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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넓적배사마귀를 찾아 떠난 아버지와 아들

by taeshik.kim 2019.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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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척리 벌판을 헤매는 아드님


2014년 10월 4일 

나는 아들 형은이라는 놈과 경주행 KTX를 탔다.  

오 작가랑 합류해 냅다 그 인근 금척리고분군을 갔다. 


사마구 찾아 표형분을 오른 아버님 by Youngwoo Park


그 드넓은 공동묘지 수풀과 봉분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없다. 

단 한마디도 안보인다. 


계림에서 허탈한 아버지와 아들 by Youngwoo Park



할 수 없이 경주분지 월성 계림 인근으로 옮겼다. 곤충 채집통을 들고는 말이다. 
거기도 없다. 
그렇게 "넓적배 사마귀를 찾아 떠난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는 비극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양동마을에서 사마구 찾아나선 아들과 포토바이오 by Youngwoo Park



그날 저녁을 괴기로 때우고는 369호텔에 투숙했다. 
내일은 반드시 잡아야할낀데 라는 다짐 혹은 기원을 하면서 말이다. 
낼은 양동마을을 가잰다. 

애초 목표한 지점이긴 하다. 양동마을이 아니래도 서식환경이 비슷한 같은 경주 어딘가에선 찾을 줄 알았으니 말이다. 
이미 오기 전에 아들놈이 말한다. 

"아부지, 경주에 양동마을이라는 데가 있어? 거기서 잡혔데. 블로그에서 봤어. 그러니 양동마을 가자." 

그리하여 나랑 아들놈, 그리고 오작가와 박작가 넷이서 가을구경 삼아 양동마을로 나섰다.  




가재서 오긴 했는데 이 드넓은 양동마을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왜 하필 이 사마귀는 대전 이남에만 있단 말이며, 하필 그것이 포획된 곳이 양동마을이란 말인가? 

그렇게 두리번두리번 마을 뒷산 수풀을 찾아 어슬렁이는데 오작가가 소리를 친다. 

"넓적배사마구다. 형은아 넓적배사마구 찾았데이." 

"어디 어디요? 어? 진짜네요? 찾았다." 

이놈들도 무리를 지어 사는지, 한마리 찾으니, 주변에서 두 마리가 더 나온다. 

도합 세 마리를 포획했다. 

거참 이상도 하지, 진짜로 양동마을엔 넓적배사마구가 있었다. 

역시 세계유산이라 다른가 보다 했다. 


정혜사지에서 아버님 by Youngwoo Park


세 마리 포획하고 나니 이제야 맘이 놓였다. 

못 찾았더래면 어칼 뻔 했을까? 부자간 의절할 뻔했다. 

세 마리로 그런 대로 만족하는 듯 하니, 이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싶었다. 

양동마을에서 가까운 옥산서원과 정혜사지 심삼층석탑을 찾았다. 

클로버 담요로 배를 깔았다. 



너울대는 누른 나락 벌판 뒤편 석탑은 그리도 아름다웠다. 

넓적배사마귀 세 마리는 그렇게 안도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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