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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새댁살이 풍정風情-신과 함께

by 여송은 2019.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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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 온양민속박물관 연구원 



이른 새벽 부엌.

부뚜막 앞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 새댁을 누군가 깨우는데...

 

 

 

야!

 

 

야!!

 

 

일어나봐!

부엌에서 잠들면 어떡하자는거야~~!

너희 호랑이 시어머니한테 너 졸았다고 이른다~~~!

 

 

으악!!! 너 누구야!! 어딨어?? 어디서 말하는거야??  

 

 

나 정말 몇 백년 동안 여기 있었는데, 쌀 씻다 말고 잠든 애 처음 봤네 ㅎㅎㅎ 

새댁이 무슨 이리 긴장감이 없어~!

 

 

누구야? 어디서 말하는거야??

 

 

 

나 여기 있지롱~~!

 

조왕

불을 관장하는 부뚜막 신으로, 불을 귀하게 여겼던 선조들은 불이 있는 부엌을 신성하게 여겼다.

또한 부뚜막의 가마솥 뒤편에 조왕중발(조왕의 신체를 모시는 작은 물그릇)을 올려 놓고,

이른 아침 주부가 조왕에 정화수를 바치고 비손하며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바랐다.

조왕중발에 담긴 물은 가족의 역병과 재액을 막고 씻어내는 정화력을 상징한다.

 

 

지금 우리 시어머니한테 이른다고 협박한게 너였어?!!

 

내가 아침마다 졸린 눈 비비며 세수하고, 머리 단장하고, 우물 가서 첫 물 길러다 정성스럽게 바쳤는데...

그런 나를 협박해?!

이리 얼굴은 단아해 보여도, 성격은 또 안그렇거든~!!

 

 

 

 

에휴~~~~

정말 이집 새 며느리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네~~!

누가 신성한 부엌에서 '협박' 이런 단어 사용하며 분위기 험악하게 만드니?!!

 

 

날 몰라서 이러나 본데, 내 소개부터 하지!

난 불을 관장하는 부뚜막 신, '조왕'이라고해! 편하게 조왕언니라고 불러도 좋아!

너희 호랑이 시어머니한테도 들었지? 나를 정성스럽게 모셔야 집안에 안녕과 평화가 찾아온다고.

 

너~~ 나 아니였으면, 넌 아마 이 집 부엌에도 못들어왔을걸~~?

너희 신랑 과거시험 치르러 상경할 때, 호랑이 시어머니가 매일 이른 새벽 내 앞에서

시험 잘보고 무사히 잘 돌아오라고 얼마나 치성을 들였는데~!

그래서 네가 잘생기고 잘난 신랑이랑 결혼 할 수 있었던거 아니야~~~!

 

그런데, 꾸벅꾸벅 졸아? 새댁이 긴장감 없이!

 

 

아....잘못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몇백년 이라고 한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 부엌에 살았던거야? 

 

 

 

언제부터라~~~~~~ 가만있어보자~~~

 

나는 부엌이 있다면, 존재하지!

너의 호랑이 시어머니의 시어머니의 시어머니 , 그 시어머니의 시어머니.. 아이고 너무 오래되어 기억도 안난다...!

암튼 그때 지금 이 집으로 이사오게 되었어.

이사 오기 전 집의 아궁이의 불씨를 잘 보존해서 지금 이집의 아궁이에 옮겨 붙였지!

 

그리고 오늘 너를 만났고, 앞으로 너의 며느리의 며느리, 그 며느리의 며느리와 함께

부엌을 지키며 가족들을 돌보지 않을까!

 

 

이리와봐!

이 집에는 나 말고도 가족을 지키는 다른 신들이 있어.

특별히 내가 인사시켜주지~!

 

 

나 쌀 아직 못씻었는데~~ 어쩌지??

 

 

금방이야~ 이런 기회 없다고! 얼른 장독대로 따라와~!

 

 

응응!

 

 

 

똑똑똑! 일어나셨어요?? 좋은아침입니다. 터줏대감님!

 

 

터주

집의 터를 지켜주는 신神으로, 집안의 평안과 특히 택지의 안전을 관장하는 가신이다.

터주의 신체神體는 보통 '터주가리'라 하여 작은 항아리 단지에 곡식이나 나락을 담고,

그 위에 볏집으로 만든 짚가리를 씌운 후 뒤뜰이나 장독대 근처에 모신다.

 

오~~ 조왕이 왔구나. 어서 오너라. ^^

그런데, 옆에 멀뚱멀뚱 서 있는 처자는 누구신고?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집 새며느리입니다!

본관은 풍산山이고, 아버지는 경상도관찰사, 대사간, 형조참판, 한성부판윤, 좌참찬을 지내셨고 존함은 ... 주저리 주저리

 

 

허허허~~ 이집 며느리 중 역대로 말이 가장 많은 며느리롤세.

 

나는 이집 '터주'라고 한단다. 사람들은 보통 '터줏대감'이라고 부르지.

지역마다 집집마다 나를 부르는 이름과 모시는 형태는 다르겠지만,

집터를 지키고, 가족의 평안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나를 모시는 것은 아마 다 같을 것이야~!

 

 

아~ 그렇군요! 터줏대감님 존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어요.

터줏대감님 궁금한게 있는데요, 그 짚가리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이 안이 궁금하구나~~

이 안에는 작은 항아리가 들어있지!

또 이 작은 항아리 안에는 곡식이 들어있지!

 

늦가을 햅쌀이 나면 묵은 쌀을 털어내고, 햅쌀로 갈아준단다. 

또 시월 상달에는 낡은 짚가리를 걷어내고 새 짚가리를 씌어주지.

 

이렇게 한 해에 한 번씩 햇곡식으로 갈아주고, 털어낸 묵은 곡식으로 밥을 짓거나 떡을 쪄서

식구들이 나눠 먹곤 하지. ^^

그러면서 이집 식구들과 나와의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하지.

 

 

곧 가을걷이가 끝나는데, 이제 햇곡식으로 바꿀 때가 되었네요! 

 

 

그래그래 맞단다.

새로 들어온 며느리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정성스럽게 햇곡식으로 갈아줬으면 좋겠구나.

 

 

네! 알겠습니다!

 

 

 

새며느리야, 마지막으로 볼 분이 있어~~~!

이집 최고의 신이라고도 할 수 있지!

시간이 없으니깐 서두르자~~~!

 

 

응응! 알겠어!

터줏대감님, 햇곡식 들고 다시 올게요!

 

 

여기야! 도착!

 

 

응? 도착했다고? 최고의 신은 어디계셔??

 

 

 

성주

대들보의 신이자, 가택의 보호를 담당하며 가신들을 통솔하는 가장 큰 가신家神이다.

가신의 하나로 성의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성주라 하는데, 집을 성조한다고 하여 성조신이라고도 부른다.

 

 

저를 만나러 오셨군요.

여기 입니다, 여기 위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 집을 수호하고, 가신家神들을 통솔하는 '성주'라고 합니다.

새로운 식구 만나서 반가워요. ^^

 

 

네 안녕하세요, 만나서 저도 반갑습니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성주님은 이집에서 누구와 가장 친분이 있으신가요?

 

 

성주의 신체神體는 쌀이나 떡, 동전을 조금 넣은 창호지를 장방형으로 접은 다음 무명실로 묶어 만든다.

이것을 싸리나무나 감나무로 만든 나무못으로 대들보 아래나 대청의 상기둥 등에 박아 고정 시킨다.

또는 창호지에 막걸리를 뿌려 고착시키기도 한다.

무명실로 묶는 이유는 가족들의 안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이다.

 

 

그래요,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

저는 이집 가장과 가장 친분이 있죠.

사실 가장과 운명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이 집의 수호자이자 가신家神들의 대표라고 말씀드렸죠.

이 집의 대표는 누구인가요? 새며느님의 시아버지이시죠?

그래서 저는 가장과 밀접환 관계를 맺으며 이 집을 지켜 나가죠.

 

 

가장과 운명을 같이 한다고요?

성주님, 그러면 만약에 저의 시아버지가 안계시면 성주님은 어떻게 되나요?

 

 

그럼 저도 사라지겠죠?

흔히 '대주(大主-가장)는 성주 믿고, 성주는 대주 믿는다.' 라고들 말해요.

그만큼 가장과 저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걸 보여주는 말이에요.

 

저는 또 부정한것을 좋아하지 않아

집안에 변고가 있다던지, 우환이 들끓는다던지, 부정을 크게 타면 이집을 떠 버려요.

아 그래서, 제가 집 안에서 부정을 최대한 잘 피할 수 있는 대들보에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집안을 관장하고 대표하는 신의 자리가 비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의례를 통해 새로운 성주를 받아 모셔요. 이걸 '성주 받기', '성주 맨다' 라고도 하죠. ^^

 

아~~!

성주님은 저희 집의 길吉과 복福을 책임지고, 흉凶과 화禍를 막아주는 가신의 대표이시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새며느리야~~~! 그만 인사하고 다시 부엌으로 가자! 

호랑이 시어머니 올 시간이야!!

 

 

앗!! 응응!! 알겠어~~!!

 

 

 

 

 

 

얘~~~새아가~~~!  아가야~~~~!

 

여기서 이렇게 졸고 있으면 어떡하니.

아버지는 벌써 일어나셔서 아침드실 준비 하고 계실텐데,

아직 쌀도 안불려 놓고...

 

 

어머니??!!!

어머니??

조왕이는요??

터줏대감님은요??

성주님은요??

좀 전까지 같이 있었는데...

 

 

무슨 소리 하는거니~!

으이그... 아직 잠이 덜 깬 모양이로구나.

 

가서 눈곱 떼고 오렴~! 부엌에서는 항상 단정한 차림으로 있는거야. 안그러면 조왕신이 노하셔.

 

 

아, 네 알겠습니다...

음....이상하다...분명이 조왕이가 말 걸었는데... 

 

 

 

 

 

다음에 졸고 있으면 또 찾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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