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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겁많은 놈일수록 칭칭 동여매기 마련, 일본 무사의 경우

by taeshik.kim 2021.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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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유학 중이던 일본 촌넘 니토베 이나조는 양놈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매양 무엇이 일본일까를 고민하다가

탁상에서 이것이야말로 일본정신, 야마토 혼이다고 내세우고는 스스로 무릎을 치게 되니

그렇게 해서 그가 안출案出한 것이 무사도, 부시도 Bushido다.

말할 것도 없이 서양에서 말하는 젠틀맨의 카운터파트로 새롭게 고안해 낸 것인데 문젠 이놈들이 칼잽이라는 사실이었다.

간단히 말해 무식쟁이들이었다.




이 무식쟁이들을 젠틀맨화하고자 이나조는 그들에게 의무 복종 신의 책임이라는 에스닉 코드를 덮어씌우게 된다.

그의 공작은 멋지게 성공해 이후 일본 하면 부시도, 부시도 하면 일본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 부시도야말로 야마토혼 그것으로 동일시되기에 이르렀다.

그가 일으킨 바람은 중국을 들이쳐 양계초가 호응하고 조선 땅에서는 안확이 짱구를 치는가 하면 신채호 역시 요승 묘청을 일약 불세출의 구국 무훈 영웅으로 칭송하기에 이른다.




이제 저 두터운 갑옷을 걸친 무사들이 마침내 헐리웃까지 침투해 무수한 사무라이 정신을 표상한 영화로 변주 중이다.

용기 충성을 위해 주군의 복수를 위해 사무라이들은 칼잽이가 되고 킬 빌이 되는가 하면 때론 로닌이 되어 그것을 달성하고는, 혹은 실패한 책임을 물어 저 두터운 갑옷을 벗고는 스스로 배를 찔러 목숨을 끊는 장대한 의식으로 마무리한다.

무교회주의 야수교도, 겉으로는 온화하기만 한 니토베는 김교신을 낳고 함석헌을 기르는 자양분이 되었으니

본토에 남은 일군은 가미가제가 되어 전화로 산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전후 어떤 저명한 노벨상 수상작가는 천황 만세를 부르고는 할복하는 후학들을 길러낸다.

사무라이는 용기가 있었는가?

용기 있는 놈이 저리 칼끝 하나 피하려고 덕지덕지 무장한 놈 보았던가?

저런 복장으로 무슨 칼을 휘두른단 말인가?

저건 적을 죽이겠단 결의가 아니라 어케든 나는 죽지 않겠노라는 비겁쟁이 복장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저놈들을 때려뉘기엔 권총도 필요없어 야구방망이 하나로 충분하니 그걸로 대가리 한 방 내려치면 패대기친 개구락지가 되고 만다.

저 을씨년한 사무라이 복장은 나는 죽기 싫다는 절규의 표상이다.

더 구체로 보면, 저건 이기겠단 심산이 아니라 져도 안 죽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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