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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방정오 TV조선 딸 폭언 사건, 보도에서 사퇴까지

by taeshik.kim 201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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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장 이정현·이도연 두 전사로 구성된 방송팀이 오늘 오후 5시24분, '받은글'이라며 TV조선 "방정오 전무가 최근 사태와 관련, 오늘 중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TV조선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다고 합니다" "나오면 쓸 게여"라는 카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에 대한 내 반응은 "오잉?"이었으니, 그에 대한 재답변에서 방송팀은 "곧 나온다네요. 일단 쓰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받은글'이란 대체로 이쪽 언론계에서는 정보보고, 이른바 찌라시를 말한다. 그가 사퇴한다는 말이 아마도 정보보고로 먼저 돌았나 보다.

10분가량 지난 5시45분, 다시 방송팀이 나한테 보낸 카톡 메시지. 

"올렸어요" 


방정오 전무 사퇴를 전하는 연합뉴스 기사



그렇게 해서 3분 뒤인 5시 48분 '방정오 TV조선 대표, 초등생 딸 폭언 논란에 결국 사퇴'라는 제하 기사로 송고됐다. 이정현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의하면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가 최근 불거진 초등학생 딸의 폭언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사퇴했다고 하거니와, 22일 대국민 사과문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차남인 방 전문는 "제 자식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절 꾸짖어 달라"면서 딸한테 폭언을 당했다는 "운전기사 분께도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다시 사과드린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책임을 통감하며 TV조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전광석화처럼 전개된 이번 사태 전개가 나로서는 조금 의외이긴 했다. 이런 일에 조선일보가 아닌 여타 다른 언론사도 으레 갖은 핑계 대거나, 아니면 아주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기 마련이라, 느닷없은 방 전무 사퇴는 전연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번 사건은 사실 MBC가 먼저 문제를 삼았다가, 어제 21일 사태가 좀 커졌으니, 미디어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이 관련 기사를 더욱 확대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 재학생인 10살짜리 방 전무 딸이 50대 후반이라 하는 운전기사 김씨에게 반말을 포함해 갖은 폭언과 해고 협박을 한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육성 녹음이 공개한 것이다. 이후 운전기사는 해고됐다. 

이 미디어오늘 기사가 포털에 게재되면서 사태는 더욱 커졌으니, 실검 선두권을 내내 올랐다. 이때 나로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 역시 다루어야 하는가? 다룬다면 어떤 형식을 빌려야 하는가? 사실 확인이 쉽지는 않을 텐데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야 했다. 

혹자는 이 문제가 같은 언론사 사주가와 연관되고, 더구나 우리 공장으로서는 고객이기도 한 다른 언론사 문제라 해서, 쉬쉬 하면서 눈감아 주기 십상이라 할 것이나(과거에는 이런 일이 적지 않았음을 밝힌다), 적폐경영진 교체 이후 새로운 경영진 방침도 그러하고, 문화부장 취임 이후 나 역시 이에서는 "다룰 만한 사안은 반드시 다루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고, 이 문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확인이 쉽지 않을 때 언론이 흔히 쓰는 수법 중 하나가 그런 내용을 보도한 해당 언론사 내용을 요약 전달하는 것이다. 아직 국내 언론에서는 이런 전통이 무척이나 미약하기는 한데, 이 경우 "일부 언론에 따르면" 같은 방식으로 그 언론이 어딘지를 특정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화부장 취임 직후 나는 이런 고질과도 같은 익명의 전통을 폐기해 버렸다. 그것은 무엇보다 내가 이 업계 생활을 하면서 느낀 내 나름대로의 불합리성 때문이었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그 언론사가 어디인지 반드시 실명으로 밝힐 것을 기자들한테 주문했고, 이 전통은 이제는 일반화해서, 설혹 다른 부장이 이 자리 온다 해서 변화가 없으리라 본다. 마침 회사 역시 이런 지침을 내렸으니 나야 더 편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이 사안은 확인이 쉽지 않았다. 다른 매체가 심혈을 기울여 보도한 이 사안을 우리가 늦게 따라잡기는 매우 힘들었다. 그에 따라 우리 방송팀은 무엇보다 TV조선에 대해 확인과 더불어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니, 하지만 오후 내내 그쪽에서 무대응이라는 보고를 나는 받았다. 따라서 이렇다 할 방법이 우리로서는 없었다고 고백해 둔다. 그래서 사태 전개, 특히 조선측 입장 표명을 이변이 없는 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육성 음성파일이 저토록 명백한데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하냐 되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육성파일, 혹은 그 할애비라 해도 '남이 제공한 그것은' 믿지 않는다. 아무리 육성이라 해도, 그것은 '편집' 가능성이 농후하며, 편집은 거의 필연적으로 '왜곡' 혹은 '거짓'의 가능성을 노출한다.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그 육성파일을 나도 들었고, 우리 방송팀도 들었다. 나는 웃다 말았는데, 방송팀 이정현 기자가 역시 예리했다. "부장, 육성파일에 운전기사 말은 안 들려요. 짤라낸 듯해요. 이대로는 보도 못하겠어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그 판단을 나는 존중했다. 그래서 별다른 변동 사항이 없는 한, 이 문제는 묻어두기로 했다. 

그렇지만 방송팀에서는 이 사태를 영 찜찜하게 보고는 계속해서 TV조선 측과 계속 접촉을 시도했으니, 그만큼 이정현 기자는 집요한 데가 있다. 나중에 들으니, 회사측 관계자는 직접 접촉이 되지 않으니, 그 법정 대리인인 변호사와 계속 접촉을 시도하면서 입장 표명을 집요하게 요청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변동이 생겼다. 그 변호사한테서 우리 이정현 기자한테 연락이 온 것이다. 

그 대리인은 이정현 기자한테 "방 전무가 자녀 교육을 잘못했다면 그에 대해 비판받을 수는 있지만, 공인도 아닌 만 9살짜리 미성년자의 잘못을 그 가족과 가장 가까운 운전기사가 녹음하고 그것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이다. 이런 반응이 나왔으니 이젠 쓸 때가 된 것이다. 

다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 기사 수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하는 가장 큰 고민이 그것이다. 이 사안은 우리가 직접 취재해 밝혀낸 것이 아니며, 더구나 그에서 우리로서는 더는 진척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이럴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럼에도 우리가 이 사태 실상을 여전히 알기는 어렵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는 점이었다. 


방정오 전무 딸 폭언 사태를 전한 연합뉴스 기사


고민 끝에 우리는 'TV조선 대표 초등생 딸 운전기사에 폭언 논란 확산'이라는 제하 기사를 그날(21일) 밤 22시 08분에 송고했던 것이니, '방정오 전무 법률대리인 "미성년자 녹취 공개는 문제"'라는 부제가 붙은 기사 전문은 이랬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의 초등학생 딸이 운전기사에 폭언한 내용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방 전무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이다. 

21일 미디어오늘과 MBC 등을 통해 공개된 음성파일에 따르면 초등학교 3학년인 방 전무 딸은 50대 후반인 운전기사 김씨에게 반말을 포함해 폭언, 해고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화는 방 전무 딸과 운전기사 둘만 차 안에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운전기사가 말한 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후 김씨가 방 전무 측에 음성파일을 전달하자 방 전무 부인은 딸이 김씨에게 사과하도록 했다. 그리고 김씨는 방 전무가 등기이사로 있는 디지틀조선일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씨가 방 전무 부인과 두 아이를 수행하는 기사로 채용된 지 3개월 만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지난 16일 MBC TV가 보도하면서 처음 알려졌으며, 이날 미디어오늘이 연이어 보도하면서 온라인에서 '갑질'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대해 방 전무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그의 법률대리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방 전무가 자녀 교육을 잘못했다면 그에 대해 비판받을 수는 있지만, 공인도 아닌 만 9살짜리 미성년자의 잘못을 그 가족과 가장 가까운 운전기사가 녹음하고 그것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르겠다. 이런 논조 혹은 어조에 왜 그리 용감하지 못했냐 비판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이 정도가 최선이라 생각했다. 혹 미진하거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 책임은 나한테 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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