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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 사진 찍다 마마무 화사 찾아나선 펜대 기자

by taeshik.kim 202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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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는 촬영기자가 있지만 신문이나 통신사에는 그에 해당하는 기자가 사진기자라 글로써 업을 삼는 펜대기자와는 업무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요새야 기자사회 역시 융복합이 일어나 펜대 기자 역시 사진은 물론이요 영상 방송까지 요구하는 시대긴 하다간 근간은 직능이 갈라진다.

나는 펜대기자로 입문한지 29년을 꽉 채웠으니 사진은 1998년 연말 문화재 분야를 전담하게 되면서 할 수 없이 손대기 시작했다. 내 기사 구미에 맞는 사진은 내가 찍을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조금씩 손대기 시작하다 나중에는 내가 문화재 사진기자인지 문화재 기자인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나는 사진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혼자 부대끼며, 그리고 사진작가들이 찍는 모습을 흘깃흘깃하며 훔쳐보거나 가끔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다. 이른바 철저한 생계형 자업자득형 매버릭이다.

이런 놈이 어찌하다 사진기 둘쳐 매고는 연예인, 것도 한창 한류스타로 주가가 높다는 마마무, 개중에서도 화사라는 유명한 친구가 싱글 발표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한다기에 건방지게 사진 취재를 하겠다고 딜링 나섰다.




화사가 미니 싱글 앨범을 발표한다는 소식은 요즘 계속 날아들었고, 더구나 이에 즈음해 소속사는 그것을 붐업하고자 관련 보도자료를 연일 배포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으니, 보니 이를 위한 press showcase가 24일 오후 1시 광진구 광장동 한강에 인접한 예스24라이브홀이라는 데서 있다면서 취재 신청을 하라는 것이었다. 사진 취재만 허용한단다.

펜대 기자를 위한 자리는 온라인이며, 영상은 행사 뒤 소속사에서 배포하는 자료를 쓰라는 것이며, 오직 사진 취재만을 현장서 허용한단다.




우리 공장에는 이런 연예행사를 전담하는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따로 있으며 이 친구가 중요한 이벤트는 거의 다 커버한다. 하지만 그걸로 내가 만족할 수는 없었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쓰고자 하는 사진은 우리 역시 별도로 현장을 나가 생산해야 했다.

다만, 그것이 여의치 아니한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그럴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니, 그래서 방자하게 내가 한 번 해 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왜 부담이지 않겠는가? 부서장이 너무 나댄다는 말이 나오지 마란 법도 없고, 무엇보다 그렇게 요란스럽게 나섰다가 결과가 신통찮으면 얼마나 가오 상하는 일인가?




또 하나, 화사를 내가 담아보겠노라 했지만, 이는 내가 전연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사진에 미쳐 다닌지 오래되었지만, 그 현장은 언제나 문화재현장 혹은 그 비스무리한 풍경일 뿐이었으니, 물론 이런 데서도 셔터스피드와 감도 설정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그 대부분은 다 차린 밥상을 찍는 것과 같아 정적인 현장을 담았을 뿐이다.

이 셔터스피드 문제는 결국 현장에서는 버벅거리다가 회사로 복귀해 사진기자 출신 공장 동기한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나는 화사처럼 온몸을 흔들어제끼며 노래하는 가수 사진을 담아본 적이 거의 없다. 또 하나 이런 때는 연속촬영을 설정해야 하지만, 문화재현장에서 연속촬영할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 설정 잘못 만지다가 연속촬영이 되는 바람에 원치 않은 따다다 따발총 촬영이 서너 번 있었을뿐, 나는 내가 자청해서 카메라에서 연속촬영 설정을 한 적이 없다. 이걸 하는 방법도 까먹어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도 쪽팔려 결국 화사는 한컷한컷 담고 말았으니, 그런 까닭에 셔터는 많이 눌렀지만 내가 만족하는 컷은 몇 장 건지지도 못했다 젠장.




암것도 아닌 일을 참말로 요란떤다 하겠지만, 나로서는 어제 화사 현장이 저와 같이 여러모로 스트레스였다.

촬영 사진들을 다운로드해 화면에 띄워보니, 허둥지둥한 난맥상이 고스란하다. 초반부 촬영분은 셔터스피드 조정에 실패하는 바람에 모조리 초점이 나갔으며, 그 문제를 어느 정도 알아채린 다음 그것을 조정한 사진들은 초점이 덜 나가긴 했지만, 끝내 움직임을 포착한 장면들은 그 움직임이 다소 정적일 때는 그런 대로 쓸 만 하나, 격렬한 움직임을 담은 장면들은 모조리 초점이 나갔다. 또 설정조차 까먹은 연속촬영은 건너뛰었으니 내가 맘에 드는 장면은 몇 컷이나 건졌겠는가?




그래도 문제는 대략 파악했고, 그에 대한 동기녀석 자문도 있었으니, 연속촬영 설정만 느긋할 때 사진기 뒤져가며 찾아 사용법 숙지하면 될 일이다.

나이 들면 실책은 한 번으로 줄여야 한다. 버벅거림은 딱 한 번으로 족하다.

현장을 나가면서 주변에다 "나를 이제부터 연예전문사진기자로 불러달라" 큰소리 뻥뻥 쳐놨는데, 그리 되지 말란 법 있는가?

다음번 쇼케이스 가수가 누군지 체크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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