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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돌무더기여, 방해하지 말지어다

by taeshik.kim 201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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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표암


한시, 계절의 노래(170)


어지러운 돌무더기(亂石)


 唐 이상은 / 김영문 選譯評 


범과 용이 웅크린 듯

종횡으로 뒤엉켜서


별빛 점차 스러지니

빗방울이 맺히네


동서로 오가는 길

방해하지 말기를


술고래 완적이

통곡하다 죽을 테니


虎踞龍蹲縱復橫, 星光漸減雨痕生. 不須幷礙東西路, 哭殺廚頭阮步兵. 


이상은 시는 대부분 난해하다. 어휘 구사가 생경하고 느닷없다. 하지만 특이하고 기발한 특징을 보인다. 그의 시를 마주하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수수께끼를 풀 듯 시에 집중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느라 출구를 찾지 못한다. 그래도 이 시는 이상은의 시 중에서 평이한 편에 속한다. 기암괴석이 마구 엉긴 모습을 범과 용이 웅크린 것으로 비유한 기구(起句)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럼 승구(承句) “별빛 점차 스러지니 빗방울이 맺힌다”는 무슨 뜻인가? 별이 땅에 떨어져 돌이 된다는 고사를 빌려왔다. 별이 땅에 떨어져 운석이 되면서 서서히 빛과 열을 잃고 그 표면에 습기가 차 물방울이 맺힌다는 뜻이다. 기발하고 독창적인 표현이다. 마지막 전구(轉句)와 결구(結句)는 위진(魏晉)시대 완적(阮籍)의 행적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들다. 완적은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이다. 위(魏)나라 신하였으므로 사마씨(司馬氏)의 진(晉)나라를 인정하지 않고 거리낌 없는 기행(奇行)으로 권력을 비웃었다. 그는 술에 만취하여 혼자 수레를 타고 정처없이 치달리다가 길이 막힌 곳에 이르면 큰 소리로 통곡하다가 돌아오곤 했다. 이상은이 완적의 에피소드를 빌려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슬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唐詩)는 이상은에 이르러 매우 난해해졌지만 그 표현은 더욱 확대되고 의미는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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