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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by taeshik.kim 2019.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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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다.

누구나 읽는 듯 하기에 나 역시 그 대열에서 이탈해 낙오하는 듯 하고,
그래서 나 역시 무턱대고 읽어야겠단 윽박 하나로 꾸역꾸역 손을 대고선 기어이 독파는 했지만, 그때나, 또, 30여 년이 지난 지금이나 그에서 격발한 단 한 구절도 남지 않은 그런 책이 있다.

광대 공연 뒷줄에 섰다가 그 광대 무슨 공연하는 줄로 모른 채, 앞줄에 늘어서 가린 군중이 왁자지껄 박수치니깐 나도 따라 무턱대고 박수치며 장단 맞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는 광대였다.

우리 시대엔 그냥 아미자라 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찾는 이 있을까?

아무도 찾지 않는 책이 되어 소리소문없이,
나는 간단 말도 없이 그리 퇴장하고 말았다.



고골리의 시대가 있었다.
그땐 그랬다.

고골리를 알아야 하며, 고골리를 읽어야 한다는 협박이 있던 시대가 있었다.

조용필은 알아도 모른 체 해야하며, 
마이클 잭슨에 열광해도, 그 열광이 왠지 부끄러운 
그런 시대가 있었더랬다.

그들이 들어갈 자리엔 고골리가 들어섰고, 마이클 잭슨 엘피판 대신 《어머니》가 서가를 정좌한 그런 시대가 있었다.



성문영어와 수학정석이 절대 군주정을 이룩한 시대가 있었다.
차라리 성문과 정석이 기억에 남고 지금의 나를 지탱한 자양분 아닌가 한다.

한때의 환장과 열광이 이젠 망각과 상실로 이어져 영영 사라져간 것이 한둘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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