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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못자리 조우하며 격발한다

by taeshik.kim 202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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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에 국한하니 다른 데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벼농사가 사라졌다.

벼농사가 사라지니 제비가 사라졌다.

제비는 진흙으로 집을 짓는데 그 진흙은 벼논에서 조달했으니 물을 대는 농사가 사라지니 제비가 무엇으로써 건축을 한단 말인가?

나락이 사라진 논엔 온통 다마네기 마늘 파 차지요 아예 끌어엎고 과수원으로 변한 곳 천지다.


이젠 아무도 벼농사를 짓지 아니한다.

왜 그런가?

투자 대비 이문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문은커녕 손해만 막심하니 누가 벼농사 하겠는가?

쌀은 사다 먹는 게 남는 장사다.

그때야 먹는 게 급했다.

이문은 고사하고 입에 풀칠을 해야 했다.

굶어죽지 않으려 벼농사를 했으니 그래도 언제나 쌀은 모자라 언제나 보릿고개는 어김없었다.

그땐 또 대가족이라 딸린 새끼가 기본 다섯이요 열인 곳도 드물지 않았다.


신기했다.

못자리다.

사라진 줄 알았던 못자리다.

한데 못자리가 저리 작으니 무슨 곡절이 있을 터.

혹 아끼바리 아닌가? 아님 그 대타 무슨 종 아닌가 싶다.

그 한쪽은 미나리꽝이다.

벼논 벼농사가 사라짐으로써 농촌이 비로소 이문이 남기 시작했다는 역설을 어찌 해명할 것인가도 나한테는 숙제다.

언제나 말하듯이 도시화 산업화 그리고 그에 따른 급속한 이농현상이 농촌을 비로소 살렸다.

그에 덩달아 민둥산은 밀림으로 변해 멧돼지 고라니가 넘쳐나게 되었다.

아무도 땔감나무를 하지 않는다.

지게가 사라지고 똥장군이 사라지니 비로소 농촌이 숨통을 텄다.

농촌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려면 농촌은 더 황폐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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