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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박원순을 어찌 기록할 것인가?

by taeshik.kim 2020.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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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퇴근이 좀 늦어졌으니 저녁 약속 때문이었다. 공장을 나서려는데 서울시장 박원순이 블리블라 실종됐다는 속보가 날아든다.

한류기획단은 공장 8층 구석데기에 부서가 있다. 신설부서가 감내해야 하는 핸디캡이다. 이곳엔 편집국 중에서도 세계뉴스를 취급하는 국제부랑 국내 뉴스를 영어를 필두로 하는 각종 외국어로 서비스하는 외국어뉴스가 정좌한다. 여타 국내 취재를 전담하는 각종 부서는 비러 아래 7층에 칩거한다.

 

 

 



퇴근길에 여차저차하는 궁금증이 일어 두 층 사이에 난 계단길을 내려 사회부로 간다. 요샌 주52시간 시스템도 있고 어차피 외근이 많아 저녁 7시가 되면 편집국에도 사람이 없다. 이 사건 담당 사회부는 부장이 남았고 그와 직간접으로 이 사건으로 연동하는 간부 기자 몇 마리만 테레비 틀어놓고 돌아가는 상황을 체크 중이다.

뭐래?

모르겠어요. 미투라는 말도 있는데 확실친 않아요.

사회부장 말이다.

기어이 터졌구만?

하는 말 남기곤 홀연히 공장 문을 나선다. 계속 관련 소식은 체크하는데 이렇다 할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 시각 이런저런 데다가 나 나름으로 수소문하니 미투가 확실했다.

서울시 출입기자한테는 내가 알아본 바를 알려줬다. 직후 다른 언론사서도 미투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다.

죽었으리라 직감했다. 내가 아는 박원순이 성정이 유별나게 강직해서? 아니다. 이것이 그나마 그가 그런대로 쌓은 명성을 지킬 마지막 보루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의 미투는 내가 알아본 바로는 안희정과 오거돈의 어중간이다. 그 내막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는 전형의 남성 쇼비니스트였다. 밖으로는 정의구현을 외치지만 정작 그 자신과 주변 관계에는 그럴 수 없는 그런 사내였다.

설핏 잠들었다 새벽에 깨니 숙정문 인근에서 고공낙하를 했는지 아님 다른 방식을 택했는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예상대로 주검으로 발견되었단다.

 

 

 



죽은 사람 두고 이러쿵저러쿵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이제 겨우 그 내막 혹은 실체가 폭로될 무렵 그걸 한방에 덮어버리겠다고 저와 같은 방식으로 범죄 혐의를 은닉하려한 그를 나는 추모할 생각은 없다.

각인할 인상은 아니었겠지만 나 역시 그와는 이런저런 직접 인연이 없지 않고 그런 접촉에서 생긴 인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순간 우리가 하시라도 잊어선 아니되는 대목이 그는 성범죄 피의자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그를 나는 추모할 순 없다.

그렇다고 나 역시 무슨 대단한 휴머니스트요 정의주의자도 아닐진댄 짐짓 이번 사건 피해 여비서를 두둔할 처지도 아니다. 그러기엔 나는 너무나 흠결이 많은 사람이다.

다만, 저와 같은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해서 그를 동정하거나 비호하면서 정작 보호받아야할 미투사건 피해자를 폄훼하려는 그 어떤 시도 혹은 시선 혹은 공격을 나는 용납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도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안타깝단 이유로 그런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이를 향한 각종 상찬이 들끓지 아니할까 해서다.

이 시대 내가 박원순에 대해 적을 말은 이것이다.

역사문제연구소를 만들고 역사비평을 창간하며 나아가 참여연대를 창설해 부패 혹은 부정의와 싸움하는 사회운동가의 길을 걷다 서울시장에 출마 거푸 당선되어 서울시정을 이끌며 대권까지 꿈꾼 박원순이 여비서를 성희롱한 혐의에 휘말리자마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박원순 트레이드마크는 역사의 단죄였다.  

 

그런 자신은 단죄의 길을 피해가는 역설을 보여줬다. 

 

 

 

박원순 '성추행 의혹' 고소 사건 수사종결…공소권 없음 | 연합뉴스

박원순 '성추행 의혹' 고소 사건 수사종결…공소권 없음, 김주환기자, 사건사고뉴스 (송고시간 2020-07-10 01:11)

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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