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漢詩 & 漢文&漢文法

유소사有所思, 열받은 여자의 한풀이

by taeshik.kim 2019. 2. 21.
반응형

한대악부漢代樂府 중에 요가십팔곡鐃歌十八曲으로 분류하는 민요가 있다. 18곡이라 하지만, 연작시가 아니라, 하나하나 독립성을 갖춘 개별시다. 다만, 그것을 요가鐃歌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음할 수 있다 해서 후대에 이들 민가를 편집수록하면서 이리 뭉뚱그렸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면 요가鐃歌란 무엇인가? 요가란 간단히 말해 군가軍歌다. 군발이 노래란 뜻이다. 하지만 현재 요가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18곡은 내용이 잡박雜駁해서 군가적인 특성을 지닌 것이 있는가 하면, 아래에서 보듯이 변신한 애인을 향한 분노를 표출한 노래도 있다. 


개중 하나인 아래시는 여타 악부민가樂府民歌가 대개 그렇듯이 본래 제목이 없다. 이런 시는 흔히 그 첫줄을 제목으로 삼거니와, 그래 에라이 편한 대로 유소사有所思라 해 둔다. 유소사란 애인이다. 이 시는 여러 모로 보아 머나먼 만리 남쪽 바닷가로 가 있는 사랑하는 남자를 그리면서, 나아가 그런 남자가 딴년을 품었다는 말을 듣고는 열받아 그 분노를 폭발하는 장면을 1인칭 시점으로 형상화했거니와, 모든 남자가 그렇겠지만, 이런 여자한테 걸리면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라 해서 오금을 저리고 만다. 


이 시는 구성이 좀 묘하다. 전반부는 열렬해 내가 그 남자를 사모한다는 뜻을 표출한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그런 놈이 변심했으니, 그런 놈은 이젠 더는 쳐다도 안볼란다고 돌아서는 반전이 나타난다. 뭐, 말이야 저리했지만, 글쎄다, 저 놈을 붙잡아다가 주리를 틀고 사지를 찢어 발기고는 뼛가루까지 갈아마시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깍지

  



그리운 님 큰바다 남쪽에 계시네요

무엇을 당신께 보낼까 하니 고리 한 쌍과 대모잠이라 

옥으로 칭칭 감았지요.  

그러다 당신 딴 마음 품었단 말 듣고는 갈갈이 짓이겨 태워버렸지요 

부수고 태우고는 바람에다 남은 재 날려버렸어요 

지금부턴 다시 생각하지 않고 당신 향한 그리움 끊으렵니다.  

닭 울고 개 짓던 일 형수님도 아십니다 

가을바람 쓸쓸하고 새벽바람 차갑지만 동쪽이 이내 밝아지면 제 심정 알겠지요



有所思, 乃在大海南

何用問遺君, 雙珠玳瑁簪

用玉紹繚之 

聞君有他心, 拉雜摧燒之 

摧燒之, 當風揚其灰 

從今以往, 勿復相思, 相思與君絕 

雞鳴狗吠, 兄嫂當知之 

秋風肅肅晨風颸, 東方須臾高知之


① 有所思:指她所思念的那个人。

② 何用:何以。问遗(wèi):“问”、“遗”二字同义,作“赠与”解,是汉代习用的联语。

③ 玳瑁(dài mào):即玳瑁,是一种龟类动物,其甲壳光滑而多文采,可制装饰品。簪:古人用以连接发髻和冠的首饰,簪身横穿髻上,两端露出冠外,下缀白珠。

④ 绍缭:犹“缭绕”,缠绕。

⑤ 拉杂:堆集。这句是说,听说情人另有所爱了,就把原拟赠送给他的玉、双珠堆集在一块砸碎,烧掉。

⑥ 相思与君绝:与君断绝相思。

⑦ 鸡鸣狗吠:即“惊动鸡狗”。古诗中常以“鸡鸣狗吠”借指男女幽会。

⑧ 妃(bēi)呼豨(xū xī):妃,训为“悲”,呼豨,训为“歔欷”。

⑨ 肃肃:飕飕,风声。晨风飔(sī):据闻一多《乐府诗笺》说:晨风,就是雄鸡,雉鸡常晨鸣求偶。飔当为“思”,是“恋慕”的意思。一说,“晨风飔”,晨风凉。

⑩ 须臾:不一会儿。高(hào):是“皜”、“皓”的假借字,白。“东方高”,日出东方亮。  



대모잠자리. 장신구 중 이 잠자리 모양이 많다.



예서 좀 아리까리한 대목이 닭 울고 개 짓던 일을 형수님은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이 형수가 작자의 형수인지, 아니면 그가 연모하다가 변심한 남자의 형수인지 언뜻 확실치 않으나, 문맥으로 보아서는 남자의 형수여야 할 듯하지만 아리숑숑하다. 여성도 이 시대에는 형수라고 썼는지는 내가 지금 확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닭 울고 개는 왜 짖었단 말인가? 


남자가 뻔질나게 야음을 틈타 담장을 뛰어넘어 여자방으로 쳐들어가서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었으니, 이런 사랑 행각이 형수의 묵인하에 일어났다는 뜻일 터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수님은 이 일을 알고 있다는 뜻이 될 터이다. 


뭐 이리저리 논리로 따지고 드니, 복잡해지지만, 어디 문학이야 그런가? 그 대의를 볼 뿐이요, 그 흐름을 가늠하는 것으로 족할지니, 암튼 변심한 네 이 놈, 좆됐다는 경고라고 나는 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