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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복수에 불타는 팔순 왕] (2) 고구려왕을 효수했다는 주장

by taeshik.kim 202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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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은 요컨대 우리랑 힘을 합쳐 고구려를 치자는 내용이다. 당신들이 고구려 서쪽을 치면 남쪽에서 우리가 쳐서 고구려를 협공하잔 것이다. 당시 백제와 개로왕이 완전한 고구려 타멸, 곧 멸망을 생각했는지 아니면 본떼보여주긴지는 알 순 없지만 군사동맹을 제안한 것이다.

이 표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저와 고구려는 조상이 모두 부여 출신이므로 선조 시대에는 고구려가 옛 정을 굳건히 존중하였는데, 그의 조상 쇠釗가 경솔하게 우호 관계를 깨뜨리고 직접 군사를 거느려 우리 국경을 침범하여 왔습니다만 우리 조상 수須가 군사를 정비하여 번개 같이 달려가 기회를 타서 공격하니 잠시 싸우다가 쇠의 머리를 베어 효시하였습니다."

이에서 말하는 쇠釗가 바로 100년 전에 백제와의 평양성 전투에서 흐르는 화살에 맞아 죽은 고국원왕이고,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백제왕 수須가 바로 백제 근구수왕이다. 

앞서 봤듯이 이 전투에 직접 참전해서 고구려군을 지휘하던 고국원왕은 유시流矢에 맞은 부상 여파에 시름하다가 죽은 것이다. 이 사인은 나로서는 조금 미심쩍은 데가 있다. 

첫째, 이때 이미 고국원왕은 재위 41년째라 상당한 고령이 아니었을까 하는 데다가, 유시라고 하는 것은 적군이 쏜 화살인지 아군이 잘못 쏜 화살인지도 구분이 쉽지 않다. 더구나 그런 전쟁통에 어디서 날아온 화살인 줄 알겠는가? 

 

대역부도大逆不道 옥균玉均. 김옥균을 이런 식으로 효首하고 효시梟示했다. 고구려가 개로왕을 처단한 방식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고구려로서는 설혹 고국원왕이 백제군이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해도, 그 패배를 포장할 다른 이유를 만들어내는 구실로 작동한다.

예컨대 아예 화살을 맞고 죽은 것이 아니라,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고 하는 농간도 얼마든 가능하며, 더구나 그 화살이 누가 어디에서 쏜 화살인지도 모르는 판국에 이런저런 이유를 그럴 듯하게 대는 수법으로 고구려군의 최대 수치를 감출 수밖에 없다.

틀림없이 고구려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패배 혹은 타격을 숨기고자 했을 것이다. 

개로왕은 이런 식으로 당했다.

 

이는 이후 전개될 양국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후 양국 관계가 계속 악화일로를 걸은 가장 큰 사건이 나는 이 평양성 전투로 본다.

백제로서는 당연히 근구수왕이 고국원왕을 죽였다고 선전했을 테고, 고구려는 유시라고 어물쩡하게 넘어가거나, 본래 건강이 좋지 않아서 라는 식으로 했을 것이다. 

 

북위가 등장하기 직전 세계 정세

 

그런 와중에 개로왕이 북위에 보낸 국서에 느닷없이 저런 표현이 들어간 사실을 파악한 고구려와 장수와는 노발대발했을 것임은 불문해도 가지다.

이에서 관건은 저 문서가 고구려로 흘러들어갔냐는 것. 전후맥락으로 보아 그 원문을 그대로 고구려가 입수한 듯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후 전개되는 급박한 사정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북위가 그대로 보여줬을 수도 있고, 고구려라고 왜 간첩 하나 북위 황실에 심어놓지 않았겠는가? 그 간첩이라 해서 대단하게 생각할 필요없다. 때마다 각종 선물공세 펴거나 인간적인 관계 등등을 이용해 필요한 때마다 고구려에 고급 정보를 주는 북위 조정 사람이 왜 없겠는가? 그런 경로 중 하나를 통해 틀림없이 저 외교문서는 곧바로 고구려로 흘러들어갔다고 나는 본다. 

저 외교 문서 문구는 왜 고구려가 3년 뒤 대대적인 백제 정벌전쟁을 일으켰으며, 왜 그에서 사로잡은 적국 원수 개로왕 목을 쳐야만 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고구려와 장수왕의 행동은 바로 저 외교문서에서 말한 그 내용을 그대로 반복한 데 지나지 않는다. 백제가 사실을 곡해하면서까지 고국원왕 목을 따서 효수했다고 하는데, 바로 저 수법 그대로 개로왕한테 적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록에 남지 않은 고구려의 한성 함락과 개로왕 참수 이후 그 시신을 어찌했는지를 자명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고구려군은 개로왕을 참수하고서는 그 머리를 사람들 내왕이 가장 많은 대로에다가 걸어두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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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에 불타는 팔순 왕] (1) 개로왕이 북위에 보낸 외교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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