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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유럽 철기시대의 사형수들 (1)

by 초야잠필 201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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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의대 생물인류학 및 고병리학 연구실)


2017년 8월, 필자는 유럽진화생물학대회 (European Society of Evolutionary Biology) 에 연자로 초청받아 네덜란드를 간 적 있다. 여기서 "The spread and evolution of ancient infectious diseases"라는 고대 전염병을 다룬 세션 한 꼭지에서 초청강연을 하게 되었는데 학회가 열린 도시는 네덜란드 북부 도시. 

학회장 전경-. 유럽의 진화생물학자들이 모이는 학회로 고병리도 한 세션이 있었다. 


강연을 마친 후 귀국 전 짧은 시간 동안 내 연구에서 숙원의 하나였던 Drents Museum 방문을 잠깐 할 수 있게 되었다. 



네덜란드 드렌트 박물관 



이 박물관은 옛 사람들의 건강과 질병상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하다. 여기에는 Yde girl이라는 유럽 철기시대 미라가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전경은 일견해서 평범하다. 하지만 그 지하로 접어들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그리고 지하에 마련된 전시관을 들어가면 거기에 미라가 있다. 방의 조명은 어둡지만 매우 정성들여 꾸며놓은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한켠에 Yde girl이 있다. 기원전 54년에서 서기 128년 사이에 사망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소녀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이 기원전 58년 경 시작되었으니 소녀가 살던 시대는 막 로마의 지배가 시작되었던 시대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소녀가 살던 시대는 유럽의 철기시대로 본다.  



바로 이사람. 유럽 철기시대의 소녀 Yde girl이다. 물론 이 미라화 한 소녀의 본명은 아니고 닉네임이다. 이 소녀 목에 걸린 밧줄이 보이는지? 



목에 걸린 밧줄의 모양은 가까이서 보면 더 선명하다. 

이 미라는 처음 발견되었을때는 "노파"라는 멘트를 달아 보도되었었다. 

하지만 인류학적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이 미라는 노파가 아니라 소녀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소녀의 머리뼈를 바탕으로 얼굴을 복원한 사례도 있었다. 



소녀의 미라 그 자체는 측은하기는 하지만 놀라운 사실까지는 아니다. 이 사례에서 놀라운것은 소녀 목에 걸린 밧줄이었다. 이 소녀는 살해당한 것이다. 도대체 이렇게 작은 소녀가 왜 살해당해야 했을까? 그 의문을 풀어보는 것이 이번 연재의 이야기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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