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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도이가하마 유적(土井ヶ浜遺跡)과 도래계(渡來系) 야요이인(弥生人) (3)

by 초야잠필 201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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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조몬인 (왼쪽)과 야요이인 (오른쪽) 골격. 조몬인보다 야요이인이 평균 신장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같이 사진 찍은 사람은 우리 연구실 오창석 박사. 


그렇다면 조몬인과 야요이인 인골은 어떤 차이가 있기에 서로 다른 종족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일까? 

도이가하마 유적 인골로 대표되는 도래계 야요이인 인골은 특징이 다음과 같다. 


1. 얼굴이 길다

2. 코가 낮고 얼굴이 편평하다 (납작하다)

3. 키가 크다. 


이에 반해 조몬인 그리고 조몬계 야요이인 사람들 특징은 

 

1. 얼굴이 짧고 

2. 코가 높고 각이 있고 입체적인 얼굴 모양. 

3. 키가 작다. 


이 얼굴 모양을 요약해 그림으로 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도래계 야요이인과 조몽인의 얼굴 비교. 전자가 후자보다 얼굴이 길고 옆에서 볼때 보다 편평하다. 큐슈대박물관 "왜인의 형성"에서 전재. http://www.museum.kyushu-u.ac.jp/publications/special_exhibitions/WAJIN/wajin.html


도래계 야요이인 (왼쪽)과 조몽인 (오른쪽)의 비교. 위와 마찬가지 사이트에서 전재. 


일본 역사민속박물관에 게시된 야요이인-조몬인 인골 차이. 도래계 야요이인이 조몬인보다 키는 3센티 정도 크고, 얼굴이 위아래로 길면서도 편평한 특징이 동시기 한반도 사람과 공통이라고 적고 있다 (여기서 한반도 사람은 우리나라 남해안 늑도에서 발굴된 인골이다).


복원된 도이가하마 사람들. 멀리보이는 새를 들고 있는 아주머니는 도이가하마 유적에서 발굴된 여성 인골 중 한 개체가 새를 가슴에 안고 묻힌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에 근거하여 그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살아 생전에 새를 애완용으로 들고 다녔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처럼 도이가하마 유적은 도래계 야요이인의 존재와 함께 이들이 일본민족 형성에 끼친 영향을 웅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유적 박물관이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인류학-인골연구를 주 테마로 만든 독립 박물관으로서는 일본 전역에서 이 유적 박물관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도이가하마 유적에서 발굴된 인골 중에는 사람들의 주목을 끈 유명한 인골이 있다 (土井ヶ浜124号骨).

박물관 전시실에는 "영웅-Hero"이라는 닉네임을 붙인 인골이다. 어떤 인골이기에 이렇게 이름을 붙였을까? 


바로 이 인골이다. 발굴 당시에 인골 주변에서 다수 화살촉이 발견되고 일부 화살촉은 뼈에 감입된 채로 확인되어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많은 수의 화살을 맞고 죽은 채로 묻힌 것으로 추정되었다. 위에 붙어 있는 이 인골에 대한 설명을 보면 "영웅의 죽음의 수수께끼"이다.

 

실제로 발굴 현장을 보면 이렇게 생겼다. 화살대 부분은 화살촉의 위치를 참고하여 날아온 방향대로 꽂아 둔것이다. 


이 인골의 죽음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 마을을 지키는 전사집단의 우두머리로 전투에서 많은 상처를 입고 죽은 영웅일 것으로 보인다... 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스토리도 있다. 오른쪽에서 보는 것처럼 세워 놓고 앞에서 많은 사람이 일시에 화살을 발사하여 죽였다는 스토리다. 후자라면 영웅이 아니라 그 반대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은 영웅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도이가하마 유적과 이와 관련된 도래계 야요이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워낙 간략하게 주마간산격으로 정리한 터라 얼마나 이 유적을 잘 설명한 것일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 유적이 한반도와 막대한 관련성을 지닌 데 반해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아 용기를 내게 되었다. 

이 유적지 홈페이지는 아래에 있다. 참고하시기를 바라옵고-. 

http://www.doigahama.jp/


야요이인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아래 사이트를 방문하시어 한장씩 넘겨 읽어보시기 바란다. 만든지 20년 가까이 된 큐슈대 박물관 온라인 전시물인데 학계의 보편적 지지를 받는 이야기를 간추려 모아 놓아 놓아다는 점에서 아직도 유효한 부분이 많다. 독자 여러분께서 관련 정보를 전반적으로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http://www.museum.kyushu-u.ac.jp/publications/special_exhibitions/WAJIN/wajin.html

혹 일본을 나중에라도 찾아가시는 분들 중 여유가 있으신 분들께서는 이 유적지를 한번 쯤 찾아가 보시기를 바란다. 

먼 옛날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이주한 농경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귀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完)


# 사실 이번 연재에서는 인골의 형태만으로 도래계 야요이인과 조몬인 차이를 규명한 연구만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 하지만 1990년대 이후, DNA 분석 기법이 발전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일본인의 dual structure-hybridization theory를 증명하는 연구가 많이 나왔다. 이 연구들 덕분에 최근에는 도래계 야요이인과 조몬인이 현대 일본인을 구성하는 두 개 기둥이라는 가나세키 주장이 사실상 일본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나중에 별도 기회를 빌려 설명하기로 한다. 

### 도이가하마 박물관에서 배부한 한글 설명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도이가하마 유적에서 매장 최대 특징은 얼굴 방향이 다 같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적은 다른 지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그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얼굴은 서쪽을 향했다. 서쪽이란 즉 바다 방향인 것이다...... (중략) 도이가하마 야요이인 얼굴은 그들의 근원(조선반도를 포함한 대륙)을 향하여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직접 현장 복원 전시를 관찰한 바로는 아무리 봐도 얼굴 방향이 일치하는 것 같지가 않아 이 글에서는 여기 미주에만 적어둔다. 일본판 설명에는 이런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한국 관람객을 위한 특별 보너스 일지도.. 후일 혹여 다시 가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찬찬히 다시 살펴 볼 생각이다. 


도이가하마 인류학 박물관 외부에 복원 전시한 경관. 

이곳은 원래 연못으로 연꽃을 길렀던 모양인데 지금은 볼 수 없었다. 

전언에 의하면 이 연꽃은 2000년 전, 야요이 시대 유적지에서 나온 연꽃 씨를 발아시켜 얻은 것이라고 한다. 


도이가하마 일본 고병리학회에서 발표중인 우리 연구실 홍종하 군

그리고 그 발표 내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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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가하마 유적(土井ヶ浜遺跡)과 도래계(渡來系) 야요이인(弥生人)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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