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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관광·산업·한류, 새 시대 문화재가 장착해야 하는 트로이카

by taeshik.kim 2022.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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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도 문화재로 팔아먹는 시대다. 새로운 문화재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년인가가 문화재청이 교육부 외국으로 문화재관리국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지 꼭 60주년이 되는 해였으리라. 그 법적 근간이 문화재보호법이었으니 구 황실재산관리법인지를 대체한 이 법 역시 제정된지 한 주갑周甲을 돌았다.

환갑이라 해서, 또 저에 기반한 문화재행정이 곳곳에서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 해서 이참에 종래 문화재 행정을 점검하지 않을 순 없어 3급 국장으로 출발해 지금은 차관급 정부기구로 격상한 문화재청으로서는 그냥 있을 수도 없어 이제 문화재행정 좀 고급지게 하고 새로운 시대 흐름도 반영하자 해서 무슨 대토론회 같은 자리를 연속으로 마련했으니 그 성과라 해서 그것이 보고서로도 채택 제출되었을 줄로 믿는다.

하지만 그 토론회 프로그램과 연사들, 그리고 발표주제를 보고선 돌부처도 고개를 돌리고 말았으니

그것을 기획한 자들도, 그리고 그에서 다룬 주제란 것들도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어 도대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감각으로 문화재가 장착하려 한 흔적은 도무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

그도 그럴 것이 연사라 해 봐야 맨 그 놈이 그 놈이라, 현실감각 시대흐름은 그 어디에도 착장하지 못한 구닥다리 먹물들이 새로운 문화재행정을 떠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런 놈들이 떠든 말이 무슨 새로운 문화재행정을 열겠는가?

북한산을 찾은 외국인들. 산이라는 자연유산을 팔아먹는 시대다.




문화재는 무엇이고 왜 문화재이며 문화재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단 한 번도 고민한 적 없는 놈들이 무슨 새로운 문화재를 한단 말인가?

저 놈들이 무슨 문화재를 안단 말인가? 고고학 미술사 건축학 보존과학 전공자라는 사실이 그들을 문화재 전문가로 낙인하지 않는다.

문화재를 한다는 것과 저들 학문에 종사한다는 것은 전연 차원이 다르다. 고작 무덤 파제끼고 집터 조사하며 도자기 쪼가리 수습하고 문화재 땜질이나 하는 자들이 무슨 문화재를 한단 말인가? 그런 자들을 모아 놓고, 문화재 행정이랍시며 그 언저리에 잠깐 혹은 비스무리하게 걸친 자들을 연사로 갖다 놓고선 무슨 새로운 행정을 모색한단 말인가?

문화재이기에 보호받고 관리받아야 하는 당위를 담보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것은 윽박의 시대였다. 문화재가 민족정체성이니 국가정체성의 보증수표니 하는 따위의 당위를 내세운 존재 논리는 독재시대의 산물이며, 그래서 그 시대는 윽박으로 문화재가 존재 가치를 강요하던 시대였다.

이제는 문화재가 능동으로 사회에 무엇인가를 공헌하는 시대로 변화해야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숭고한 희생자주의를 가장해 문화재는 언제나 핍박받는 존재로 가장해,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자체가, 공공이 이러해야 한다는 구걸을 일삼을 것인가?

필요하다면 태풍도 자연유산으로 지정해서 팔아먹어야 한다. 담대한 발상이 필요한 시대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재는 문화재가 능동이 되는 시대를 말한다. 문화재가 주체가 되어 사회변혁을 당당히 이끌어내는 주체가 되는 시대를 말한다. 문화재가 더는 구걸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러한 변화를 통해 공동체 변화를 이끌며 그런 변화를 주도하며, 그런 방식으로 당당히 존재감을 각인하는 시대를 말한다.
언제까지 우리 문화재는 불쌍하니 이렇게 도와달라 읍소한단 말인가? 그리 자신이 없는가?

그렇다면 지금 문화재가 당당히 자기 몫을 주창하며, 그것을 통해 나 역시 사회 변혁의 주체임을 역설할 만한 소재들은 무엇이 있는가?

더 많은 것이 있겠지만, 나로서는 관광과 산업과 한류 이 세 가지를 뺄 수가 없다. 이 셋을 관통하는 분모는 경제다. 간단히 말해 문화재가 당당히 경제 주체로 서는 시대를 말한다. 더 구체로 말하자면 지속가능한 발전, 그 주체로서의 문화재를 말한다.

문화재는 관광을 이끄는 주역이다. 그것도 당당한 주역이다. 이 관광에서 문화재를 빼면 무엇이 남는가? 앙코 빠진 찐빵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몫을 당당히 주장한 적이 있는가? 단 한 번도 없다.

당장 문화재보호법을 봐도 문화재를 이런 시각으로 내세운 흔적이 도무지 없다. 언제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만 덕지덕지 붙여놨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 문화재는 더는 그러한 읍소로는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 사회 곳곳에서 문화재를 향한 저항 혹은 반역은 이유가 딴 데 있지 않다. 지속가능한 발전, 그 주역으로서의 문화재 역할을 단 한 번도 주장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가 관광의 당당한 주역임을 이제는 문화재보호법에서 내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재보호법이라는 이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언제까지 보호 타령만 일삼을 셈인가? 보호라는 말 자체가 문화재 희생주의를 강요하고 윽박한다. 이제는 그런 피해 의식을 벗어던질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관광을 문화체육관광부가 독점해야 한단 말인가?

전통적인 문화상품. 하지만 야간 점등은 새로운 시대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문화상품이다.


그런 점에서 그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재청 역시 그 이름이 무엇이 되건 이제는 당당히 경제관련 부처로 서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 역시 이제는 제대로 방향타를 잡고 나아가야 한다. 종래 문화재 산업이라면 고작 문화재를 모티브로 삼은 이른바 문화상품 굿즈를 말하거니와, 문화재 산업전이라는 데를 가 봐라! 여전히 그 문화재 굿즈는 조악하기 짝이 없어 언제까지 저런 조악한 상품들로 산업을 개척한단 말인가?

한류는 시대 흐름을 민감하게 타는 말이긴 하지만, 흔히 3차 한류로 지목하는 작금 한류가 지속한지 20년이 넘었고, 당분간 지속할 것이 확실한 이상, 한류를 문화재가 포섭해야 한다.

나는 매양 말하거니와 BTS 블랙핑크가 한류인가? 아니다. 그건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 영원한 한류콘텐츠는 바로 한국의 역사문화 자연 그 자체다. 이 훌륭한 자산을 한류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제대로 가공이나 하며, 그걸 팔아본 적 있는가? 없다.

돌아보면 한국의 산하 자체, 한민족의 지난 내력이 켜켜이 쌓아올린 그 역사문화 자체만한 한류 콘텐츠 있는가? 고작 김장담그기 된장 담그기를 인류유형문화유산으로 만들었다 해서, 해인사를 세계유산으로 만들었다 해서 그것이 한류상품인가?

문화재는 제대로 가공한 적도 없고 제대로 팔아먹은 적도 없다.
이런 새로운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때론 편승하면서 때로는 또 주도하면서 당당히 몫을 주창하며, 선도해야지 언제까지 희생자임을 내세우며 수세로만 일관하겠는가?

문화재는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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