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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공론共論은 원탁회의가 아니라 결재라인이다

by taeshik.kim 2019.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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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대사학계 실로 어처구니 없는 오독誤讀으로 나는 매양 포항 영일 냉수리 신라비를 들거니와

신라 지증왕 시대, 아마도 504년에 작성된 것으로 간주되는 금석이다.

그 내용은 지금의 울진 어느 지방에서 일어난 재산 분쟁 사건을 신라조정이 개입해서 내린 판결을 정리한 것이다. 그 판결문이 바로 이 금석문이다.

이 금석문에 의하면, 요즘으로 치자면 말단 9급 주사에서 시작해 계장 과장을 거치고 국장 실장을 지나 장관을 거쳐 최종으로는 당시 최고권력자인 갈문왕까지 모두 7명이 결재를 했다.

당시 소지왕은 죽고 없다 하나, 그래서 저 아득한 일본 상고기를 끌어다가 있지도 않은 이른바 공위空位시대를 설정하는 얼빠진 놈도 있기는 하다만, 죽지 아니하고 식물인간 상태였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권력서열 넘버투인 갈문왕이 통치를 대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나는 한다. 

어떻든 이런 결정 혹은 합의 과정을 냉수리비문에서는 7명을 "차칠왕등此七王等"이 "共論(공론)"을 했다고 표현했다.

한데 이를 신라사학계에선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면 7명 중 결재라인 제일 꼭대기에 있는 당시 신라왕국 넘버2 갈문왕부터 9급 주사까지 결재라인에 있는 7명이 '똑같은' 발언권을 가지고 정말로 함께 토의했다고 간주한다.

간단히 말해 벤또 싸들고 난상토론 원탁회의를 벌여서 이리 결정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생수병 커피 갖다놓고 원탁회의 해서 그리 결정했단다.

그러면서 이걸 근거로 해서 당시 신라에 왕이 7명이나 한꺼번에 있었고 이들의 연합체 회의를 화백제도라고 간주한다.

세상에 나...
9급주사가 갈문왕과 똑같은 발언권을 지니고 토론하고 과감히 자기 의견을 말하며 자기 의견을 관철하려 했다고?

그렇다면 왜 계급은 나누었고 직급은 왜 나누었단 말인가?

똑같이 주사 하면 되고 똑같이 갈문왕 하면 되지 왜 신라가 미쳤다고 저 짓거리 애서 해서 직급을 나누었단 말인가?

말이 되는 소릴 해야할 거 아닌가?

직급 관직 관위는 권력의 크기와 범위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녹봉 연봉을 결정했다.

갈문왕은 연봉 백억인데 주사는 연봉 삼천만원짜리였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미 저 냉수리비에 관위가 너무나 확실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신라는 이미 상고기에 지나치게 관위를 세분화했으니, 이것이 나는 두고두고 신라에는 짐이 되었다고 보 줄기차게 그 개혁을 위한 몸부림이 있었다고 본다.

신라는 이미 상고기에 관위를 철저하게 구분하고 그 높이별 권한과 의무를 확실히 구분한 고도의 관료제 사회였다.

그렇다면 공론共論이 원탁회의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가?

7명은 함께 벤또 까먹으며 안건을 토의한 회의 멤버들이 아니라 그 결재라인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걸 당시 신라사람들이 共論이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니들 결재 안하니?

하긴 역사학도 태반이 회사 생활을 안해보니 결재라인이 무언지 알게 뭔가?

교수들이, 강사들이 회사생활을 해 봤어야 결재라인이 뭔 줄 알 거 아닌가?  



이게 결재다 이 잡것들아!
9급주사가 기안한 안건들을 위로 결재라인을 단계별로 밟은 것이다. 

그렇다면 신라는 왜 이 결재라인을 밝혔는가?

훗날 책임소재를 따지기 위함이다.

갈문왕 혼자서만 결정을 독점하는 사회를 이상하게도 사학계에선 중앙집권이라 부르면서 그런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에 견주어 고등사회라 주장한다.

왕이 모든 결정을 독점하면 왕이 칼을 맞는다.

더구나 저와 같은 이해가 얽힌 쟁송에선 피해자를 주장하는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쟁송에서 진 사람은 그런 판결을 내린 사람한테 적기를 품기 마련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왕이 결정을 독점하면 그만큼 왕에게 적이 많이 생김을 의미한다.

왕이 칼맞고 죽는다 이 등신들아.

석궁 사건 안봤니?
판사가 칼 맞고 화살 맞는다. 
실제 남미나 이태리에선 판사나 검사가 총 맞고 죽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에서 고안한 제도가 바로 권한의 분산이며 피라미드화다.

이걸 공론이라 표현했을 뿐이다.


신라의 관료제는 말뚝왕 마립간이 웅변하듯 조선시대 이 제도와 하등 차이가 없다.

종구품에서 정일품으로 확실히 등급화한 관료제 사회가 신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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