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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인더스문명은 평화로왔던 지상천국인가 (1)

by 초야잠필 2019.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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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앞에서도 한번 썼듯이 필자는 인도조사 중 소위 말하는 "인더스문명의 대도시" 유적을 두군데를 봤다. 


한군데는 구자라트 주의 돌라비라 유적. 다른 한군데는 하리아나 주의 라키가리 유적이다. 


어느나라 어떤 문명이나 문명권 안에는 광범위한 농촌이 펼쳐져 있고 그 안에는 여러 크기의 도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이 인더스 문명의 경우 그 문명의 특징 중 하나로 매우 두드러진다. 



인더스 문명의 유적. 원으로 표시된 것이 인더스 문명의 도시 유적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도시 유적도 상당히 많지만 그 중에서 "대도시"급에 속하는 것은 모두 다섯군데로 Mohenjo-daro, Harappa, Dholavira, Kalibangan, 그리고 Rakhigarhi이다. 


인더스 문명의 도시 유적은 크기도 제각각 다르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요즘으로 치면 "메트로폴리탄"급의 도시는 희귀하다 할 수 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인도의 북서부 지역에 걸쳐 있던 방대한 크기의 인더스 문명 판도 안에서도 딱 다섯군데만지금까지 확인되었으니  Mohenjo-daro, Harappa, Dholavira, Kalibangan, Rakhigarhi이다. 이 중에 모헨조다로와 하라파는 우리나라 학생들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이 두개의 인더스문명 대도시 유적은 파키스탄에 있다. 반면 나머지 세군데 대도시 유적-돌라비라, 칼리방간, 라키가리는 인도에 있다. 유적 이름이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인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잘 알려진 유적지 이름이다. 인더스 문명이 파키스탄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대도시 유적이 인도에 존재한다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고고학 전공자 분들 중에는 우리 연구실이 인더스문명 조사를 위해 인도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한 분도 있었다. 우리나라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인더스문명의 전모란 그만큼 생소한 것이어서..)


각설하고. 


필자는 운이 좋은 것이겠지만 이 다섯군데 유적 중 두군데를 보고 조사했다. 라키가리와 돌라비라 유적. 


칼리방간은 파키스탄과 인도 접경지대에 있는지라 접근이 쉽지 않아 당분간은 아마도 정식 발굴이 무망할 듯 하고, 


모헨조다로와 하라파는 발굴이 많이 진행되었지만 파키스탄에 존재하니 만큼 인도로 학술조사를 가는 한은 볼 수 있는 인더스문명 대도시 유적은 다 본 셈이다. 


필자가 처음 라키가리 유적을 들어갔을때 정경을 잊을 수 없다. 


라키가리 마을의 소. 김용준 박사 페이스북 사진. 


라키가리 마을은 뉴델리에서 4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도착할 수 있는 마을이다. 실제 가보면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어서 전통적인 인도 농촌의 정경을 아직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골목에는 소와 돼지가 유유히 거닐고 있고 마을 처녀들은 수줍고 동네 아저씨들은 순박하다. 내 나이 또래라면 쌍팔년도 농활때 시골 정경을 떠올리면 될 듯도 한데 발전 정도는 물론 우리 80년대 수준이 안되는 것 같고 아마도 70년대 중 후반 정도 될 듯. 


2014년. 라키가리 유적을 발굴 중인 김용준 박사.  김박사 페북 사진. 



2012년. 라키가리 조사 당시 발굴장 숙소에서. 김용준 박사 옆에 앉은 아저씨들은 숙소 주인 아저씨


2012년 처음 라키가리 조사 현장을 방문했을때 데칸대 발굴단은 마을 집을 하나 빌려 묵고 있었다. 옥탑방이 붙어 있는 2층 집이었는데 1층에는 학생들이 묵고 2층 옥탑방은 내가 교수라고 배려해 준 덕에 신데교수와 함께 쓰게 되었다. 방안에는 침대가 놓여있고 지낼만 한 조건이었다. 




2012년 라키가리 발굴 조사 당시 숙소 전경. 2층 옥탑방에서 내려본 장면이다. 좁아 보이지만 이곳은 중정이라 여기서 모여 식사를 한다. 학생들 자는 방은 중정 옆에 따로 있는데 생각보다는 넓다. 


라키가리 마을 골목 풍경



현장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면 하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해진다. 무엇보다 앞에서도 한번 이야기 한 것 같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나면 활동이 많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고 낮에 채취해 온 시료를 처리한다. 가끔 전체 미팅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도 끝나고 나면 빨리 취침이다. 


옥탑방에서 이렇게 낮에 채취해 온 시료를 처리했다 


밤이 되면 취침 전 낮에 충전 해 놓은 랜턴을 켜고 이런 저런 이야기 하게된다. 가끔은 몰래 술이 돌기도 하는데 이것도 꽤 흥을 돋군다. 


내가 인더스 문명의 "특이함"에 대해 처음 이야기 들은 것도 바로 해도 저물고 전기도 없는 한 밤 중. 잠이 들기전 신데교수와 나눈 이야기 속에서 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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