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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발소 요구르트

by taeshik.kim 201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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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릴 쳤다. 오늘 그리해야 할 작은 까닭이 있어서다. 

요저납시, 공장에서 한참 조는데 어딘지 전화가 와서는 아리까리한 기관 누구라 하면서 이르기를 블라블라 북콘서트를 하니 나와 달래나 어쩌래나, 음냐음냐 그러마 하고는 오로지 전화 빨리 끊고 다시 달콤새콤 오수에 접어들 생각에 덜커덩 승낙했더니, 이후 이런저런 연락이 추가로 더 와서 알고 봤더니 난 시다라,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나는 그 주인공 시인 장단맞추기를 해야 한단다. 
그래도 꽤죄죄 덮수룩한 모습으로 나가긴 못내 저어해 만원 주고 동네 이발관서 급하게 친다.

머리를


가시개 전동바리깡 슥삭슥삭하는 소리, 토끼 풀 먹는 소리 같고 한밤중 누에 뽕 갉아먹는 소리 같다. 생살을 떼어내고 뭉탱이로 잘라내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아니하니, 난 드디어 그 어떤 고통 절통도 이겨내는 어벤져스 일원이 되었나 보다.

바닥에 뒹구는 내 살덩이들을 본다. 까만색 하나도 없어 온통 백색이라, 이게 다 조락의 계절 탓이라 해둔다. 

정신없이 훑어대는 수건으로 머리카락 물기 대략 제거 증발케 하곤 주인장 어른 요구르트 하나 내놓는다. 쪽 빨아 마시는데 아침공기 타고 쏴 하니 요구르트 가슴을 타고 뱃속으로 흘러내린다.

피대 치는 소리, 거품 발라 수염 쳐바르고 면도하는 자취 감춘지 오래지만, 시침은 어찌하여 사십수년전 그때로 뚝딱 거슬러 올라가 바리깡에 뜯기고 뽑히는 내 머리카락에 순감 몸이 움찔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나도 꼰대인가 보다.

쓰레빠 질질 끌고 이발소 나서는데 벼락에 나팔꽃 자주빛 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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