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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모을 줄만 알고 쓸 줄 모르는 민간단체

by taeshik.kim 202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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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문제가 되는 정의기억연대와 정대협이 꼭 이에 해당하는지는 자신이 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꼭 지적하고 싶은 점은 법인 혹은 그에 준하는 민간조직, 혹은 그런 법적 존재를 구비하지 아니하는 각종 계니 동호회까지 포함해서 보건대 그 재정운용 방식에서 나타나는 압도적인 현상이 어째 약속이나 한 듯이 돈을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긁어모을 줄만 알고 쓸 줄은 모르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돈을 얼마나 긁어모았는지로 회장과 총무를 비롯한 운영진 업적이 평가되는 경향이 노골적이다. 바로 이에서 그 민간단체가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영리단체로 변모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건 내가 어떤 학술모임 총무를 하면서 나 자신부터 그랬던 것이라 나를 반추하고 비판하는 의미에서도 반드시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는 무슨 학회니 연구회니 하는 이른바 학술단체들을 보자. 요새는 추세가 좀 바뀌기는 했는데 여전히 이런 단체 대다수는 여전히 임의단체라 법적 존재 근거가 전혀 없다. 친목단체에 지나지 아니해서 이런 학회 통장은 회장이나 총무 개인 이름으로 개설된다.(이를 타개하고자 김대중 정부에서 이를 양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 법인으로 보는 고유단체라는 것이니, 요새 학회 중에 이 고유단체로 등록하는 데가 많아졌다.)  

물론 임의단체라 해서 회계처리가 엄연히 법인인 정의연처럼 개판인 데는 단 한군데도 없다. 그 점에서 정의연 회계처리방식은 분명 비난받아야 하고 그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며 그 책임은 사법기관이 분명히 물어야 한다.

통장을 윤미향 개인 이름으로 개설한다? 정의연이라는 법인 이름으로 행하는 모금을? 이건 범법이며 이건 제정신인 사람은 생각할 수 없다.

다시 학회로 돌아가면 이 학회는 원칙으로 보면 회비로 굴러가는 게 맞다. 물론 학술행사 등에 필요한 적지않은 경비는 후원을 받을 수도 있다. 한데 그 속내 뒤집어 보면 적립금이 적지 아니해서 그런 학술대회 너끈히 치르고도 남는 돈이 있는데도 그 적립금은 전연 손대지 아니한 채 관성처럼 후원금을 받아챙기는 데가 있다. 고고학계서 이런 일이 빈발한다.

 

그 어떤 고고학 대회도 가 보면 후원단체 이름을 잔뜩 나열하는데, 그게 다 그런 단체서 돈을 땡겼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단체가 그런 다른 기관들 후원이 없으면 그 학술대회 못하는가? 물론 그런 데가 없지는 않을 것이로대, 그렇지 아니한 데 역시 많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학회는 돈 긁어내지 못해 환장한 하이애나 같다.

물론 이런 학회가 회비가 잘 걷히지 않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만, 그렇다 해서 학회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학술대회 빌미로 돈을 뜯어낸다.

왜 그런가? 돈은 쓰기 위해 모은 것인데 쓸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돈 쓰는 일이 죄악시되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그 학회장이 교수일 때 더 두더러지게 나타나는데, 이 친구들은 대체로 보아 천성이 뜯어먹을 줄만 알지 돈 쓰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다. 돈 주는 교수 본 적 있는가? (물론 좋은 일 하는 교수도 더러 있다는 건 안다. 논의 전개상 다 싸잡아서 대체라는 항목으로 평하니, 좋은 교수들은 이해해 주기 바란다.) 국가더러 왜 돈 안주냐 언제나 지랄하는 족속이 교수다.

돈만 많이 모으면 좋은 회장 좋은 총무다.

돈은 쓰야 한다. 푹푹 쓰야 한다. 학회 재정상태 뒤지면 물론 개털인 데가 많기는 하나 무슨 학회가 이리 돈이 많냐 하는 데가 생각보단 많다는 사실에 경악하게 될 것이다.

정의연 사태가 왜 일어나는가? 그를 향한 불만의 근저에는 저들이 제대로 쓸 줄은 모른다는 그런 의심에서 비롯한다. 더 환장할 노릇은 저 정의연 혹은 정대협에는 순전히 자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저들이 얼마 만한 돈을 어디에서 어케 모았고, 그것을 구체로 어디에 어케 썼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는 없으나, 그 돈은 첫째도 둘째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썼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저네들이 말하는 직접 지원 외의 그런 지출들이 궁극으로는 피해 할머니 돕기라고 포장할 수는 있겠고, 그런 활동 중 일부는 그렇게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아무튼 긁어올 줄만 알고 제대로 쓸 줄은 모르는 데서 이번 사태가 초래하지 아니했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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