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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바람에 소리내는 현악기

by taeshik.kim 201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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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열렴묘 출토 명대 초기 도용. 明代朱悦燫墓出土陶俑. 사천박물원 소장. Early Ming Tomb of Zhu Yuelian. Sichuan Provincial Museum, Chengdu, Porcelain Gallery


한시, 계절의 노래(158)


금(琴)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구부정한 탁상 위에

금(琴)을 얹고서


게으르게 앉았지만

유정한 마음


무엇하러 번거롭게

손으로 타나


바람이 현에 스쳐

소리 나는데


置琴曲几上, 慵坐但含情. 何煩故揮弄, 風弦自有聲.


금(琴)은 흔히 거문고로 번역하지만 전혀 다른 악기다. 금(琴)은 중국 악기로 줄이 일곱이고, 거문고는 고구려 왕산악이 만든 우리 악기로 줄이 여섯이다. 금(琴)은 손으로 줄을 퉁겨서 소리를 내고, 거문고는 술대로 켜서 소리를 낸다. 하지만 자연의 소리를 좋아하는 선비들은 풍현(風弦)이나 소금(素琴)으로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풍현은 바람 부는 곳에 금(琴)을 놓아두고 바람이 현(弦)을 스치며 내는 소리를 감상하는 것이다. 소금(素琴)은 무현금(無絃琴)이다. 줄이 없이 소리통만 있는 금(琴)이다. 동진(東晉)의 선비 도연명은 평소 음률을 잘 몰랐지만 집안에 현이 없는 금(琴)을 하나 장만해두고 주흥이 도도해지면 그 무현금을 어루만지고 노래 부르며 폼을 잡았다고 한다. 줄 없는 기타를 들고 노래 부르는 시인을 상상해보시라. 백거이는 도연명의 무현금 연주를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던지 줄 있는 금(琴)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게으름이 심해서 자신은 손을 놀리지 않고 바람에다 연주를 맡겼다. 음외지음(音外之音)의 경지인가 아니면 음치의 제스처인가? 백거이는 백성의 고통과 현실의 모순을 신랄하게 폭로한 신악부운동의 주도자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한적한 풍격의 시를 지었을까? 그는 전혀 모순으로 느끼지 않고, 자신의 지음(知音) 원진(元稹)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옛 사람이 이르기를 ‘곤궁하면 홀로 자신의 몸을 선하게 수양하고, 현달하면 천하를 두루 구제한다’라고 했소. 내 비록 불초하나 늘 이 말을 스승으로 삼고 있소(古人云, ‘窮則獨善其身, 達則兼濟天下.’ 僕雖不肖, 常師此語.)”(「與元九書」) 뜻을 얻지 못하고 곤궁하게 살 때는 이런 한적한 기풍의 시를 지으며 자신의 심신을 수양하고, 뜻을 얻어 출세했을 때는 가시 돋친 현실 비판시를 지으며 천하를 구제하겠다는 말이다. 요즘은 아마 반대의 경우가 다수인 듯하다. 곤궁하게 살 때는 가시 돋친 현실 비판을 쏟아내다가도, 어쩌다 작은 관직이라도 차고 앉으면 온순한 양이 되어 보신의 길을 걷기에 급급하니 말이다.(그림출처: 百度百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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