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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미라와 북극 (11)

by 초야잠필 2019.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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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의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학연구실)


이제 북극에 대한 이야기를 끝낼 때가 왔다. 


아문젠에 서북항로를 인류 최초로 개척한 이야기를 썼지만 사실 아문젠의 모험이 증명한 것은 서북항로는 상업항로로 이용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것이나 다름 없었다. 사시 사철 중 여름에만 간신히 이 항로에서 얼음이 녹아 길이 열리는데 그나마 아문젠이 사용한 것처럼 작은 크기의 배나 다닐 수 있을 뿐 대형 무역선이 다니기에는 택도 없는 항로라는 것을 사람들은 깨닫게 된 것이다. 


거기다 수에즈운하가 열려 (1869년) 동아시아로 가는 길을 굳이 북극항로를 통해 열 필요가 사라졌다. 


 

수에즈운하가 아시아로 가는 길을 크게 단축하면서 서북항로의 매력은 사라지고 아문젠이 이 항로를 개척할 즈음에는 이미 탐험자의 관심을 끌고 있을 뿐이었다. 


아문젠의 서북항로 개척은 다른 말로는 이 항로에 대한 개척-탐험의 시대의 종말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상업적 미래가 없는 개척-연구란 항상 비슷하게 마무리 되는 법이다. 


하지만 반전의 계기가 21세기 들어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지구온난화가 이유였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지구온난화가 북극해 얼음의 양을 줄이면서 북서항로가 열리기 시작한것이다. 2050년 쯤에는 북서항로가 계절에 관계 없이 완전히 열리는 시대가 온다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렇게 되면 돈이 되는 것이다. 


북서항로를 통해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고자 하는 꿈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 두 지역이 현재 글로벌한 경제 중심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에즈운하를 통하는 것보다 더 짧은 항로가 일년 내내 열린다면 이것은 상업적으로 돈이 될 것이다. 아마 2050년 쯤에는 캐나다 북쪽 해안이나 러시아 북쪽 해안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항로가 정기적으로 개설될지도 모른다. 


관련뉴스: http://eknews.net/xe/39429


북극해 지역은 아직도 연구자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진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북극해 그 험난한 지역에도 사람이 살았다. 이누이트-에스키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그 혹독한 조건에서도 긴 세월 동안 이곳에서 독자적 문화를 이루고 살았다. 이 문화에 대한 연구는 북미와 러시아 연구자들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유럽인의 북서항로 개척기에는 단순히 극지에 살던 원주민에 불과한 이들이 마침내 이 지역 주인공으로 대접받으며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연구실도 러시아 극지 지역 연구를 시작한지 벌써 5년째를 맞고 있다. 우리가 러시아팀과 공동조사하는 지역은 북위 67도. 그래도 어엿한 북극권 지역이다. 하지에는 해가 지지 않는 지역. 해마다 1년에 1-2회씩 이 지역으로 날아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제 서서히 그 연구 결과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30682121

https://www.ncbi.nlm.nih.gov/pubmed/30500667


지금까지 북극권에 얽힌 탐험가와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했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었지만 북서항로는 적어도 지금까지 폐기된 항로이다. 북극의 연구에 그렇게 목숨걸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아폴로 계획은 어떨까. 보이저 계획은? 이런 연구는 무슨 돈이 될까. 우리들은 연구의 목적이 "인간의 호기심"이라는것을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익숙해 있다. 하지만 호기심이 연구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여 연구를 밀어붙이는 동기가 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큰 연구 업적은 나오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가도 돈만 쫒아가는 천박한 연구프로젝트-정부 주도의- 그것도 돈의 흐름에 따라 몇년마다 그 주제가 바뀌는 그런 연구들만 난무하게 된다는 뜻이다. 


자, 이제 유명한 영화의 도입부에 나오는 인트로를 써보고 이 연재를 마치겠다. 

트래키라는 광팬을 낳은 TV시리즈-영화 스타트랙의 도입부에 항상 나오는 구절이다. 




Space, the final frontier

These are the voyages of the Starship Enterprise

Its five year mission

To explore strange new worlds

To seek out new life

And new civilizations

To boldly go where no man has gone before


이 인트로에 담겨있는 생각이 프랭클린 원정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어찌보면 1850년대, 북극에서 사라진 프랭클린 원정대는 사실 모두 전멸하여 끝난 것이 아니고, 이후 그 정신이 아문젠의 북서항로, 남극탐험, 아폴로계획까지 이어진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이 TV 쇼에까지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정신을 낭비라고 생각하고 이해 못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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