후문이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정문으로나 들어설 걸, 고인에 대한 예가 괜실히 아닌 듯하다. 글쎄다, 내게 익숙치 않으니 이 병원은 처음인 듯, 모르겠다, 26년 전 그때 수습기자 시절, 혹 새벽에 응급실에 들러 변사 있냐? 칼 맞고 입원한 사람 있냐? 하고 물었을지도 말이다. 하긴 그러고 보니, 그 인근이 강남경찰서라, 그 시절엔 왜 그리 새벽 병원을 돌며 시신과 자상 환자를 찾았는지 모르겠다. 이젠 진짜로 누운 사람 찾으러 왔으니, 이 무슨 기구한 팔자인가? 


병원은 한적한 편이지만, 언뜻 보아 병원과는 관계없을 법한 사람 몇몇이 눈에 띈다. 그네들 등짝을 보니 박철순 윤동균 김우열 시절 그네들이 입던 유니폼에 박힌 'OB BEARS'라는  문구가 박혔으니, 아, 야구장 가는 사람 중 그들 팬 일부가 이 병원을 주차장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치어리더도 있을 터, 그래, H.O.T 교향곡에 OB HEARS 치어리더라면 그리 나쁘진 않은 장송이리라. 이쪽은 훌쩍훌쩍 울음바다요, 시내 건너 저편은 시끌벅쩍 환성이니, 시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리도 다른 풍광이 빚어진단 말인가? 이것이 조화옹 소행인지는 모르겠다.    


병원은 결코 최신 설비와는 거리가 멀어 외려 허름한 듯한 이곳 한 켠 장례식장 2층 5호실에 오늘 정좌한 이가 있어, 신주神主로 섰으니, 선생은 성이 金이요, 휘諱가 은양, 천주교 세례명 베로니카라, 1975년 양력 12월 14일에 출생해 2018년 10월 13일 오전 6시에 향년 43세로 선종했다. 그의 종교를 고려하고, 그 죽음을 미화해 선종이라 했지만, 백세시대라는 이 즈음 43세는 요절이다. 


누가 김은양 선생을 요절케 했는가? 

하늘이다. 


그렇다면 그 하늘은 선한가?

악하다. 


악하다면 하늘인가? 

악하다고 하늘이 하늘이 아닐 수는 없다. 


그런 하늘을 어찌 해야 하는가?

원망하는 수밖에 없다. 


무엇을 원망하는가?

저기 선생을 싸늘히 눕게 한 소이연이다. 


그래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가?

없다. 하늘이 생각이 있고, 그런 하늘이 의지가 있으며, 그런 생각과 의지가 언제나 정의를 지향한다면 선생 같은 사람한테 천수를 향유케 해야거늘, 하늘이 이럴 수는 없는 법이다. 


도열한 상주들 옆으로 비켜 서고, 저쪽에선 10살 난 천진난만 여식이 이곳저곳 방긋방긋 뛰어나니는 가운데, 전면 응시하니 국화 꽃 만발한 꽃밭 복판에 리즈 시절 향긋 웃는 사람 빵긋이 나를 쳐다보며 인사한다. 향 하나 빼어 불 붙이곤 꽂는데, 중간이 자끈동 부러진다. 이런 일을 없었는데, 향이 불량품이거나, 혹 내가 힘을 너무 많이 주어서 그랬으리나. 일순 께름칙하긴 했지만, 이 역시 선생에 대한 특별 대우라 치자. 


두 번 절 올리고 상주들 마주하며 단배하는데, 한살 터울 언니와 몇 살 아래인지 모르는 여동생이 연신 울음을 터뜨리고, 그네 중 어느 자매편 남편일 법한 남자 상주와는 악수를 하고는, 그 옆 의자에 철퍼덕 앉아 어쩔 줄 모르는 마지막 상주와 마주하며 안아드리는데, 그 어깨가 마구잡이로 요동을 친다. 


젠장.......................................................................................................................

     

반응형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화 만발한 조계사의 밤  (0) 2018.10.15
천태만상 전봇대  (0) 2018.10.14
"남자는 나누기 3, 여자는 곱하기 3"  (2) 2018.10.13
Be the reds  (0) 2018.10.11
대학로의 주말 동남아시장  (0) 2018.10.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